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1일 오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리얼판타스틱영화제" 상영작이 발표됐다. 종로 낙원상가에 위치한 서울아트시네마 필름포럼 관에서 7월 14일부터 23일까지 열리는 이번 영화제는 개, 폐막작을 포함 총60편의 장/단편 영화가 초청 상영된다.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김홍준 운영위원장을 필두로 김영덕, 김도혜, 손소영 프로그래머가 참여한 가운데 상영작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었다. 개막작으로 1924년 소비에트 최초의 SF영화 <아엘리타 Aelita>가 선정되었고, <친절한 금자씨>가 폐막작이라는 무성한 소문이 난무한 가운데, 관객투표에서 호응을 얻은 작품을 올해 폐막작으로 선정하겠다는 깜짝 발표가 연이어 발표됐다. 개막식은 작곡가이자, 연주가인 송현주가 무성영화인 <아엘리타>을 위해 새롭게 작곡한 음악과 함께 개최될 예정이다. 폐막작 선정에 대해,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관객의 지지 하에 열리는 영화제의 성격상 능동적 참여를 기대한 하나의 이벤트로, 폐막작을 선정한다는 의의를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에서 주목되는 섹션은 '마르크스 침공!!! 동구권 SF영화' 특별전과 1930~40년대의 한국기록영화를 복원 상영하는 '특별상영'이다. 미국과 일본의 SF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낯선 체험이 될 수 있는 이번 특별전은 새로운 영화의 발견 혹은 재평가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영화제측은 기대하고 있다. 사회주의 시대 동구권의 SF영화들은 이데올로기를 포장하거나 선전하는 데에 기여했으나 영화들의 행간에서 미묘한 비판의식을 읽을 수 있다. 동구권 SF영화의 숨은 기질은 관객들에게 찾아보는 재미, 발견하는 기쁨을 쏠쏠히 제공할 것이다.
'특별상영'으로 소개되는 <조선>, <해방 뉴-쓰>(4편) 국내에 전혀 기록되지 않는 영화로써 일본 오사카 플래닛 영화자료관에서 발견 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복원작업을 마쳤다. 김홍준 운영위원장은 이번에 상영되는 한국기록영화 5편은 일종의 관공홍보뉴스로서, 제작된 지 7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태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소개했다. 국제영화제의 효용가치를 보여주는 사례로써 정보교류를 통해 영화문화의 유산을 발굴, 복원하는 게 영화제의 의의라고도 덧붙였다.
'판타스틱 영화세상', '코리아판타지', '짧지만 판타스틱' 섹션에서는 각 나라의 문화적 자장 안에서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신인감독의 작품이 눈에 띈다. 특히, 전주영화제 상영 후에 후박작업을 다시 해, 이번에 '코리아 판타지' 부분에서 재상영되는 <브레인 웨이브>(신태라 감독)는 판타스틱영화제의 독립적이면서 편견 없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장편 기준으로 눈에 띄는 작품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 캐나다영화 <하얀 살갖>, 독일영화 <우리는 여기에 없었다>등이 있고 , 단편부분에서는 <새벽이 오기 전에>, <핵분열 가족>, <당신만을 사랑해> 같은 기발한 영화들이 포진돼 있다.
리얼판타스틱영화제는 모든 것의 틀을 깨고 선입견을 지워 새롭게 시작하자는 뜻의 'REMOVE'라는 슬로건아래 열리는 축제인 만큼 지자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열린다. 박찬욱, 김혜수가 가입한 후원회 '레알판타패밀리'에서 모인 성금 1천5백만 원은 액수에 관계없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리얼판타스틱영화제를 지지하는 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판타지는 세상을 지배한다"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의 영화를 프린터 통째로 지원해준 어느 감독처럼 오는 7월, 각박한 일상에서 탈출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환상적인 영화낙원이 낙원상가 옥상에서 제대로 멍석 깔고 왁자지껄 펼쳐진다.
취재_최경희 기자
사진제공_뉴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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