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네 마네 말 많고 탈 많았던 일본 성인영화 <도쿄 데카당스>가 물경, 6번의 심의 끝에 드디어 개봉하게 됐다.
2004년 제4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조치에 따라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일본 성인영화를 맛볼 수 있는 수입추천심의 신청 첫 작품이었던 <도쿄 데카당스>는, 변태적인 성애 장면 때문에 그간 매번 심의에서 반려되며 쓴 맛을 봐야만 했다.
물론, 등급심의를 통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상영될 수도 있었지만, 알다시피 제도적 맹점으로 제한상영관 죄다 문 닫는 상태라 사실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창구는 없었더랬다. 이에, 수입사인 백두대간은 어쩔 수 없이 고육책으로 당 영화의 전체 맥락을 해치치 않는 범위에서 부분 삭제를 거쳐 등급심의 신청, 어렵사리 18세 등급을 받아 간판을 걸게 됐다.
백두대간에 따르면 삭제된 장면은 뭐 모형 페니스를 달고 애널 섹스를 시도하는 장면, 마조히스트 남자가 주인공의 소변을 마시는 장면, 동성애가 진하게 묘사된 애무장면, 눈과 입을 가린 채 묶인 주인공에게 마약을 주사하는 클로즈업 등 총 7장면. 6분여에 이른다고 한다.
심히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그래도 개봉하게 됐다니 정말 다행이다.
이렇듯, 여러 사람 속을 태운 <도쿄 데카당스>는 무라카미 류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자신의 소설 『토파즈』(1988)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던 영화다. SM클럽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인의 정신적 공황상태를 그린 <도쿄 데카당스>는 11월 개봉예정이다.
참고로 백두대간에 보내준 심의진행 일지를 함 보시길 바란다. 등급 신청비만 해도 이거 돈이 얼마냐! 돈은 돈대로, 몸은 몸대로... 백두대간 직원이야말로 정신적 공황상태를 겪지 않았을까 모르겠다. 여튼, 이런 스타일의 영화! 꽤나 선호하는 본 필자로서는 당 영화의 개봉, 무척이나 환영하는 바이다.
<도쿄 데카당스> 심의진행 일지
2004년 1월 2일 수입추천심의 신청
2004년 1월 29일 수입추천심의 불가 판정
2004년 2월 17일 초심과 동일한 무삭제 원본으로 수입추천 재심의 신청
2004년 2월 24일 수입추천재심의 통과
(15명으로 구성된 영상물등급위원 전체회의를 통한 재심의)
2005년 5월 16일 무삭제 원본으로 등급심의 신청
2005년 5월 18일 제한상영가 판정
2005년 5월 31일 부분삭제된 필름으로 등급심의 신청
2005년 6월 1일 2차 제한상영가 판정
2005년 6월 23일 추가삭제 없이 재심 신청
2005년 6월 28일 3차 제한상영가 판정
2005년 9월 6일 추가삭제 없이 심의 신청
2005년 9월 15일 18세 관람가 판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