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시대인 요즘 싸이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삶을 노출 시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이 유행에 뒤지지 않는 삶을 사는 잣대가 된 요즘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사진이나 장면이 아닌 무조건적인 카메라를 들이대야 한다면? 그것처럼 거북한 일은 없을 듯싶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자신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리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시나리오 용어로 ‘정지화면(Freeze-frame)’인 이 영화는 제목부터 아이러니를 안고 시작한다. 10년 전 억울한 살해누명을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난 숀은 자신의 억울함을 증명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모두를 녹화하며 살아간다.
결코 정지해서도 또 지나쳐서도 안되는 자신의 순간을 담고 살아가는 모습을 관객들은 불편하게 바라봐야 한다. 병적으로 자신의 기록을 담아가는 모습은 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보다는 정신병을 연상 시킬 정도로 거북하고 안쓰럽다. 영화의 주인공은 영국의 유명 코믹 배우로, 우리나라 이문식과 이미지가 겹치지만 시종일관 진중한 모습을 보인다. 그가 제 5원소에서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조수신부로 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의심스런 눈초리로 관객들 바라보는 리 에반스의 색다른 모습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90대의 카메라를 집안에 두고 살아가는 숀은 차라리 유리로 된 집에 들어가 살고 싶다라고 독백한다. 10년이란 세월을 1초도 누락 되지 않고 9만개가 넘는 테이프로 저장해 놓고 있던 그에게 5년 전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알리바이를 증명하라는 경찰이 들이 닥친다. 의기양양하게 5년전 테이프를 찾으러 지하 보관소로 들어가지만 깜족 같이 그 날의 테이프만 없어졌음을 발견하고 도망치는 숀. 긴박한 순간 속에서도 몸에 부착한 카메라를 떼지 않는 그의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하다.
태초에 인간의 모함은 누구에게서 시작된 것일까? 이 영화는 인간의 이기심이 한 인간의 인생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싫어하고 다른 취향을 가졌다고 억울하게 누명을 쓴 한 남자의 처절한 기록이다. 영화는 누가 봐도 강박증인 자신이 사실은 강박증이 아니라는 이유를 일목요연하게 제시하면서 진행된다. 왜 눈썹까지 밀며 생활하는지, 지문이 묻지 않도록 항상 수술용 장갑을 끼는 이유를 스스로 설명한다.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를 보는 게 아닌 카메라 속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영상을 만든 존 심슨 감독의 연출력은 정말 신선하다. 스릴러 장르를 충실히 따른 <프리즈 프레임>의 스포일러는 가장 멋진 곳에서 터진다. 눈으로 목격한 현실을 다시금 카메라로 되돌려 봐야 하는 숀의 모습은 강박 증에 걸린 듯 디카로 생활의 곳곳을 찍어 대는 21세기 노출증 환자인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기억은 마음속에 남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
다른 네티즌들에게 자신의 일부를 공개하는 ‘과시’와 다른 사람의 일상생활을 꾸준히 관찰하는 ‘엿보기’가 블로그의 기본적인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속 숀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현재를 기록해 나가지만 우리는 과연 무엇을 증명 하기 위해 삶을 기록 하는 것인지 그 현실성을 부정적으로 해석한 이 영화가 진심으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