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린 세 가지 사랑 이야기
한국영화 최초 본격 퀴어 멜로로 손꼽히는 <후회하지 않아> 이후, 이별을 앞둔 두 남자의 마지막 기록을 담은 격정 퀴어 멜로 <REC 알이씨>, 국내 최초 게이 커밍아웃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 게이 커플과 레즈비언 커플의 위장 결혼기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등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담은 퀴어 영화들이 꾸준히 관객들을 만나 왔으며, 관객들의 호응 또한 뜨거웠다. 여전히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고는 있지만, ‘동성애’라는 소재가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퀴어영화들의 잇달은 극장 개봉에 연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오는 11월 15일 개봉하는 이송희일 감독의 퀴어 연작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는 국내 퀴어 영화의 외연을 확장시킬 의미 있는 시도로 주목 받고 있다. 호모포비아에 의해 이유 없는 폭행을 당해야 했던 남자와 그를 바라보아야 하는 남자의 하룻밤을 담은 <백야>, 저돌적으로 다가오는 학생의 유혹에 흔들리는 선생의 이야기 <지난여름, 갑자기>, 제대 후 연락이 끊겨 버린 자신의 고참을 납치하는 한 남자의 사연을 담은 <남쪽으로 간다> 등 한국 사회에서 음지에 가려져 있는 민감한 이슈들을 영화의 소재로 끌어옴으로써,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의 시선’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넘어선 보다 깊이 있는 이야기를 건넨다. 애절함, 풋풋함, 미스터리함으로 응축할 수 있는 각기 다른 영화적 분위기 또한 ‘연작’의 동시개봉만이 지닌 매력일 것. 극장개봉이 계속해서 이어지고는 있지만, 1년에 겨우 한 두편 관람할 수 있는 퀴어영화를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골라 볼 수 있다는 것 또한 이번 개봉이 주는 긍정적 의미이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국내 퀴어영화 산업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길 기대해본다.
정통 퀴어 멜로의 귀환 퀴어 연작 세 편을 모두 보고 난 후 떠오르는 한 마디는 ‘정통 퀴어 멜로’ 일 것. 두 남자의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바탕으로, 클래식한 영상과 아련한 음악, 진중하고 성실하게 대사를 뱉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독한 여운을 남긴다.
대표적 퀴어 영화로 알려져 있는 <해피 투게더> (1997. 왕가위 연출), <브로크백 마운틴> (2005. 이안 연출)에서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 때문인지, ‘퀴어영화’라고 하면 절절하고 먹먹한 감정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이번 퀴어 연작은 상처 입은 남자와 그를 바라보는 또 다른 남자 사이에서 흐르는 거친 사랑의 감정을 담은 <백야>, 금기시되고 있는 선생과 학생 사이의 미묘한 감정 교류가 드러난 <지난여름, 갑자기>, 이성애와 동성애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와 스스로의 마음을 똑바로 바라보라고 종용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남쪽으로 간다> 등 이야기 구성만으로도 애잔한 감정을 자아내고 있기에 퀴어 영화 매니아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적 완성도는 물론,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이 파고드는 세 작품을 통해 퀴어영화의 진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송희일 감독의 2012년 NEW 퀴어 무비
관객 수 5만 명을 동원하여 독립영화로는 이례적 흥행 기록을 세운 <후회하지 않아>를 기억하시는지. ‘국내 최초 퀴어 멜로’로 여전히 퀴어 영화 매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으며, ‘후회 폐인’이라고 불리는 열혈 관객들 또한 생겨났던 그 영화 <후회하지 않아>를 연출한 이송희일 감독이 다시 한 번 ‘본격 퀴어 멜로’를 선보인다.
이송희일 감독은 <후회하지 않아> 이후 탈영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두 남자와 그들을 돕게 된 한 여자의 필사적인 도주를 담은 로드 무비 <탈주>를 발표했다. 그만의 영화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탈주>는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동시에 받았지만, <후회하지 않아>에서의 독한 사랑을 기대했던 관객들을 아쉽게 만들었던 것 또한 사실. ‘6시간의 산책’을 통해 두 남자가 사랑을 시작하는 과정을 담은 세 작품 <백야> <지난여름, 갑자기> <남쪽으로 간다>를 통해 이송희일 감독 특유의 묵직한 정서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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