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열병에 갑자기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격정적인 사랑이라도 시작되는 순간 잊혀지는 것 역시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슴 아프게 경험하게 되죠. "
상우는 어느 겨울 강릉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는 은수(이영애)와 녹음 여행을 떠나게 된다. 풍경소리를 담으러 간 산사에 눈이 내리자, 상우를 깨워서 그 순간을 담는 은수. 포근하게 내리는 눈과 함께 그들 속에 있던 감정들이 소복이 쌓인다. 그리고 짧은 사랑 뒤의 이별.
"이 나이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사랑하고 아파했던 기억이 있겠죠. "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일까.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수백번을 걸러낸 듯한 정제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열달 가까이 공을 들였잖아요. 기본 캐릭터만 놓고 허감독과 끊임없는 대화와 고민을 거쳐 이야기를 완성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20번 정도 대사와 설정을 바꿔가면서 하루 종일 찍었던 기억도 있다. 지난해 '동감' '가위' '리베라 메'까지 쉴틈없이 몰아쳤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상황.
"내 안에, 그리고 필름에 상우의 기쁨과 아픔이 차곡 차곡 쌓이는 것 같았습니다. 잊지못할 소중한 경험이었죠."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사랑과 죽음에 대한 편린들을 섬세하게 엮어내 호평을 받은 허진호 감독. 새벽에 편집을 끝내놓고는 흥분한 목소리로 그에게 전화를 걸 정도로 상우에게, 유지태에게 깊은 애정을 보냈다. 그리고 이심전심.
"느린 진행과 한 장면, 한장면 일일이 디테일한 부분까지 챙겨야되는 연기가 때로는 짜증스럽지 않았냐"는 '우문'엔 바로 '현답'이 돌아온다. "신인때는 영화란 한 곳에 절정을 주기 위해 나머지는 흘려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영화란 삶을 담아내는 것 아닙니까. 내 삶 중에 어느 한부분 흘릴 때가 있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중앙대학교 대학원 첨단영상정보학과 2학기차인 그의 평점은 A. '시나리오 작법'은 촬영때문에 출석을 제 때 못해 B+를 받았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믹싱 작업을 하는 일본까지 쫓아갔을 정도로 '봄날은 간다'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지나간 일들을 돌아보게 하는 영화"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유지태. 상우가 사랑의 상처를 통해 성숙해졌듯,그 또한 배우로서 한 뼘 더 깊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그리고 그의 봄은 이제 막 시작됐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마도 가을 햇볕을 닮은 따뜻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미소에 반해버렸기 때문인가보다.
<자료출처 : 스포츠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