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후(死後)가 들려주는 행복한 상상(想像) >>
'사후(死後)'에 대해 우리가 상상하는 많은 것들. 사람은 죽고 나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것일까? 흔히 종교에서 말하듯 천국과 지옥이란 정말 있는 것일까? 만약 천국이란 게 있다면 그곳은 어떤 곳일까... 국내에서 [사후]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영화는 책이나 영화, 혹은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 나름대로 그려보던 그 어느 것보다 환상적이고 행복한 상상(想像)을 안겨준다. 죽은 이들이 일주일이라는 시간동안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고, 영화로 만들고, 그 행복한 기억만을 가지고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난다는 발상이 바로 그것! 이 영화 속에서 림보역의 스탭들은 말한다 -
'행복한 순간에 영원히 머무는 것, 그게 바로 천국입니다'라고.
<< 하나의 선택, 그리고 다른 모든 기억을 잊는다는 것 >>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한 순간을 선택하는 일이란 그리 쉽지 않다, 그 기억만을 가지고 영원의 시간으로 떠난다면 더더욱. 그것은 곧 다른 모든 기억을 지운다는 것과 다름없으니까. 그렇다면 이 영화 속에서 한 가지 기억만을 선택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영화는 다양한 사람들의 선택을 보여주다가, 마지막 날인 수요일까지도 선택 못한 와타나베와 그의 면접관 모치즈키로 그 중심이 모여진다. 모치즈키는 와타나베에게 일생이 담긴 비디오테잎을 건넨다. 아내 쿄코와의 첫만남에 대한 설레임조차 잊은 채 무미건조하게 살아오던 와타나베에게, 그 비디오는 새로운 기억을 끌어 올려준다. 까마득히 잊었던 첫 만남, 행복한 시간들, 그리고 감정들... 와타나베는 결국, 아내가 죽기 전 함께 앉은 벤치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며, 새로운 마음을 약속하던 순간을 선택한다. 그가 남긴 편지에 이런 말이 적혀있다 -
'아내 마음 속에 남아있는 당신을 질투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 모든 걸 극복할 수있을 만큼의 세월을 우리 부부는 함께 보냈습니다...' 라고.
영원의 시간으로 떠난 그에게 모치즈키라는 존재는 이미 기억에서 사라져있다. 다만 사랑하는 아내 쿄코와의 추억만이 있을 뿐...
<<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한, 우리 모두는 행복하다... >>
와타나베와 쿄코처럼 서로에게 모든 걸 고백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서로를 받아들이며 살아온, 그런 깊은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던 모치즈키는 와타나베로 인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와타나베에게 쿄코의 옛애인이었다는 걸 밝히지도 못하고, 또 쿄코의 사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두 부부의 삶을 질투했던 그. 괴로워하는 모치즈키에게 시오리는 말한다. '선배가 없는 자리에서 쿄코는 선배를 깊이 생각했을지도 모르잖아!' 두 사람은 쿄코의 필름을 찾으며 그녀가 이곳에서 마지막으로 선택한 순간을 확인한다. 필리핀 해전에 나가기 전 함께 앉았던 그 벤치. 둘의 마지막 만남의 순간을...
'나는 잊어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내가 누군가 행복의 일부분이었다는 것'. 모치즈키는 와타나베와 시오리, 쿄코를 통해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까지도 사랑하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더불어 이 모든 만남을 갖게 해 준 림보역에 대한 소중함도 함께. 그는 결국 와타나베를 위해 만들었던 스튜디오 벤치에 앉아 이 모든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을 선택한다. 감독은 모치즈키의 깨달음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살아있는 한, 우리 모두는 외롭지 않다'고... << 미국에서 10개월간 롱런 기록! 상상이 창조해낸 독특한 내러티브 >>
중후반으로 갈수록 모치즈키와 와타나베, 쿄코, 시오리의 사각구도로 그 중심이 모아지는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가 빚어내는 극적인 드라마로 인해 최루성 멜러와는 차원이 다른 절절함을 안겨준다. 세계 유수한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제작사들 사이에 리메이크 판권을 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붙는 등 상업적인 잠재력을 인정받은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힘. 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와 감독이 보여준 풍부한 감성 덕분인데, 벤쿠버영화제 관객들은 열광한 나머지, 감독을 한 번이라도 만져보고 싶어할 정도였다고. 그 열기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어져 호평을 받았으며, 외국영화 흥행의 불모지인 미국에서도 10개월간 롱런기록을 세우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 죽음을 통해 바라본 기억, 그 마술적인 판타지 >>
카메라는 현실을 담아주는 타임머신이다. 녹화버튼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일상은 그대로 렌즈에 실려와, 보고 싶을 때면 언제든지 시간을 초월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때 다하지 못한 옛이야기를 편안히 들려주는가 하면, 보는 이의 감정에 따라 또 세월의 변화에 따라, 가끔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어쩌면 영화를 만드는 작업 또한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게 아니었을까... 이 영화 속에서 사람들이 선택한 그 순간을 '메모리'로 만들기 위해 스탭들이 고증을 얻어가며 실재에 가까운 것을 찾아내고 영화로 만들어내는 동안, 거기엔 당사자의 감정과 반응, 스탭들의 감정적인 응원까지 포함돼 기억에 '+α'되는 훨씬 풍부한 이미지가 생긴다. 감독의 말처럼 '함께 하는 크리에이티브한 순간들'이 덧붙여지는 까닭이다. 행복한 순간을 재현한 영화를 보기 전날, 림보역엔 하얀 눈이 소복이 내린다. 그들이 선택하지 못한 다른 모든 기억을 덮어주려는 듯이...
림보역을 떠난 이들은 천국의 그 어딘가에서, 찍었던 필름을 보고 또 보며 각자가 선택한 그 순간이 던져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있을런지도 모른다.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하는 모든 것, 그것을 가슴 가득 품어 안은 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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