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연을 뒤로 한 채 서 있는 검은 실루엣만으로 영화의 많은 것을 드러내는 갑빠어린 이미지 |
|
안녕하십니까, 무비스트 출장전문기자 서기자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다녀 온 강제규 감독의 야심작 <태극기 휘날리며(제작:강제규필름)>의 경남 합천 평양시가지 세트장을 여러분에게 스틸 컷을 통해 화끈하게 지 마음대로 한번 공개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오늘은, 급박한 긴장감이 감도는 날 것 그대로의 현장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보여드리고자 말투를 요로코롬 한번 바꿔봤습니다.
순제작비만 145억이라는 허걱스런 규모의 떼돈이 투입된 <태극기 휘날리며>는 뭐 대충 아시다시피 골육상잔의 비극을 초래한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이데올로기니 이념이니 하는 짱구에 김나는 소재보다는 전쟁터에 내몰려 힘겹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던 형제 진태(장동건)와 진석(원빈)의 가슴절절한 이야기를 골자로 하고 있는 스펙터클한 전쟁 드라마입니다. 자 그럼 저와 함께 그날의 현장으로 가보시죠.
▶ 경남합천 촬영세트장까지의 여정
| 다들 밥먹으러 가고....텅빈 버스 안 |
| | 길을 나선 자들의 안식처, 휴게소 화장실 |
|
그랬습니다. 우리 무비스트 출장전문요원들은 살맛나는 일요일에 눈물을 머금고 광화문에 위치한 프레스 센터 앞으로 오전 9시에 집결해 세 대의 버스 중 주최측이 정해준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그리고나서 대략 5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의 기나긴 여정을 앞두고 우리는 침묵으로 저널리스트로서의 마음자세를 다짐한 채 바로 수면으로 Z~Z~Z~Z.......
늘씬하게 잠 한 숨 때리고 나니 밥 먹으라는 경사스런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습니다. 바로 휴게소에 도착한 것이었죠. 우리 기자단은 피곤함을 물리치며 뒤도 안 돌아보고 식당을 향해 휘리릭 전진했답니다. 그래서 보시는 바와 같이 버스 안은 텅텅 비어 적막함으로 그득했구요. 다만, 뭐 매체의 기자가 결식 아동 마냥 홀로 차량을 지키고 있어 본 기자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그리고 여행길의 영원한 안식처인 휴게소의 남녀 화장실. 언제 봐도 친근하고 길을 나선 자들을 여유롭게 해주는 극락정토에 다름 아니죠.
▶ 도착한 직후
| 드높은 기품과 드넓은 고고함으로 수 많은 무리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무비스트 출장전문 촬영기자 |
| | 아무 데서나 카메라 한방을 요구한 주최측의 홍보 처자 |
|
드디어 뛰뛰빵빵을 울려 대며 5시간 동안 뜨거운 도로를 마구 달려온 끝에 세트장에 도착했습니다. 오자마자 80여 명에 가까운 거의 DOG떼 수준의 기자단은 포연 가득한 전장과 다를 바가 없는 스펙터클한 현장를 좀더 멋들어지게 사진과 동영상에 담고자 튼실하게 구축된 비계 위로 바리바리 올라가 위 이미지와 같은 장관을 연출했답니다. 그리고 아무데서나 본 기자에게 사진 한방 박아달라고 요구한 저 아리따운 두 여인네는 기자단을 일사불란하게 가이드한 주최측의 홍보맨입니다. 동원예비군 훈련 나온 야비군마냥 심하게 이리저리 왔다리갔다리 한 기자들을 그럼에도 사근사근한 미소를 머금고 끝까지 이끌어준 점, 다시 한번 머리조아려 감사드립니다.
▶ 평양시가지 세트
| 상공에서 부감으로 잡은 평양시가지 |
|
전차도 보이고 군용차량도 눈에 띄는 지금 보시는 현장이 국군과 인민군이 치열하게 교전을 벌이는 장면을 담고자 지은 평양시가지 세트장입니다. 물론, 일부분일 뿐입니다. 스틸를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이날은 햇살이 얄궂게도 산산이 부서지며 땅에 내려 앉아 여러 모로 상당히 에로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의 이성훈 프로듀서 왈 “길어봤자 10초밖에 화면으로 나오지 않을 이날 공개 신을 위해 소비된 예산은 5천만원 정도다. 엑스트라도 백명이 넘게 투입됐다. 워낙 위험한 신이다 보니 반 이상이 전문 스턴트맨들이다”라고 그날 신을 친절하게 설명해줘 일단 우리 기자단을 “우~와!” 놀래켰고 이어 “수십 정에 화기에서 쏘아 댄 총알도 한방에 이천원씩입니다”라며 멘트를 마무리해 우리 기자단을 또 “우우~~와!” 조금 더 길게 놀래키며 영화에 들어간 물량이 장난이 아님을 시사했습니다. 어쨌든, 야비군훈련 나가 시가지전 하던 것과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정말이지 실감나는 전투신이었다는 소식 전해드리며 다음 컷을 보도록 하죠.
▶ 던킨 도너츠와 북한군 짚차
| 역사의 아이러니 |
|
어떠십니까? 참으로 아이러니 하지 않습니까? 인공기의 별이 그려진 북한군의 짚차 위에 살포시 얹어 있는 미국의 그 유명한 도너츠 회사 던킨 도너츠의 상자. 끼니를 제대로 때울 수 없는 스탭들이 막간을 이용해 먹었다가 방치해둔 것이 이렇게 묘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더욱 기이한 것은 세계 40여 개국에 수출하는 미국의 거대 회사 던킨 도너츠의 창립년도가 6.25가 발발한 1950년이라는 사실입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우리네야 이미 쌀나라 미국(米國)의 탐욕스런 자본과 권력 아래 들어선 지 오래 지만 아직까지도 북한과 미국은 절대 포개질래야 질 수 없는 관계인 것이 현실인데, 이렇게 영화의 소품을 통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니, 참으로 어떤 말로 형언해야 할지 먹먹할 뿐입니다. 그나저나 다 먹었으면 상자는 치우지, 괜시리 뚜껑열어봤다 딸랑 도너치 한 개도 없는 현실을 목도하고 본 기자 심히 허탈했습니다.
▶ 이런저런 풍경 하나
| 왼쪽의 시커먼스가 장동건 |
| | 막간을 이용해 고단한 몸을 풀어헤친 인민군 엑스트라 |
|
| 전쟁통에 내몰린 예스런 풍금 |
| | 레닌....그리고 김일성 |
|
맨위 왼쪽 사진은 촬영을 마친 후 배우와 제작진이 어케 그럴듯하게 때깔이 잘 나왔나 모니터를 통해 모니터하고 있는 이미지입니다. 왼쪽에 위치한 시커먼스가 바로 장동건입죠.ㅋㅋㅋㅋ. 오른편에 액션을 책임진 정두홍 무술감독도 보이고, 우동건 좌두홍을 거느린 우리의 총 지휘관인 강제규 감독도 선글라스를 낀 채 중간에 떡허니 앉아계시고.
그 옆에 있는 스틸컷은 엑스트라로 출연했던 인민군이 잠시 막간을 이용해 쉬고 있는 모습입니다. 딱 봐도 알겠지만 얼마나 몸이 고단하겠습니까? 다른 장르의 영화도 아닌 전쟁영화니. 철푸덕 땅에 주저 앉아 휴시를 취하는 저들, 비록 단역에 불과하지만 한국영화가 여기까지 오는 데는 저들의 구슬땀스런 노고가 더 없이 귀한 자양분으로 쓰였다는 점 절대 잊어서는 안됩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참혹한 전장으로 인해 밖으로 내몰린 예스러운 풍금입니다. 선혈이 낭자하는 한 복판 속에서도 단아하게 놓여 있는 저 풍금의 이미지, 포악한 당시의 현실 속에서도 이상하리만치 순수한 동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어떠한 명분으로도 전쟁은 부조리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겠죠. 지금 미국이 저지르고 있는 작태처럼 말입니다.
폭격으로 형체조차 구별할 수 없는 벽에 붙어 있는 저 인물은 후진국 러시아에 급진적인 마르크스주의를 도입해 러시아 공산당을 창설한 소련 최초의 국가원수 레닌입니다. 물론, 그 옆에 나란히 놓여 있는 사람은 김일성 주석이구요. 뭐 김일성이야 이렇다저렇다 할말 없지만 레닌이야 아직까지도 그에 관한 서적이 많이 읽혀지고 있는 걸 보면 역시나 대단한 역사적 인물이라 단상됩니다.
▶ 이중사! 이중사!
| 대범하기로 소문난 본기자도 화들짝 놀라버린 폭발 신 |
|
이날 촬영신의 하이라이트입니다. 진태가 인민군 대좌(최민식)을 발견하고 혁혁한 공을 세우고자 위험을 무릎쓰고 적진으로 뛰어가는 신입니다. 그리고 그의 동료인 공형진이 그를 만류하고자 이중사!를 외치며 그를 뒤를 쫓아갑니다. 이미지를 보시면 알겠지만 저날 폭발신, 대범하기로 소문난 본 기자조차도 화들짝 놀랄 만큼 무지막지하게 막 터졌습니다. 물론, 파편이 여기저기 떨어졌지만 다행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답니다.
이러한 신이 한 둘이 아니다보니 대부분의 장면을 대역없이 연기한 배우은 물론이고 스탭까지 수억 원에 이르는 보험을 들어놨다고 하더군요. 암요 그래야죠. 우좌지간, 전장을 방불케하는 이 같은 폭발 장면으로 인해 수많은 기자들 소스라치게 놀라 자빠지면서도 간만에 보고 느끼는 화끈한 장면 연출로 은근히 신나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 이런저런 풍경 둘
| 폐허가 된 평양시가지 |
| | 겁먹은 장동건,,,,,NO |
|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폐허가 된 평양시가 입니다. 특히, 저 뒤에 45도 각도로 지반이 무너진 건물의 품새가 상당히 주목됩니다. 이게 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제작진의 노력의 결과겠죠. 여튼, 뇌리에 강하게 남는 풍경이었습니다.
언 듯 봐서는 강제규 감독한테 호되게 꾸중을 듣고 잔득 겁먹고 차렷 자세로 서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아 물론, 그건 아닙니다. 우연하게도 저런 부동의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을 뿐입니다. 하지만 강제규 감독의 목소리 하나하나에 장동건은 분명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다 알고 있지 않습니까? 장동건이 성실하고 좋은 배우라는 사실 말입니다.
▶ 다르지만 같은 이미지
| 촬영을 마치고 한 자세 취한 전장의 용사들 |
| | 말끔하게 귀환한 용사들 |
|
어떻습니까? 상당히 극과 극을 이루는 컷이라고 보는데...물론, 같은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피사체가 동일 인물이고 아무리 어둠과 잿빛 재이 그들을 가린다 할지라도 그것마저 삼켜버리고 자신의 아우라를 드러내는 배우들이니까요. 좀 비유가 심했나요. 여튼, 왼쪽의 사진은 모든 촬영을 마치고 취재단을 위해 마련된 포토 타임의 현장입니다. 어둠이 사위에 빼곡히 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난리가 아니었죠.
요술을 부린 듯 어느 새 말끔하게 차려입고 단상에 오른 오른쪽 컷은 기자회견장의 모습입니다. 아,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의 김동호 위원장님도 이 자리에 참석하셨답니다. 40분간에 걸쳐 이뤄진 회견은 장동건 원빈의 세심하고 조심스런 답변과 위트 있는 유머로 말과 함께 웃음을 날린 공형진 김수로 양쪽 진영으로 나눠져 아주 흥미롭게 진행됐습니다.
▶ 공식 일정을 마치고...
| 공식 일정을 모두 마치고 숙소에서 쇠주일잔 |
| | 안전 운행으로 기자단을 편안하게 목적지까지 공수하신 기사 아저씨 |
|
1박2일로 일정이 잡혀 있던 터라 저녁식사를 마치고 느지막한 시간에 숙소로 들어왔습니다. 지방이라 그런지 유난히 깊어가는 가을 밤이 청명하더군요. 그래서 본의 아니게 술이 땡겼답니다. 숙소가 외진 곳에 있어, 어쩔 수 없이 보시는 바와 같이 초코렛 사탕과 샌드위치를 안주삼아 한 음주 했습니다. 참으로 처량하지 않습니까? 재떨이와 소주잔도 없이 말입니다. 하지만 자시가 넘었음에도 죽마를 나누는 소주와 서서쏴(남자) 동료들이 있으니 뭐가 그리 대수겠습니까?. 마냥 좋을 뿐입죠. 그리고 후덕한 인상을 지니신 왼쪽 사진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우리 기자단을 서울에서 경남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주신 버스의 기사님입니다. 이분 역시 티는 나지 않지만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영화인입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방문했을 당시 95%에 이르는 막바지 촬영에 여념이 없던 <태극기 휘날리며>는 얼마 전 크랭크업을 하고 후반 작업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개봉은 내년 1월 16일로 잡혀구요. <쉬리>이후 한국영화를 이야기할 때 늘 거론되는 강제규 감독의 야심작 <태극기 휘날리며>. 한번 기대해보도록 하죠.
이상 경남합천에 다녀온 무비스트 출장전문기자 서기자였습니다.
*그날의 스펙터클한 현장을 좀더 피부에 와닿게 보고픈 네티즌 제위들께서는 어김없이 여기를 질끈 눌러주시면 됩니다.
취재:서 대원
촬영:이 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