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Harry Potter and the Chamber of Secrets | 2003년 1월 3일 금요일 | 김현수
Original Music by 존 윌리암스 John Williams
재난영화가 황금기를 누리던 70년대의 대표작 <타워링> 과 <포세이돈 어드벤쳐> 를 모르는 세대라도, 또한 <슈가랜드 특급> 과 <미지와의 조우> 가 스티븐 스필버그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라도 말이다… 존 윌리암스라는 한 영화인의 이름은 본의아니게 여러 번 들어봤음직하다. 설령 그의 이름을 듣고 영국 왕실의 왕족으로 착각하거나, Williams 라는 Family Name 을 가진 미국 연예인이라면 로빈 윌리암스나 바네사 윌리암스 외에는 언뜻 떠오르는 이가 없다손 치더라도 ‘스타워즈’ 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메인 타이틀 음악을 듣게되면 ‘아하~ 이 노래!’ 라는 감탄사 아닌 감탄사를 터트리게 될 것이니… 그가 프랑스의 어느 지방에서 어느 달에 출하된 포도주를 즐겨 마시는 지 아는 이의 수가 미미한 만큼 그가 만든 음악을 생판 기억하지 못하는 이의 수 역시 미미할 것이라 생각된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죠지 루카스의 단짝 콤비이자 역대 북미 BOX OFFICE BEST 10 영화중 5편 (2위의 <스타워즈>, 3위의 < E.T. >, 4위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6위의 <쥬라기 공원>, 8위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이 그의 손을 거쳐간 영화라는 점, 그리고 지난 33년 동안 (1970 ~ 2002) 총 24번의 아카데미 후보로 지명되어 5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들고 수상 소감을 발표하였으며 이 이외에도 17번의 그래미 음악상 수상, 3번의 골든 글로브 수상, 2번의 에미상 수상 그리고 5번의 BAFTA상 (영국의 아카데미) 수상 … 등등 이 모든 것은 존 윌리암스의 영화음악 작곡 능력과 유명세를 잘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중에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1932년생인 존 윌리암스는 UCLA 와 줄리어드 음대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하였으며 헐리우드 유성 영화시대의 전성기를 열어간 알프레드 뉴먼 (대표작으로는 <왕과 나> 가 있으며, 20세기 폭스사의 로고 타이틀송인 ‘20세기 폭스 팡파레’ 의 작곡가이기도 하다.) 으로부터 영화음악 작곡 능력을 하사 받게 된다. 1980년도에는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톤 팝스 오케스트라의 19번째 상임 지휘자로 지목되어 1993년도까지 무려 13년 동안을 미국 최고 인기의 오케스트라로 이끌기도 했다. 이처럼 존 윌리암스의 음악 색깔은 전통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겸비한 클래식 음악에 주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때로는 그의 이러한 음악적 노선으로 말미암아 일부 영화인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하는데… 그가 50년동안 큰 변화없이 취하고 있는 음악 스타일은 이제 너무 진부하다는 것, 그리고 영화의 작품성이나 예술성보다는 오락성이나 대중성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 그가 받고 있는 비난의 주 내용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영화인이나 영화팬들은 그의 변치않음은 장인으로서의 고집이지 아집이 아니며, 스필버그와 루카스 필모그라피의 시작부터 존 윌리암스는 함께 하고있다고 말하고 있다.
만약에 말이다… 모짜르트가 젊은 나이에 요절하지 아니하고 무병장수하여 오랫토록 작곡 활동을 하였더라면 오늘날과 같은 명성과 그의 음악적 천재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본의는 아니였다지만 결과적으로 박수를 받을 때 이 세상을 뒤로한 모짜르트였기에 후세에 길이 길이 칭송되고 있는 것은 아니였나 싶은 생각이 든다. 존 윌리암스도 마찬가지이다. 50년 동안 150여편의 TV,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오리지날 스코어 작곡 솜씨는 가히 당대 최고라고 해도 한치의 모자람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변치않음이 미덕으로 간주되기도 하지만 흉으로 보이기도 함은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또한 이러하다 보니 존 윌리암스가 근래 발표하는 스코어들은 그 자체로서의 가치보다는 그의 이제까지의 업적만으로 평가되어지는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그의 전성기 시절의 음악이였던 ‘스타워즈’ 나 ‘인디아나 존스’, ‘E.T’ 의 그것들 말이다. 실제로 필자역시 가끔은 헷갈리곤 하기도 한다. 어쩌면 존 윌리암스 자신도 오묘한 매너리즘에 사로잡혀 있음일지도 알 수 없는일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작품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역시 뛰어난 완성도와 작품 해석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전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과는 또다른 어둡고 불길한 징조가 이곳 저곳에 엄습해 있음이 그러하며 전작에서 이어져온 귀여운 꼬마 마법사들의 엉뚱한 호기심이나 최소한의 판타지물이 지녀야할 요소들 역시 잃지 않고 있음은 역시 존 윌리암스라는 찬사가 절로 나올 정도이다. 영화속의 사소한 에피소드들과 주인공이 아닌 여럿 조연급 캐릭터 – Fawkes The Phoenix, Introducing Colin, Dobby The House Elf, Moaning Myrtle - 들 하나 하나까지 언급해나가며 길지도 짧지도 않은 호흡으로 듣는이를 영화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음도 역시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존 윌리암스라는 희대의 대작곡가의 음악이요 제다이도 인디아나 존스도 배불뚜기 외계인도 아닌 해리포터의 영화음악임을 상기시켜주는 메인 테마 ‘Harry’s Wondrous World’ 로 군더더기 없는 마무리를 짓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존 윌리암스의 음악이기에 갖게 되는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앨범 본연의 완성도와는 상관없는 오해와 불신이 싹트게 됨은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아이러닉한것은 그 편견과 선입견이라는 것이 과거의 과오로부터 연유되어진 것이 아니라 반대로 너무나도 완벽하고 화려했던 전적이기에 불거진 것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존 윌리암스의 그 어떤 곡도 정당하고 객관적인 잣대로 가늠되어질 수 없음도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어질 것이다. 박수 칠 때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는 충분히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자칫 지나치게 그 때로부터 벗어나버린다면 크고 아름다운 두 날개가 있음에도 추락하는 사태가 존 윌리암스 개인에게도 일어날까 심히 걱정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