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가 은하전쟁의 시작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시스의 복수>는 <스타워즈 에피소드Ⅳ: 새로운 희망>(1977년)과 정확히 순환구조를 이루며 에피소드Ⅰ,Ⅱ와 ⅣⅤⅥ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한다.
오래도록 이야기의 끝을 보길, 혹은 영원히 지속할 이야기로 남기를 바란 골수팬들에게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시스의 복수>는 만족할 만한 내러티브의 응집성과 비주얼의 신기원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생과 사의 이치에 조응한 인물들의 배치는 뚜렷하고, 여인의 사랑은 점점 비극으로 치닫는다. 재능 많은 소년 아나킨(헤이든 크리스텐슨)은 스승 오비완(이완 맥그리거)을 능가하며 ‘힘’에 마력에 점차 이끌린다. 제다이 자체가 자신의 (정신적) 힘을 믿는 존재지만 아나킨의 ‘두려움’은 육체 즉, 죽음에 직면하는 인간의 유한한 육체성에 있기에, 다스 시디어스의 유혹은 그만큼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스 베이더의 탄생이 담긴 <시스의 복수>는 오비완의 절규와 비애를 아우르며 전체 에피소드 중 울림이 가장 크고 깊다. 동시에 길고 긴 은하전쟁의 태동을 알린다.
다스 베이더의 재등장을 보기위해 20년 넘게 기다린 것치고 에피소드Ⅰ,Ⅱ의 서사는 늘어지고 빈약했다. <에피소드Ⅲ>는 그 모든 것에 대한 한풀이를 하듯 오프닝부터 압도적 스케일의 대규모 전투씬을 전시하며, 주인공들을 점점 더 깊은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아나킨이 선을 버리고 악을 선택하는 심리이동에 무게중심을 잡으며 첨예하게 갈등을 배치한 탄탄한 구조 또한 짜임새 있다. 아미달라(나탈리 포트만)의 사랑은 아나킨이 포스의 어두운 힘에 끌리게 만드는 원인임과 동시에 은하계의 ‘희망’을 잉태한다. 양날의 검처럼 모든 사건들은 두 가지의 의미를 지니며 장대한 서사의 시작과 마침표를 찍는다.
그러나 영화 기술상의 문제로 뒷이야기부터 시작했던 <스타워즈>는 그 ‘기술’ 때문에 ‘전설’로 남지 못한 한계성을 지닌다. 원을 그리며 웅장한 서사를 만들었던 은하전쟁의 연대기를 따져보니 이 모든 것이 질곡의 ‘가족사’에서 비롯한다. <에피소드Ⅲ>가 공화국의 멸망과 제국의 시작을 알리고 있지만 결국에는 아나킨과 오비완의 1:1 광선검 결투로 상징되듯, 전체적인 이야기가 <에피소드Ⅳ>에 등장하는 루크와 레아공주의 출생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30년 가까이 써내려간 장대한 서사극은 “내가 네 애비다”라는 단 한마디로 정리된다. 좀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도 있었을 텐데, 에피소드1~3은 아나킨이 다스 베이더가 되는 과정에 치우쳐 은하연대기를 배경에만 머무르게 한다. 물론, 다스 베이더에 관한 충실한 설명은 나머지 에피소드를 풍성하게 이해하도록 돕지만 말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Ⅲ:시스의 복수>는 기력 좋은 노인네라 볼 수밖에 없는 요다와 다스 시디어스의 광선검 결투씬만으로도 새로운 스타워즈 매니아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완성도와 독립성이 강한 작품이다. 때문에 스펙터클하게 가족사를 포장한 장대한 서사극이라고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영화 테크놀로지의 가공할 만한 성취를 길어 올린 이 시리즈의 처음과 끝을 우리는 직접 목도하며 향유하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