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미 여인의 키스> 헥터 바벤코 감독의 야심만만한 도전! 더 크고 더 넓은 감옥 <카란디루>로!
<거미 여인의 키스>의 헥터 바벤코 감독이 다시 감옥영화로 우리 곁을 찾아왔다. 실제 남미 최대 감옥인 카란디루에서 벌어진 최악의 죄수 폭동과 학살 사건을 영화화한 <카란디루>가 바로 그것! <카란디루>는 전작 <거미 여인의 키스>와 여러모로 닮았으면서도 한층 성숙한 헥터 바벤코 감독의 연륜과 야심이 모두 담긴 영화다. <거미 여인의 키스>가 좁은 감방에 갇힌 2명의 죄수를 중심으로 전개된 이야기라면 <카란디루>는 거대한 감옥과 그 안에 갇힌 7000명의 죄수를 다루고 있다. 사회와 그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근심어린 시선이 한층 성숙해 있기에 이 영화의 규모를 단순한 과시나 허영으로 볼 수 없다. 전작에서 환상이 감옥 밖으로의 탈출구의 역할을 했다면 이번에는 죄수들 각 개인의 이야기, 그 처절한 리얼리티를 통해 감옥의 담장을 벗어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도 이 영화를 주목하게 만든다. 환상이 아닌 진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죄수들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하게 된다. <거미 여인의 키스> 이후 더 크고 더 넓어진 감옥 <카란디루> 안에서 관객들은 더 깊고 더 풍부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2. 생동감 넘치는 리얼리티! 영화 역사상 감옥을 가장 완벽하게 재현한 영화!
어두운 뒷골목 같은 감옥의 복도, 시장바닥처럼 시끌법적한 중앙광장,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방치되어있는 죄수들의 앙상한 몰골들이 겹겹이 쌓여있는 황색동, 카톨릭에서 록큰롤까지 취향에 따라 가지각색으로 장식된 감방들.. 제작진은 이처럼 다양한 표정을 가진 공간 <카란디루>를 어떤 생략이나 과장 없이 담아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카란디루에서 촬영을 진행한 것은 물론, 작가들은 죄수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살벌한 감옥을 매일 드나들어야 했으며 모든 배우들은 흉악범들과의 감옥체험도 거리끼지 않았다. <카란디루>가 깐느에서 공개되었을 때, 영화 역사상 가장 완벽하게 감옥의 리얼리티를 담은 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보는 것만으로 생생한 감옥의 체험을 전달하는 이 영화, 이제 우리가 직접 경험할 차례다.
3. 풍부한 이야기를 전하는 구성방식! 드높은 감옥의 담장을 훌쩍 뛰어넘는 플래쉬백!
순진한 옆집 총각, 못말리는 바람둥이, 시시한 좀도둑이었던 그들이 어떻게 최악의 감옥, 카란디루에 갇힌 흉악범이 되었는가? 각양각색의 죄수들이 카란디루에 오게 된 사연들은 플래쉬백을 통해 펼쳐진다. 과거를 재현하는 플래쉬백은 각자의 사연을 재밌고 스릴있게 재현해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죄수들의 삶을 감옥 밖으로 확장해, 관객으로 하여금 죄수이기 전에 인간인 그들을 만나는 시간을 마련한다. 과잉진압으로 수많은 희생자를 낳은 1992년의 끔찍한 폭동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가, 단순히 폭동의 전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죄수들의 개인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감독이 진심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111명의 죄수들이 개처럼 죽어갔다는 사실이 아니라 왜 그들이 그렇게 죽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인가 하는 것이다. <카란디루>는 진심으로 죄수들을 인간적으로 이야기하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시킨 이후에야 무차별 학살의 전모를 드러낸다.
4. 피로 물든 카란디루 폭동의 진실! 죄수들의 증언 속에서 그날의 비극이 생생히 재현되다!
사소한 싸움으로 시작된 카란디루 전체의 폭동은 죄수들이 가진 무기를 다 반납하고 백기를 흔들었을 때 이미 끝난 것이었지만 군대와 경찰은 잔인하고 무자비한 진압으로 이들의 폭동을 무차별 학살로 끝내고 만다. 이 날의 비극을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는 영화 후반부는 너무나 참혹하여 현실이라기보다는 마치 악몽처럼 느껴진다. 감옥은 말 그대로 피바다를 이루고 살아남은 죄수들은 발가벗겨져 개처럼 끌려나간다. 잔인한 학살장면이 진행되는 사이사이 살아남은 죄수들의 증언이 이어지는데, 이는 사건을 피해당사자로부터 듣겠다는 감독 의지가 반영된 것이며 영화가 실화라는 느낌을 강조하여 비극성을 더하고 있다. 휘몰아치듯 빠르게 진행되던 무차별 학살이 끝나갈 즈음, 살아남은 한 죄수가 몰래 자기 방으로 돌아가 엄마의 편지를 읽는 장면에서 슬픔은 최고조에 이르른다. 편지에는 자식을 걱정하며 엄마가 적은 시편의 한 구절이 실려있다. "1000명이 네 앞에서 엎드러지나/ 재앙이 널 해하지 못하며/ 네 장막에 가까이 오지 못하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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