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스트=박은영 기자]
감독: 박찬욱
배우: 탕웨이, 박해일, 이정현, 박용우, 고경표, 김신영
장르: 멜로, 로맨스, 드라마, 서스펜스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시간: 138분
개봉: 6월 29일
간단평
산에서 추락한 남자의 변사사건을 맡게 된 '해준'(박해일)은 조사 차 그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난다. 자살로 단정하기는 석연치 않은 정황에 어딘가 의심스러운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 해준, 그녀가 유력 용의자라고 주장하는 후배(고경표)의 말에 선뜻 동의하지도 반박하지도 못한다.
남편 살해 용의자인 아내와 그의 담당 형사라는 익숙한 구도 안에서 <헤어질 결심>은 수사물, 스릴러, 블랙 코미디 그리고 멜로까지 장르적인 변주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 영화에 대해 박 감독은 일찍이 어른의 사랑이야기라고 예고한 바 있다. 감독이 그린 사랑이야기, 그것도 ‘어른’의 사랑이란 표현에 세고 높은 수위를 기대하거나 예상한 이가 적지 않을 터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이후 모처럼 청불이 아닌 15세 관람가 등급으로 관객을 찾은 감독이 허를 찌르듯 영화는 일견 순하고 얌전해 보인다. 일종의 귀여움마저 꽤 자주 감지된다. ‘붕괴되었다’고 자조하는 유능한 형사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선택했다는 여자 사이의 깊고 진한 감정은 오가는 몸짓과 대사 속에 녹아들어 때론 블랙 유머로 때론 한숨 같은 탄식으로 발화한다. 이때 서스펜스와 텐션의 고조를 조성하는 주제곡 ‘안개’를 비롯한 OST와 사운드는 또 다른 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는 한마디로 진하되 묽고, 깊지만 가볍고, 복잡하지만 쉽다. 근간의 정서는 깊고 절절하지만, 전체적인 톤은 유머러스하고 경쾌하다. 구성은 촘촘하지만, 템포는 여유로워 숨 가쁘게 흐르지 않아 때론 웃음도, 때론 아릿함도 그리고 여운도 취향이나 선호에 크게 상관없이 즐길 만하다.
감독은 부산과 이포, 두 도시를 배경으로 산의 풍경으로 시작한 전반부와 바닷가 풍경으로 끝맺는 후반부로 나눴다. 다른 듯 비슷하게, 비슷한 듯 다르게 배경과 주변인물, 정황, 정서, 분위기에 있어 대비하게끔 배치해 이야기를 변주해 나간다. 또한 영화는 서래가 중국인이라 한국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용하는 마침내, 단일한, 심장, 운명 등등의 고풍스러운 단어에서 오는 맛을 한껏 살려 감정을 드러내는 포인트로 삼아 색다름을 더했다. 박해일, 탕웨이 두 주인공 외에도 박용우, 이정현, 고경표, 김신영, 서현우 그리고 박정민까지 다채로운 배우가 함께했다. 감독이 그들에게 부여한 얼굴을 살펴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람포인트다.
2022년 6월 29일 수요일 | 글 박은영 기자( eunyoung.park@movist.com 무비스트)
무비스트 페이스북(www.facebook.com/imov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