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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백을 하면...(2012)
제작사 : (주)영화사 조제, 스폰지 /
공식홈페이지 : http://Blog.naver.com/2012confess

내가 고백을 하면... 예고편

[리뷰] 대여한 책에도 정은 간다 (오락성 6 작품성 6) 12.11.13
강릉의 나른함이 느껴지는 작품 ★★★☆  codger 13.04.14
딱 편안한....힐링....뭔가 있는 것두 아닌데 기분이 좋아지는 ㅎㅎ ★★★★☆  ppsmother 13.02.08
관객석으로 불어오는 기분좋은 춘풍 ★★★☆  badger88 13.02.07



2012 부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초청 화제작!
올 가을을 채워줄 단 한편의 감성 로맨스 <내가 고백을 하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꾸는 두 남녀의 설레임과 엇갈림이 미로처럼 펼쳐지는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이 11월 15일, 완연한 가을 속에 우리 곁을 찾아온다. 가을을 닮은 남자 김태우와 투명한 감성의 예지원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던 <내가 고백을 하면>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닮은 듯한 두 사람의 묘한 어울림이 돋보이는 멜로 영화다. 서울과 강릉, 서로의 도시를 동경하다가 집을 바꾸게 되는 두 남녀의 이야기는 담백하면서도 어딘가 색다른 로맨스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파노라마 부분에 초청, <은교> <화차> <다른 나라에서> <피에타> 등 쟁쟁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내가 고백을 하면>은 첫 선을 보임과 동시에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담백한 로맨스”, “디테일이 뛰어난 영화”, “두 배우의 연기에 빠져 든다”, “강릉으로 당장 달려가고 싶다” 등의 호평 속에서, 평론가 달시 파켓은 “<8월의 크리스마스>만큼 일상의 디테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한다. 좋은 여운이 남는 정말 매력적인 영화!”라는 찬사를 보내 기대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렇듯 <내가 고백을 하면>은 올 가을을 채워줄 단 한편의 감성 로맨스로 잔잔한 여운과 감동을 선물한다. 닿을 듯 말듯한 인연과,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순간에 대한 애틋한 감성의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에는 반복되는 일상의 먹먹함 속에서 불현듯 반짝이는 순간의 아름다움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리는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은 그들처럼 다른 곳에서의 삶을 꿈꾸는 외로운 도시인들에게 인생의 우연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따뜻함을 선사할 것이다.

강릉을 좋아하는 서울 남자, 서울을 좋아하는 강릉 여자
닿을 듯 말 듯~ 사소하게 엇갈리고 미로처럼 이어진다!!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은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과 동해바다를 껴안은 강릉, 닮은 듯 다른 두 도시의 낭만을 두 남녀의 만남을 통해 수채화처럼 담아낸다. 피곤한 강릉에서의 삶에서 벗어나 서울에서의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유정과, 복잡하고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와 맛집들이 넘쳐나는 강릉을 매주 찾아가는 인성, 두 남녀의 미로 같은 만남이 두 도시에서 펼쳐진다. 서로의 도시를 동경하며 매주 강릉과 서울을 오가는 두 사람에게 시간이 흐를수록 잠자리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게 되고, 우연한 기회로 만난 그들은 주말마다 서로의 집을 바꾸게 된다. 까칠하고 예민한 성격의 인성과, 털털하고 씩씩하면서도 조금은 엉뚱한 매력의 유정은 집을 바꿔 사는 과정에서 공통된 취향과 호기심으로 서로에 대한 묘한 감정이 시작된다.

사랑에서는 맹목적 열정대신, 서로의 조건과 상황이 더 보이고, 일에서는 무모한 도전대신 수습과 책임감이 더 강요되는 30대의 나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외롭고 쓸쓸한 현실 속에서 불현듯 나타난 인연은, 취향은 같지만 상황은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을 절묘하게 연결시킨다. 두 사람의 닮은 듯 다른 부분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이 호감으로 번져나가는 과정 속에 아기자기하게 펼쳐지고, 각자 다른 시간 같은 공간에 있었던 두 사람의 인연이 때로는 안타깝게, 때로는 설레임 가득하게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언제 왔는지 모르게 스며든 두 남녀의 잔잔한 사랑의 감정은 깊고 풍부한 커피 향처럼 따뜻하고 진한 여운을 전해준다. 가을이 남기고 간 낙엽 위로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이 켜켜이 쌓이듯, 계절의 변화처럼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두 남녀의 사랑. 사랑을 얻기 위한 유난스러운 행동이나 낯간지러운 말 대신 진심 어린 마음을 건넨 그들의 담백한 이야기는 살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한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처럼 조용히 다가오는 사랑의 순간, <내가 고백을 하면>은 긴 여운만큼이나 오래도록 가슴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가을햇살 같은 남자, 김태우
소리없이 내리는 첫눈 같은 그녀, 예지원
계절을 닮은 두 배우, 관객들의 마음에 섬세하게 스며들다!


<내가 고백을 하면>이 빛나는 이유는 독보적인 두 배우, 김태우와 예지원의 만남 때문이다. 가을 햇살 같은 남자, 김태우와 소리 없이 내리는 첫눈 같은 그녀, 예지원은 영화 속에 완벽히 녹아 들어 관객들의 마음에 스며든다.

복잡하고 답답한 서울에서 벗어나 탁 트인 바다와 맛집들이 넘쳐나는 강릉을 매주 찾아가는 인성 역을 맡은 김태우는 오랜만에 멜로연기를 선보여 더욱 기대를 모았다. 자연스럽고도 절제된 세련미와 탁월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사로잡았던 김태우는 다소 까칠하지만 알고 보면 따뜻한 서울남자 인성으로 변신, 담백한 훈남의 모법답안을 제시하며 여심을 공략한다. 서울에서는 흥행에 목마른 열혈 영화제작자이지만, 야상과 운동화, 백팩을 맨 채 느린 걸음으로 강릉 바닷가를 누비는 인성을 연기한 그는 때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 동안 톡톡 튀는 매력과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보여주었던 예지원은 이번 영화에서는 화장기 없는 얼굴과 꾸밈없는 수수한 모습으로 강릉에 살고 있는 간호사 유정을 연기한다. 떠들썩했던 여름이 지나고 쓸쓸하고 한적해진 가을을 맞이하는 강릉의 모습을 닮은 그녀는, 애잔함과 안타까운 사연을 간직한 유정으로 분해 원숙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특히, 그간 코믹과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선보여온 그녀가 이번엔 지금껏 숨겨온 청순아련한 모습을 쏟아내며 고요한 울림을 전해준다.

어디선가 함께 했던 것도 같지만, 이 영화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춘 김태우와 예지원의 멜로 앙상블은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닮은 듯 묘한 어울림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워 줄 것이다.

맥주 같은 여자, 안영미 & 커피 같은 남자, 서범석
박해일, 류승수, 이상순 등 깨알 같은 카메오 출연까지!!


<내가 고백을 하면>에서는 김태우와 예지원의 만남만큼이나 색다른 얼굴들을 만날 수 있다. 영화의 맛과 멋을 살려준 특별한 캐릭터로 분한 그들의 등장은 가히 탁월하고 매력적이다.

명불허전 코미디퀸으로 폭발적인 존재감을 발산해 온 안영미가 <내가 고백을 하면>을 통해 배우로서 성공적인 변신을 해냈다. 이미 다수의 코미디 프로그램과 카메오 출연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 받은 그녀지만,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해 자연스러운 연기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어눌한 조감독 진영 역을 맡은 안영미는 톡 쏘는 맥주 같은 털털한 매력의 꾸밈없는 모습으로 영화에 생기를 불어 넣었다.

또한, <맨 오브 라만차> <서편제> 등 대형 뮤지컬에서 최고의 배우로 자리매김한 서범석이 훈훈한 카페 주인 원길 역을 맡았다. 무대에서 선 굵은 연기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그는 <내가 고백을 하면>에서 편안하고 안정된 연기로 영화를 지탱해 준다. 서울 남자 인성과 강릉 여자 유정을 이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그는 인생과 사랑의 카운셀러로 변신, 질리지 않는 커피 같은 은은한 매력을 선보인다.

한편, 강릉으로 떠나는 인성의 차 안,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가 알 듯 말 듯 친근하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박해일! 인성이 연출한 영화 <맛있는 인생>에 별 반 개의 별점을 주는 야박한 평론가로 깜짝 등장하는 그는 목소리만으로도 발군의 연기력과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뿐만 아니라, 조성규 감독의 전작 <맛있는 인생>에서 주연을 맡았던 류승수는 <내가 고백을 하면>에서는 깨알 같은 카메오로 깜짝 등장한다. 밉지 않은 뻔뻔함, 귀여운 도도함으로 무장한 그는 영화 속에서 스타병 제대로 걸린 한류스타 류승수 역으로 출연해 단 몇 분의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 외에도 한국 영화계에 떠오르는 씬스틸러 백원길이 인성의 후배 용락으로 등장, 특유의 넉살과 재치로 철없는 남자의 전형을 보여주며, 유정이 더 이상 친구 집에서 머무를 수 없도록 하는 방해꾼인 친구의 남자친구 역으로 뮤지션 이상순이 출연해 놀라움을 더한다. 이처럼 반가운 얼굴들의 맛깔 나는 열연은 <내가 고백을 하면> 속에 숨겨진 재미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일상의 디테일로 마음을 두드리는 영화
그 속에 담긴 잔잔한 고백, 이제... 함께 떠날까요?


완연한 가을, 떠나는 계절의 마지막 쉼표 같은 로맨스 <내가 고백을 하면>이 잔잔한 사랑을 고백한다. 전작 <맛있는 인생>에서 소소한 일상에 찾아 든 기적 같은 순간의 달콤함을 재치 있게 담아냈던 조성규 감독은, <내가 고백을 하면>을 통해 한층 더 서정적인 멜로와 섬세한 디테일로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우디 앨런 감독과 <북촌 방향>의 홍상수 감독이 그러한 것처럼, 조성규 감독 역시 자신이 사랑하는 곳, 강릉을 배경으로 <맛있는 인생>에 이어 <내가 고백을 하면> 까지 두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던 두 남녀의 엇갈림, 무심히 스쳐 지나간 순간들을 담아낸 이 영화 속에는 겨울이 오는 길목, 늦가을의 아름다움이 꽉 찬 강릉의 짙푸른 바다 너머 풍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기에 더해진 코타로 오시오의 신비로운 기타 선율과 함께 그리움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영화 속 음악들이 우리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유재하의 노래부터 <만추>의 음악감독 최용락이 더한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은 가을에 걸 맞는 감성을 꽉 채워준다. 이와 더불어 영화 속에서 곁들여지는 맥주와 커피, 맛있는 음식들은 소소한 일상의 공감과 함께 포근한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로맨스 <내가 고백을 하면>은 마치 주인공들과 함께 여행하는 듯한 행복감을 주며, 영화가 끝날 때쯤엔 어느덧 살며시 다가와 마음을 위로해 준다. 왠지 모르게 친근한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을 보고 나면, 문득 누군가와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서울이든, 강릉이든, 여행이라면 어디든 좋다. 때론, 혼자여도 좋다. 인성과 유정처럼 말이다.

바다, 맛, 커피..그리고 휴식이 있는 그곳
서울남자 인성, 강릉에 빠지다


조성규 감독의 데뷔작 <맛있는 인생>은 빚에 시달리던 영화제작자가 우연히 고속도로를 잘못 타게 되어 20년 만에 강릉으로 찾아가게 되고, 그곳에서 예기치 못했던 인연을 만나게 된다는 내용의 드라마였다. 그리고 이번 영화 <내가 고백을 하면>은 <맛있는 인생>을 만든 영화감독 조인성과 매주 강릉을 찾아가던 그가 우연히 만나게 된 서울을 동경하는 여자 유정의 이야기다. 우연히 강릉으로 흘러 들어간 남자에서부터, 강릉에 빠져 매주 강릉을 찾아가는 남자에 이르기까지 두 영화 모두 강릉이라는 배경이 영화의 스토리에서부터 한적한 가을, 겨울의 바다의 느낌과 함께 영화전편의 톤과 분위기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강릉이 특별한 이유. “동해는 횟집, 민박집으로 넘쳐나고 여름 한때의 시끌벅적함이 지나가면 일년의 나머지 기간 동안은 버려진 마을 같은 적막함이 감도는 장소이다. 그럼에도 강릉은 동해에서도 조금 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따뜻함, 겨울에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이라고 감독은 설명한다. 그 따뜻함은 오래된 도시가 주는 고즈넉함과 편안함과도 연결이 되는데 강릉 가까이에 있는 허난설헌 생가나, 이 영화의 촬영장소로도 사용된 창녕조씨 종가댁인 서지초가 같은 조선시대 여러 고택들이 남아있어 경주나 전주, 안동의 느낌을 준다. 오랜 시간을 관통하면서도 파괴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존재의 아련함, 강인함, 예스러움이 강릉을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한다.

그리고 강릉에서는 다른 바다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향이 나는데 그건 아마도 커피의 영향이 아닐까 싶다. 서울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리는 가까운 곳이자, 커피의 도시 강릉은 질 좋은 한 잔의 커피를 찾는 보헤미안들의 오픈 테라스 같은 공간으로 최근 몇 년간 강릉커피축제는 전국의 커피 매니아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동해에서 건져올린 제철 해산물의 생생한 바다 맛의 향연을 즐긴 후, 마시게 되는 한잔의 커피,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바다는 말이 필요 없는 최상의 궁합을 보여준다.

일본 어쿠스틱 기타의 히어로 ‘코타로 오시오’에서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까지
가을의 정취가 가득한 음악들


<내가 고백을 하면>에서는 겨울이 오는 길목, 늦가을의 아름다움이 꽉 찬 서울 해방촌의 좁은 골목들과 강릉의 짙푸른 바다 너머 풍광들과 함께, 엇갈리는 시간 속 그리움과 애틋함이 묻어나는, 서정적이면서도 신비로운 기타 선율이 관객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진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후 관객들 사이에서 많은 찬사와 궁금증을 낳았던 바로 그 음악, 기타연주의 주인공은 바로 코타로 오시오다. 영화 전편을 흐르며,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센티멘탈하게 관객들의 귀를 행복하게 했던 코타로 오시오는 일본 출신의 기타리스트로, 대부분의 기타리스트들이 나일론 기타줄을 이용하던 시절, 스틸 기타줄을 어쿠스틱 기타에 응용하여 고난이도의 독창적인 연주 기법을 만들어냈다. ‘어쿠스틱 핑거스타일 기타의 히어로’ 라고도 불리는 그는, 강렬한 동시에 감수성을 건드리는 달콤한 연주가 특징이며, 국내에는 2009년 서울국제기타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처음으로 내한했었다. 영화의 주요 곡들이 사용된 앨범은 “Eternal Chain” 으로 그의 아홉번째 정규 앨범이다. “Eternal Chain” 앨범을 발매하며 밝혔던 ‘인생이란 하나의 여행이며, 그 와중에 만나는 사람, 사건들에 대한 단상들로 이 음악을 만들었다’는 코타로 오시오의 생각이 영화의 컨셉과 너무나 잘 맞아떨어져, 감독은 흔쾌히 선택했다고 한다. <내가 고백을 하면>에서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곡 Always를 비롯, Earth Angel, Happiness등이 사용되었다. 특히 예고편 공개 후 서울과 강릉을 오가는 두 사람 간의 경쾌한 줄다리기, 설레임과 엇갈림의 교차를 보여주는 곡 Happiness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예지원이 직접 불러 화제가 된 노래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감독의 전작 <맛있는 인생>에서는 20년이라는 세대차이를 단숨에 불식시키며 서로의 알쏭달쏭한 인연의 미스터리를 흥미롭게 만드는 장치로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등장했었다. 이번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음악적 취향이 같다면 어떤 노래일지를 두고 고민하던 감독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 이상은의 ‘담다디’의 어쿠스틱 버전을 두고 고심하던 끝에, 노래를 직접 불러야 하는 유정의 감수성과 가장 맞닿아 있는 노래로 유재하를 선택했다고 한다. 유재하의 노래를 관통하는 슬픈 감수성이 영화 속 유정과 가장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누군가와 교감하고 싶었던 유정의 캐릭터는 과거 사랑에서 상처를 받고 현재의 만남도 결국에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인성이 강릉을 찾는 것보다 더 절박했던 그녀의 서울행, 그것은 떠남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을 꿈꿨던 것이다.

코타로 오시오와 유재하의 노래 외에도 <만추>의 음악감독이었던 최용락의 음악들이 엔딩곡을 비롯, 가을감성을 가득 채우며 그들의 여행과 만남, 고백에 이르기까지 행복한 동행을 완성해낸다.

운명적 만남을 꿈꾸는 그들, 백석으로 통하다

괴롭히고 들들 볶는 사람들도 가득하지만 같이 일하는 스탭들에게 둘러싸여있고, 가족 친지들과 함께하는 인성과 달리, 유정은 조금은 고립되어 있는 존재다. 그녀는 병원에서도 혼자서 일하는 가정방문 수간호사이며, 함께하는 가족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기에 답답한 현실에는 놓였으나 어딘가 밝고 경쾌한 느낌을 주는 인성과 달리 유정은 무겁고 고요한 고립된 느낌을 준다. 유정 스스로 이 무겁고 고립된 느낌과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스스로 깨고 나오기를 원했고 마지막 바닷가 장면에서 그 느낌이 어느 정도 깨어졌다고 생각한 감독은 감정 변화의 중요한 요소로 백석을 꼽는다.

편집 과정 중에 삭제되었지만, 유정이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를 책을 보며 읽는 장면이 있었다. 백석과 자야의 이야기는 일종의 모티브로 작용하는데, 그것은 예지원의 상황이자 바램, 즉 운명적 만남에 대한 기다림을 의미한다. 인성이 유정을 만나러 강릉으로 내려오는 중에 유정이 백석의 시를 읽는 장면도 유정이 기다려오던 그 만남에 다가간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백석은 유재하에 이어 두 주인공의 공통된 코드로 등장한다. 집을 바꾸고 나서 인성의 집에서 유정이 처음으로 꺼내본 책은 ‘백석시전집’이다. 다른 사람의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발견한다는 것은 그 사람과 공통된 취향을 가졌음을 알게 되고, 호감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나중에 유정이 서점에서 ‘백석의 맛’을 보는 장면이 나오는데, 장면은 편집되었으나 그 책은 유정이 인성에게 선물하기 위해 산 책이기도 하다. 나와 같은 취향을 지닌 제법 근사한 이 남자에게 호기심보다는 점점 호감이 생겨나는 유정에게, 백석은 운명적 사랑에 대한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시간을 멈추고 싶은 그곳
서울의 해방촌과 강릉 강문해변


영화에서는 강릉에서도 사천, 주문진, 강문해변, 영진해변이 주로 등장하는데, 그 중 강문해변은 감독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장소이기도 하다. 조그만 횟집, 원색의 슬레이트 지붕, 좁다란 골목들이 많아, 하늘과 바다, 원색지붕 등 컬러의 매치가 이국적이면서도 강렬한 느낌을 준다. 강릉을 사랑하게 된 이유에도 포함돼 있듯이 옛것에 대한 그리움이 강한 인성에게 이곳은 매우 특별한 곳이며, 좁은 골목골목을 지나 나오는 탁 트인 푸른 바다는 언제나 위로를 준다.

개발의 여파가 전국을 흔들다 보니, 이렇게 오래된 느낌의 공간이 마음을 사로잡는 건 현대인들에겐 당연한 향수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러한 강문해변을 꼭 닮은 곳이 바로 서울의 해방촌이다. 메인포스터에 포착된 공간이기도 한 그곳, 해방촌. 개발로 인해 언젠가는 없어질 곳이라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은 존재 같기도 한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영화 속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감독. 서울의 다른 재개발지역과는 달리 해방촌은 사람이 아직 거주하고 있고, 개발이 조금씩 연기되는 듯 하며 그 속도가 조금은 늦춰진 듯 하지만 이 오래된 장소와 기억들도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영화 속 대사로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강문의 색깔도 이제는 제법 도시화 되어가고 있다. 강문의 횟집들이 카페와 높은 건물들로 바뀌어 가듯 세상의 변화를 멈추게 할 수는 없겠지만, 여느 공간과는 달리 시간이 조금은 천천히 흘러갔으면 바라게 되는 그곳 강문해변과 해방촌의 골목들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애틋한 정서를 느끼게 한다.

관계의 지침서, 음식

영화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음식과 먹는 장면들이 관객들의 식욕을 자극하며, 강릉으로 향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음식은 단순히 보여주기 식의 눈요기거리, 강릉에서 먹어야 할 것들의 지침서가 아니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삶에 대한 욕망의 표현이며, 이 영화 안에서는 관계의 친밀도를 보여주고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촉매제로 작용한다. 즉 먹는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그들이 먹는 음식의 주종목이 달라지는데, 그들이 함께 먹는 음식을 보면 관계를 알아차릴 수가 있다.

가장 맨 처음 등장하는 건, 물회다. 인성이 강릉에 내려가 친지 가족들과 먹는 물회는, 실제 강릉 사람이라면 가족들과 함께 먹는 자연스러운 문화의 한 풍경을 차지하는 음식이다. 유정도 물회를 친한 후배간호사와 함께 먹고, 그 와중에 과거 연인이었던 김박사가 아내와 함께 온 것을 목격하게 된다. 물회를 먹는다는 건 친밀함의 표현이다. 이와 달리 인성이 원길, 유정과 함께 처음으로 식사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음식은 금게, 문어, 해삼, 비단멍게다. 외지인들이 먹는 음식이다. 강릉사람도 아닌 인성은 이 음식들을 먹으며 강릉에 사는 유정과 원길보다 더 해박한 지식을 뽐낸다. 정작 유정과 원길은 모르기도 했거니와, 별관심도 없던 음식들. 즉 외지인으로서의 인성이 아직은 융화되지 못하는 서로 구별되어지는 사이인 것이다.

인성과 유정, 두 사람의 관계가 전환되는 시점에 등장하는 건 서지초가뜰 못밥이다. 이곳은 다소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곳으로, 서로의 공통된 취향을 발견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손님이 많지 않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지만, 정말 맛있는 그곳을 알고 있던 두 사람. 나와 비슷한 상대방의 독특한 취향을 발견하고 이후 노래방에서 ‘유재하’라는 공통된 코드를 발견하는 걸로까지 이어지면서 이후 둘 사이의 연애 행보를 더욱 궁금하게 한다. 집을 바꾼 후, 서로의 집에서 먹는 맥주 역시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친밀해졌음을 의미, 관계가 진전되었음을 보여준다.

결말 이후, 두 사람은 과연 어떤 곳에서 어떤 음식을 함께 먹게 될까?



(총 1명 참여)
codger
잔잔하고 편안한 일상 드라마     
2013-04-1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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