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의 신작 [나쁜 남자]가 2002년 2월 6일부터 2월 17일까지 열리는 제 52회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이 확정되었다. 이로써 김기덕 감독은 2000년 [섬], 2001년 [수취인불명]으로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연속 진출한 데 이어 연달아 베를린 경쟁 무대에 신작을 올림으로써, 프리미엄급 영화제 경쟁 부문에 3년 연속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임은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일로써 강한 개성과 독창성, 왕성한 작품 생산 능력을 겸비한 김기덕 감독만이 해낼 수 있는 결과라고 하겠다. 특히, 내년 1월말에는 김기덕 감독의 전작 [섬]이 베를린에서 개봉될 예정이어서 김기덕 감독이 베를린의 스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영화제 선정위원들도 의식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이는 김기덕 감독이 국제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나쁜 남자]는 세계 유수의 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이 꼭 보고 가야 할 영화로 꼽았는데, 상영이 끝난 직후 여러 곳에서 초청을 암시하는 조치를 취해왔다. 그 가운데 베를린 영화제의 신임 집행위원장인 디이터 코슬릭(Dieter Kossilck)을 비롯, 파노라마와 포럼 부문의 프로그래머, 아시아 영화 담당 등 베를린의 주요 멤버 4인은 시사회 직후 내부 토론을 거쳐 가장 빠르게 '경쟁 부문 초청' 의사를 보내왔다.
[나쁜 남자]에 대한 국제영화제 인사들의 반응은 김기덕의 영화 가운데 최고라는 점, 조재현이 "Great Actor!"라는 점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아이러니 하게도 베를린 팀은 이 영화의 내용, 특히 결말 부분에 대해 정치적인 유감을 표시하면서 베를린의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르겠다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코슬릭 위원장은 베를린에 돌아간 직후 밝힌 입장에서, "2년 전 베를린 파노라마 부문에서 상영되었던 김기덕 감독의 [파란 대문]이 관객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다"며 경쟁 부문 초청 의지를 못박았다.
배우 조재현은 [수취인불명]의 배우로서 2001년 베니스 영화제 경쟁 무대에 선 이후 다시 [나쁜 남자]의 주연배우로서 2002년 베를린에 나가게 됨으로써, 2년 연속 프리미엄급 영화제 무대를 밟는 진기한 기록을 아울러 세우게 되었다. 최근 TV 드라마 '피아노'로 최고의 인기 스타 자리를 누리고 있는 조재현은 김기덕 감독 영화 세계의 진정한 동반자이자 공동 창조자로서, 이제 국제적인 배우들과 나란히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력을 겨루게 된것이다.
[나쁜 남자]는 국내에서 2002년 1월 11일에 개봉할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