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림>시리즈의 대성공과 <다크니스> <드라큐라> 등 수 년간 공포영화를 흥행시킨 디멘션필름은 이 시대 공포의 바이블로 칭송되고 있던 <회로>를 리메이크 하기로 한다. <회로>는 공포영화를 기획하는 헐리우드 제작자들이 꼭 한번 리메이크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지만 원작의 명성과 특유의 스타일을 살리는 것이 대단한 도전이었다. 디멘션필름은 그간의 기획력으로 <회로>의 리메이크를 감행했다. 헐리우드에서는 리메이크 자체가 화제였다. 그러나 감독을 놓고 오랫동안 논쟁이 많았다. 세계적 공포거장인 구로자와 기요시 작품을 재해석하고 동양적 정서가 짙은 원작을 세계적 스타일로 맛깔스럽게 풀어낼 감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몇 번의 감독 선정과 논쟁 끝에 CF계에서 주목 받던 짐 손제로를 선정했다. 제작 준비과정에서 프로듀서 조엘 소이슨은 짐 손제로가 관객의 요구를 읽는 탁월한 통찰력과 배우들의 연기를 200% 뽑아내는 뛰어난 연출력을 겸비한 감독임을 발견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공포영화? 일본 원작은 흥행보증수표!
<링> <주온>은 일본원작이 헐리우드로에서 <링> <그루지>로 리메이크되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대성공으로 시리즈까지 흥행을 거두었으며 현재 <그루지>는 3편이 제작되고 있다. 이제 헐리우드에서 공포영화는 일본원작을 리메이크하면 흥행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은 헐리우드뿐 아니라 충무로에서도 통한다. <링> <그루지>는 국내에서도 지난 2005년에 개봉되어 60만 명 이상을 동원해 수입자들에게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 정작 일본원작은 크게 흥행을 거두지 못했지만 헐리우드식 자극적 공포와 동양적 여운의 완벽한 조화가 한국관객들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프로듀서 조엘 소이슨이 말하는 <펄스> VS <회로>
<펄스>는 음산하고 소름 끼치고 공포스러운 반면 여운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원작을 많이 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공포를 연출하는데 주력했다. 사실상 일본호러의 특징 중 하나는 절제의 미학이 두드러지는 것이지만 헐리우드 스타일로 재해석 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과 극장의자가 들썩거릴 정도의 무서움. 이것이 우리가 추구한 스타일이다. <회로>에서 나타나는 스물 스물 스며드는 공포는 <펄스>에서 깜짝 깜짝 놀라는 공포로 다시 태어났다.
<펄스>는 <회로>에서처럼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무선통신과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을 통해 통신장비에 대한 우리의 무의식 중에 숨겨진 공포감을 드러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캠퍼스에서 무선 인터넷을 하던 중 무방비상태에서 Hi-Tech 나이트메어를 경험하게 된다. 이것이야 말로 진짜 바이러스다. 감각적인 기법으로 현재 우리가 역습당할 수 있는 공포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