그림형제가 각색한 빨간 망토 아가씨는 순진했지만 용감했다. 할머니로 변장한 늑대에게 잡아 먹혔어도 사냥꾼의 도움으로 탈출한 뒤 잠들어있는 늑대 배에 돌멩이를 대신 집어넣고 우물에 담궈(?)버리니까.
2006년 <슈렉>의 아성에 도전하기 위해 와인스타인 형제가 야심 차게 준비한 <빨간 모자의 진실>은 ‘빨간 모자’가 사실은 무늬만 소녀였으며, 시니컬 하기 그지없고 애 어른 같은 말투에 무술까지 겸비한 재원(?)임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추리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작품답게 4개의 이야기가 시간 구성에 따라 흥미롭게 흘러가면서 우리가 길들여졌던 동화 속 외모지상주의와 속물근성을 단번에 뒤집는 기발함을 보여준다. 인자하기만 했던 할머니가 ‘트리플 G’로 불리는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고 거구의 도끼맨이 사실은 소심한 배우 지망생이라는 엇갈린 진실은 늑대가 사실은 특종전문 기자라는 비유 아닌 비유를 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스타들의 뒤를 캐는 기자들은 ‘늑대’를 넘어 ‘하이에나’라는 별칭까지 있으니 말 다했다.)
사라진 요리책을 둘러싼 이야기의 전모는 슈가 증후군에 시달리는 미국 어린이들의 식성까지 끌어들이며 식생활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글렌 클로즈, 앤 해서웨이의 더빙만으론 분명 허전했을 공백은 강혜정, 김수미, 임하룡, 노홍철의 입심으로 200% 메워졌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만의 정해진 해피엔딩을 피해가진 않더라도 무언가 확연히 다른 연출력을 보여준 수작<빨간 모자의 진실>은 왜 ‘비밀’이 아닌 ‘진실’로 정해져 개봉되는지 영화를 보는 사람만이 확인할 수 있다. 수가 보이는 허술한 추리물 열 편이 안 부러운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의 진수란 바로 이런 거란 사실도. | | - | 구전동화의 21세기 버젼이 궁금하다면! | | - | 2배속 '느림'을 해야만 알아들을수 있는 속사포 말빨의 진수를 맛보실분! |
| | | | - | 가족단위의 관객들이라면 8세 이상만! (유년시절의 동화가 너무 현실적이 되버릴지도) | | - | 더빙 애니메이션을 혐오했던 분! (그러나 이보다 완벽한 '더빙'은 전후무후 할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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