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평론가는 <바람불어 좋은 날>이 ‘청년의 기운이 넘치는 작품’이라 소개하며 이 영화가 품은 정서에 현대의 젊은 관객들도 분명 공감할 것이라 확신했다. 걱정과 우려 그리고 기대 속에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영화제”에 24일 상영된 <바람 불어 좋은 날>은 김영진의 바람대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리고 공감을 뜻하는 탄성이 터져 나와 영화의 동시대적 체험이 가능함을 입증해 주었다.
1980년에 이장호가 연출하고 안성기, 이영호, 김성찬, 유지인, 김보연, 임예진 등 당대의 톱스타가 총출동한 <바람 불어 좋은 날>은 전두환 정권의 마력이 아직 영화계에까지 뻗치지 않았을 때 운 좋게도 상영한 청춘영화다.
시네마테크의 친구이면서도 시네마테크에 대한 미안함을 숨기지 못한 김영진 평론가(현 필름2.0 편집위원)는 어렸을 때 당 영화를 동시상영 극장에서 본 추억을 이야기 해주며 한국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다.
극 중 ‘길남’ 역으로 등장한 이영호 선생은 이장호 감독의 친동생으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꽃미남배우다. 미모를 판단하는 기준이 많이 변한 지금에 봐도 ‘이영호’는 하얀 피부와 우울한 눈빛으로 영화를 찾은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특히, <바람불어 좋은 날>에서는 지금은 모든 영화인에게 존경을 받는 배우 ‘안성기’의 몸짱 연기를 볼 수 있는 희귀한 작품이다. <실미도>에서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를 과시해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했던 안성기. 그의 몸이 근래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그러했음을 이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상영에는 영화를 만든 이장호감독과 김영진 평론가와의 대담이 예정돼 있었는데 이장호 감독이 피칠 못할 사정으로 불참해 아쉬움을 남겼다. 대신 주연을 맡은 이영호, 안성기 선생님이 영화가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가져 이 거칠고 투박한 영화에 얽힌 비화를 공개해 자리를 빛내 주었다.
마지막으로 ‘춘식’ 역할로 그 시대의 젊은이의 좌절과 희망을 코믹한 연기로 녹여낸 故김성찬 선생의 혈기방장한 모습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이 가진 그 청년의 힘을 대표할 것이다. 그도 오늘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영호, 안성기 선생님의 옆 자리가 유난히도 커 보여 잔잔한 슬픔이 감돌기도 했다.
이영호와 안성기 선생님이 관객과 무슨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다음 기사에 전문(?)으로 공개하겠음! 기둘려주삼~
취재: 최경희 기자
사진: 권영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