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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릭스 2 리로디드’를 둘러싼 질문들 II
이영순 칼럼 from USA | 2003년 5월 23일 금요일 | 이영순 이메일

▶ 트리니티와 추억의 원더우먼-못 알아먹는 영화를 잠시 두고 고찰하기

전에 원더우먼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본 적이 있다. 읽으면서 얼마나 웃기던지. 원더우먼 바비 시리즈도 보고, 이제 늙어버린 고상한 할머니 원더우먼 사진도 봤다. 감개무량했다. 그녀처럼 <매트릭스>의 트리니티도 여전사이자 영웅이다. 네오만이 영웅은 아니다. 비디오 게임영화 같은 <매트릭스>를 보며 두 명의 여전사들을 특징별로 비교해봤다. 왜? 재밌으니까.





* 이름
트리니티(Trinity)-성서에서 삼위일체란 뜻이다. 트리니티의 무엇이 삼위일체인지는 모르겠다. 그녀의 매트릭스 이름은 알려져 있지않다.
원더우먼(Wonder woman)-놀라운 여자다. 뭐가 놀랍냐면 주 공격술도 놀랍고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것도 놀랍고, 쭉쭉빵빵 몸매도 놀랍다.

* 출신성분
트리니티-매트릭스 이름이 없어서 파악 못했다.
원더우먼-다이아나 공주. 버뮤다 삼각지 부근에 위치한 여인 왕국인 신비의 섬 파라다이스 출신으로 엄마가 왕비다.

* 직업
트리니티-해커, ‘더 원(The one)’을 위해 일한다.
원더우먼-대사, 세계 평화를 위해 일한다.

* 남자친구
트리니티- 인류의 운명을 건질 네오란 남자, 과거 그녀와 같은 해커였다.
원더우먼-섬에 불시착해서 떨어진 미군장교 스티브 트레버.

* 활동무대
트리니티-Nebuchadnezzar
원더우먼-뉴욕

* 의상
트리니티- 섹시하고 멋진 검정 가죽 잠바, 팬츠. 일명 세련녀(Cool and Chic)패션.
원더우먼- 빨강파랑 성조기, 찢어지는 순간까지 입고 다니며 별 달린 왕관과 빨간 망토.

* 교통수단
트리니티-호버 크래프트(현실세계), 62 링컨 컨티넨탈(매트릭스)
원더우먼-투명 전투기이나 말만 투명이지 타고있는 그녀는 다 보인다.

* 명언
트리니티- 어서 피해~!!
원더우먼-싸워대고 화장하고 날아다니고 남자들을 밧줄로 묶느라 말할 시간이 없다.

* 주 특기
트리니티- 우아한 발차기, 20초간 공중부양, 계단 빨리 내려가서 공중전화 걸고 탈출하기, 지붕 날아다니기.
원더우먼- 금 밧줄로 적들을 때리고 묶고 팔찌로 총알 피하기.

* 미래 전망
트리니티-인류를 구원할 ‘더 원’일지 모른다.
원더우먼-슈퍼맨일지 모른다.

▶ 3억 불 짜리 질문-대체 왜 난 못 알아먹지
영화는 138분동안 3억 불짜리 질문을 묻는다. ‘어디가 진짜 세상이지’,’누가 우리를 통제하지?’ 고약하게도 이 질문이 모든 철학의 파편들을 통해 묻는다. 장 보들리에의 주장, 불교, 기독교적 말세론, 도교, 융 심리학 등 따지고 캐내면 별게 나온다. 그래서 갖다 붙이면 포스트모던식 철학적인 영화다. 내 식으로라면 이 영화는 철학용 테스트 영화다. 그럼에도 ‘철학영화’라고 분류하지 않는 건 이 영화의 목적이 철학적인 사고를 위해서가 아닌 오락을 주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워쇼스키 형제가 이 영화를 만들게 된 탄생 설화가 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듯 할리우드 영화에 오리지날은 없다. 형제는 <바운드> 이후 별 다른 영화를 못 만들었다. 그러던 어느날 일본 아니메(일본애니메이션)인 <공각기동대>를 보고는 곧장 프로듀서에게 액션영화인 다른 버전으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 후 만들어진 것이 <매트릭스>다. 그런데 <매트릭스>는 이미 오래 전부터 가상현실을 다룬 과학소설이나 SF 영화로 다뤄졌고, 우리의 자유의지를 둘러싼 영화속의 질문이 던져졌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 안에도 이미 나온 수십 편의 다른 영화와 같은 복사씬이 있고, 복사판 대사가 있고, 던져진 복사판 질문들이 분리 수거되고 압축, 재창조되어 쌈박하게 물어진다. 묻기는 엄청 묻는데 답도 친절히 알려준다. 모피어스는 네오에게 말한다. ‘이 세계가 너의 눈을 잡아당겨서 네가 진실을 못 보게 되지 않았니’, ’뭐가 진짜지?’. 네오는 이미 선택되었다. 네오와 ‘너’만 모를 뿐이다.

<매트릭스 2 리로디드>에서 던져진 철학적인 문제들의 답 가운데 결정론이 있다. 인간은 자유의지가 부족하고, 모든 선택은 이미 결정되어있고 고정되어 있으니 모든 선택은 환상이란 것이다. 답으로 가는 행로를 보여 주는게 아니라 이미 결정되어있으니 이 영화는 두 시간동안 철학을 오락거리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된다. 하지만 3억불짜리 질문이 그냥 질문인가. 보고나니 뭔지 모르겠다, 껄적지근하다면 그 기분을 쫓아가며 함께 사유하기를 바란다. 사유는 언제나 즐겁다. 워쇼스키 형제는 철학적인 퍼즐을 영화 속에서 던졌고, 그 퍼즐은 우리를 만들고 통제하고 있는 이가 던지는 퍼즐일지 모른다. 그 퍼즐조각을 맞추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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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fl529
좋은 글 감사~   
2009-09-21 18:36
kpop20
퍼즐조각 맞추고 싶네요   
2007-05-24 15:42
js7keien
사유와 액션의 종합퍼즐, 리로디드!   
2006-10-08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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