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비아 아이돌로 시작해서 2000년에 드라마 데뷔를 한 아야세 하루카는 이후 광고와 드라마를 통해 인지도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2004년에 방영된 드라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무려 723:1의 경쟁률을 뚫고 불치병으로 죽어가는 여주인공 ‘히로세 아키’ 역을 따낸 그녀는 데뷔 이후 부각되어 오던 예쁜 외모와 더불어 안정된 연기력까지 인정받을 수 있었다.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쌓아온 아야세 하루카의 인기의 정점은 드라마 <호타루의 빛>을 통해 찾아왔다. 회사에서는 착실하고 능력 있는 여사원이지만, 집에 와서는 트레이닝 복 차림에 굴러다니기만 하며 만사를 귀찮아 해 연애마저 힘든 일명 ‘건어물녀’ 캐릭터를 200% 소화해내면서 한국에서도 ‘건어물녀’ 신드롬을 일으키게 되었다.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4차원 캐릭터를 제대로 보여준 아야세 하루카는 연기력으로도 인정을 받고, 현재까지도 명실공히 ‘일드의 여신’으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매직 아워>, <해피 플라이트>, 최근에는 곽재용 감독과 함께 한 <사이보그 그녀>를 통해 영화에서도 스타성을 인정 받은 그녀가 <가슴 배구단>으로 돌아왔다.
아야세 하루카는 이번에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가슴 배구단>을 통해 영화계 원톱 여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시골 중학교로 부임한 신입 국어교사 미카코 역을 맡은 그녀는 특유의 씩씩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어간다. 남자 배구부의 고문을 맡게 된 미카코는 배구에는 일절 관심도 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의욕을 일깨우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하게 되고, 결국 ‘1승을 하면 가슴을 보여달라’는 아이들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받아들이게 된다. 성(性)에 대한 호기심이 충만한 십대 아이들과 여교사의 에피소드뿐 아니라, 참되고 좋은 선생이 되고 싶어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미카코의 교사로서의 성장에 대한 깊은 메시지에 이끌려 영화를 선택했다는 아야세 하루카는 그만큼 미카코라는 캐릭터에 관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그녀는 <가슴 배구단>을 통해 2010년 제33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우수 여우 주연상까지 수상할 수 있었다.
사춘기 소년들의 엉큼한 상상력과 열혈 여교사의 기막힌 만남의 시너지!!
영화 <가슴 배구단>의 웃음 포인트 중 하나는 성(性)에 대한 관심이 충만한 사춘기 소년들의 귀엽고 엉큼한 상상과 행동들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 주물거리는 소년들의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손바닥으로 바람을 느끼는 것이 여자의 가슴을 만질 때의 감촉과 비슷하다’는 다소 말도 안 되는 상상은 애교다. 야한 잡지와 TV 프로그램 공유는 기본이고, 조각용 칼로 정밀하게 벽을 뚫어 배구부실 옆에 있는 여자 테니스부실 훔쳐보기, 상대팀을 방해하러 찾아간 체육관에서 여자 체조부 넋 놓고 관람하기 등 소년들이 미카코에게 빠져들게 된 것도 이 멈출 수 없는 엉큼함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소년들의 이러한 모습들을 알 리 없는 의욕 넘치는 신입 여교사 미카코가 배구부 고문으로 들어오게 되고, 마침내 미카코와 학생들 사이에는 ‘가슴의 약속’이 성사되고 만다.
‘가슴의 약속’으로 인해 배구라는 스포츠에 전에 없던 열정을 쏟아 붓는 아이들을 보면서 미카코는 교사로서 느끼는 학생들에 대한 뿌듯함과 함께,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이 꼭 1승을 경험했으면 좋겠지만 한 편으로는 ‘정말 1승을 하면 어떡하지?’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온갖 유치한 행동을 일삼으며 ‘바보부’라고 소문이 난, 별다른 의욕이나 열정 없이 살아가던 소년들에게 드디어 이루고 싶은 무언가가 생긴 것은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는 소중한 전환점이 된다. 그리고 그 무언가를 계기로 소년들은 한층 더 성장하게 된다. 미카코 역시 ‘가슴의 약속’ 사건 이후로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사의 모습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과거 은사를 통해 접한 “내 앞에 길은 없다. 내 뒤에 길은 생겨난다.”라는 시구를 가슴 깊이 새기며 교사로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시작은 엉뚱했지만 서로의 성장에 큰 힘과 용기를 주는 배구부 소년들과 미카코의 모습을 보는 관객들은 아야세 하루카의 가슴만을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가 의외의 일격을 당하는 것 같은 감동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성적과 등수의 무한 경쟁, 왕따와 학교 폭력까지 시끄러운 교실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통해 따뜻함을 전한다!
2011년 말, 두 개의 뉴스가 우리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11월에는 엄마에게 전국 1등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한 고등학생이 엄마를 살해하고 8개월 동안이나 집안에 방치해놓은 사건이 밝혀졌다. 모의고사 성적표를 위조한 것이 들킬까 두려웠다는 소년의 고백은 입시 준비를 하면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그리고 12월에는 대전에서 집단 따돌림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여고생이 투신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문제에 대해 온 국민이 주목하게 된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의 중고등 학생들은 무한 경쟁과 폭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가슴 배구단>에 나오는 순수한 소년들의 이야기는 우리 학생들에게 마치 꿈 같은 모습으로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통해 전해오는 소년들의 꿈과 용기, 그리고 자신의 진심을 다해 학생들을 대하려 노력하는 여교사 미카코의 모습을 통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희망’과 ‘긍정’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09년 제11회 국제 청소년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영화 <가슴 배구단>은 영화제 상영 당시에도 의외의 감동이 있는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의 이야기를 따른 <가슴 배구단>의 따뜻한 메시지는, 학생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바라보는 어른들에게도 꿈과 희망에 대한 응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