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등장하는 올가와 파울은 영화 중에서 서로 만나지 않지만 좋은 대비를 이룬다. 올가가 경제적 곤궁과 인격적 수모를 겪는 동안 파울은 목적 없는 방황과 길들여지지 않은 분노를 보여준다. 올가가 일말의 희망을 안고 우크라이나를 떠나 오스트리아로 들어오면, 파울은 도망치듯 오스트리아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간다. 다들 희망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떠나지만 그 곳도 이 곳과 마찬가지일 뿐이다. 그저 떠나고 다시 채워지고 팔리고 다시 보충되는, 마치 수입되고 수출되는 물건과 다를 바 없다. 황량하고 냉혹한 우크라이나의 풍경과 마치 텅 빈 듯한 병원 풍경에는 조금의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기반으로 사회에 대해 비판의 카메라를 들이대 온 감독답게 이 영화에서도 자본주의 사회 속 불편한 진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생생함은 현지 로케와 비전문배우 기용, 장기간의 리허설로 이루어졌다. 관객들에게 단지 영화란 재미를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의 진실을 직시하도록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해주는 영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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