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 감독님의 영화가 연속 2회 칸느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았다. 아직 공개도 되지 않은 작품이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았다는 사실은 영화의 완성도를 떠나 화제가 되기에 충분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당연히 많은 이들은 과연 어떤 영화이길래... 라는 기대감으로 영화를 기다리게 되었고, 마침내 며칠 전 언론 시사를 통해 공개된 <취화선>은 왜 이 영화가 칸느에 초청을 받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명확히 드러나는, 임권택표 영화임이 확실해 보였다. 전작 <춘향뎐>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영화의 중심으로 가져온 <취화선>은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에 대해 경계를 허물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장인정신에 기해 섬세하게 드러내고 있다. 특히나 신기에 가까운 연기를 펼쳐보이는 장승업 역의 최민식은 가히 환상적인 연기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시사회가 시작되기 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말을 아꼈던 만큼 배우 최민식은 영화 속에서 완전히 장승업 이라는 인물로 부활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백의 미를 살린 특징적인 한국화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살아 있는 영화 <취화선>은 한국화에 대한 지나친 교훈만 없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러한 교훈의 한마디가 오히려 외국 관객들에게는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알리는데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면서, 감독의 우리 문화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서편제>, <춘향뎐>에 이어 계속되어지는 "창"에 대한 애정도 곳곳에서 드러나며, 그 외에도 한국 문화의 모든 아름다움이 화면 곳곳에서 소리와 영상으로 촘촘히 묻어난다.
최근에 등장하고 있는 한국 영화들처럼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거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네 자연이 한 폭의 그럼이고, 그러한 아름다움 속에서 우리네가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될 때, 진정 <취화선>은 스크린 속에 비추인 그림자가 아닌 현실로 살아나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