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했던 짧은 시간이 10년으로 남겨 졌습니다. 까만 눈망울엔 아직도 그리움이 가득하고, 한없는 기다림은 흰눈이 되어 바람 속에 잦아듭니다.
초롱초롱 빛나는 영리한 검은 눈동자,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 쫑긋 세운 귀, 사랑스럽게 왼쪽으로 말린 꼬리와 촉촉히 빛나는 코, 힘껏 대지를 박차고 있는 쭉 뻗은 네다리... 그의 이름은 하치. 순종 아키다견이다. 영화 [하치 이야기]는 대학 교수인 우에노 박사와 아키다견 하치의 실화를 바탕으로, 사람과 동물과의 사랑의 교류를 그린 영화다. 동상이 된 지금도 여전히 시부야 거리를 바라보며, 눈앞의 만남과 이별을 지켜보는 하치... [하치 이야기]는 하치와 하치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치의 친구들이 어떻게 만나고, 헤어지는지를 통해 믿음의 중요성과 사랑의 기쁨을 전하고 있다. 83년도 영화 [남극이야기]의 타로, 지로, 86년도 영화 [새끼고양이 이야기]의 챠트란에 이어 일본 동물 영화의 바통을 이어받은 새로운 히어로 하치. 2002년 봄, 봄빛 같이 순수한 하치가 진정한 사랑과 감동을 선사한다.
시간으로도 지워지지 않은 사랑, 벚꽃처럼 쏟아지는 무한한 감동.
동물 이야기는 보편적인 영화의 소재로 자주 이용되었지만, 작품성과 진실한 감동을 느끼게 하는 영화는 그만큼 드문 것이 사실이다. [하치 이야기]는 기존 동물영화의 재미와 더불어 깊은 감동을 주는 영화로 주목받을 것이다. 실제로 시부야 역에서 10년 동안 주인을 기다린 충견 하치 이야기는 이미 만인에게 화제가 되었던 바 있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자리를 지키는 충견 하치. 하치의 이야기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시울을 적시는 깊은 감동을 줄 것이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그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동물을 한번이라도 길러본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는 [하치 이야기]는 남다르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거대한 물량 공세에 반해 진부한 소재를 늘어놓는 블록버스터 틈새에서 진한 감동을 주는 영화들이 소중해지는 이때, [하치 이야기]는 더욱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는다. 마땅히 극장에서 볼 영화가 없던 기성세대엔 찡한 여운을, 아이들에게는 동물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할 수채화 같은 영화가 바로 [하치 이야기]이다.
시부야 역에 가면 하치 동상이 있다!
하치는 1923년 12월 아키다현 오오다테에서 태어난 아키타견 수컷으로 털은 담황색, 짧은 양쪽 귀는 곧게 서고 꼬리는 좌측으로 말려있다. 하치는 이듬해 1월에 동경제국대학 우에노 히데사부로 박사에게로 보내진다. 박사는 이 개를 하치(八)라 이름짓고 키워, 1년 반 후에는 키 60센티, 체중 40킬로를 넘는 당당한 개가 된다. 우에노 박사는 당시 동경 제국대학 농학부에서 교편을 잡았기 때문에 시부야 역에서 전차를 타고 내렸으며 하치는 언제부턴지 매일 박사를 배웅하였다. 하치가 박사와 함께 지낸지 1년 5개월이 지난 1925년 5월 21일 박사는 강의 중 쓰러져 급사하고 만다. 그것을 알리 없는 하치는 박사를 마중 나가 밤늦게까지 그를 기다렸다. 하치가 시부야 역의 인파 속에서 잠시도 움직이지 않고 지금은 세상에 없는 주인의 모습을 기다리기 시작한 것은 그 다음날부터였다. 하치는 그후 10년간 박사를 기다렸다. 그런 하치를 전차 승객들과 근처 사람들이 동정하게 되었고, 말을 거는 사람들이 날로 늘어났다. 그리고 동물 애호회, 일본견 보존회 등의 유지가 발기인이 되어, 하치의 동상을 만들어 그 미담을 영원히 남기고자했다. 1934년 4월 21일 동상제막식이 열렸고 바로 하치가 그 제막식의 주빈이었다. 생전에 동상으로까지 만들어진 하치도 세월의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수의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극진한 간호에도 불구하고 1935년 3월 8일 일생을 마감했다. 현재의 하치 동상은 전쟁 중 금속 공출로 인하여 해체된 최초의 동상을, 종전 후 1948년 8월 15일에 재건한 것이다. 이후, 동상의 유지, 보존을 목적으로 동상 유지회가 조직되어 매년 3월 8일에는 하치와 우에노 박사가 함께 잠들어 있는 아오야마 묘지에 참배객이 줄을 잇는다고 한다.
벤지가 아니라, 이제 하치를 기억한다!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는 즐거움중의 하나는 귀여운 동물의 모습과 연기일 것이다. 감독의 연출 의도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도 아닐텐데,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동물들의 연기를 보면 때로 동물들도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과 함께 기특한 마음이 든다. 영화 [하치 이야기]에서 하치역을 맡은 아키다견 또한 시종일관 과장되지 않은 연기를 보여준다. 하치의 13년 생애를 그려내기 위해서 얼굴, 성격 등을 기준으로 7마리의 아키다견을 선발했다. 그들은 트레이너에 의해 2개월 가량 특훈을 받았다. 점잖은 아키다견이라 그런지, 혹은 하치 역을 맡았다는 자부심 때문인지 어려운 주문에도 몇 차례의 NG 후 곧바로 OK 사인을 받은 극중 하치는 감독을 가장 만족시킨 배우라는 후일담이 들리기도 한다. 2002년 벤지의 뒤를 이어 하치가 또 다른 전설이 될 준비를 끝냈다.
1920년대 시부야역 완전 재현!
[하치 이야기]에서 재현된 시부야역은 1930년 당시의 역사를 그대로 재현하였다. 관동대지진으로 거의 무너진 후 1927년부터 대 개축공사가 시작된 시부야역은 1930년 공사가 완료되어 현재의 장소로 이전되었다. 미술 스텝들은 당시의 시부야역과 관련된 찾을 수 있는 모든 자료를 수집했다. 여러 사진을 근거로 도면을 그려나가던 스텝들은 철도관리국에 도면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1930년도 개축 도면으로 인해 초스피드로 작업이 진행되었다. 우연히 발견한 도면으로 완벽히 재현된 1930년대 시부야역은 세트 제작일수만 70일, 공사비 1억2천만엔, 동원인원 2,350명이 완성한 공전의 오픈세트다. 당시로서는 엄청난 규모의 오픈세트이고, 지금도 그만한 세트를 만들기는 힘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 목조 건물이었던 시부야역을 교토에서 전문가들을 불러 철근을 사용하여 목조건물의 겉모습에 견고함을 더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세트라는 사실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다. 지금의 번성한 시부야역과 1930년대의 작고 아담한 시부야역을 비교해 보는 것도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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