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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릴레(1993, Fiorile)
배급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수입사 : (주)영화사 백두대간 / 공식홈페이지 : http://www.cinecube.net/cine/taviani

피오릴레 예고편

[시사회를 다녀와서] 생소한 제목,생소한 감독 szdvfs 05.08.07
시사회를 보고와서 referee 05.08.05
거창한 듯 하지만 별로 그다지... ★★  joynwe 07.08.23
세대를 이어온 악업. 인간 숙명의 슬픈 그림자. ★★★☆  newface444 07.03.27
세기의 비극적 로맨스 ★★★  chati 06.11.23



축복받은 가문 베네데티에 내려진 저주
탐욕이 불러온 비극적 사랑은 운명처럼 반복된다

<피오릴레>는 잔인한 운명에 휩쓸린 베네데티 가문의 역사를 세 커플의 비극적인 사랑을 통해 이야기한다. 18세기 말 이탈리아에 프랑스 혁명의 이상을 전파하러 온 프랑스 군인과 이탈리아의 가난한 소작농의 딸로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쟝과 엘리자베타 커플, 훔친 황금으로 얻은 경제적 부를 바탕으로 토스카나 지방의 명문귀족가문이 된 베네데티 가의 딸 엘리사와 비천한 농사꾼의 아들 엘리오 커플,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 활동가로 만나 사랑에 빠지는 마씨모와 치아라 커플. 세 커플은 각각 국경의 벽, 신분차이의 벽, 정치적 현실의 벽을 뛰어넘어 사랑에 빠지지만 황금에 대한 탐욕, 정치권력에 대한 야심, 시대적 아픔으로 인해 그 사랑을 끝내 이루지 못한다.

베네데티(축복받은 자들)라는 이름이 말레데티(저주받은 사람들)로 불리는 운명의 아이러니는 영화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계속해서 반복되고, <피오릴레>는 이러한 반복을 통해 인간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숙명적 힘을 상기시키면서 비극적 아름다움을 고조시킨다.

환상적인 플래시백으로
200년의 세월을 넘나드는 마법의 시간여행!

영화는 아이들이 할아버지 마씨모를 만나러가는 길에 그들을 베네데티(축복받은 자들)가 아니라 말레데티(저주받은 자들)라고 부르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아빠에게 그 이유를 묻는데서 시작된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은 프랑스군이 행진하는 18세기말의 토스카나의 평원으로, 록사운드처럼 웅장한 음악이 울려퍼지는 19세기 초의 궁정풍 연회장으로, 저주받은 유령들이 떠도는 19세기 말의 가족묘지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따비아니 형제는 수백년의 세월에도 불구하고 변함이 없는 토스카나의 자연풍경과 건물들을 효과적으로 이용, 매끄럽게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 예컨대 쟝과 엘리자베타의 시대로 들어가는 첫 번째 플래시백은 달리는 차의 창문 밖으로 아이들이 바라보는 토스카나의 평원에 18세기 프랑스 군인들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과거로 연결된다. 결국 하나의 공간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재현하는 플래시백은 현실과 과거의 밀접한 관계, 즉 과거는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사건으로 엄연히 현존하고 있다는 감독의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는 것!

조상과 후손을 맡아 1인 2역을 해낸
매력적인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에 주목!

<피오릴레>에서는 사랑을 잃어버리고 복수를 다짐하는 베네데티 가문의 두 여자 엘리자베타와 엘리사, 탐욕과 야심으로 동생의 사랑을 방해하는 오빠 코라도와 알렉산드로, 연약한 심성에 강렬한 이상을 품고 있는 프랑스 군인 쟝과 레지스탕스 마씨모를 같은 배우가 연기하고 있다. 따비아니 형제는 외모는 물론 사소한 제스추어나 목소리까지 모든 부분에 세심한 조율을 거치면서 조상과 후손을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도록 하여 한 가문이라는 연속성을 전달하는 동시에 저주받은 운명이 반복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같은 배우가 만들어내는 다른 두 캐릭터의 유사성과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피오릴레>를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 중의 하나다.

토스카나 지방의 전설을 바탕으로
실제 역사를 넘나들며 다양한 해석을 낳는 풍부한 텍스트

<피오릴레>는 따비아니 형제가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은 토스카나 지방 전설이 바탕이 된 작품. 따비아니 형제는 영화의 배경을 이탈리아 근대사의 격동의 세 시기로 설정, 전설이 실제 역사 속으로 스며들게 만들었다. <피오릴레>에는 전설이 역사와 만나고, 역사가 눈 앞의 현실로 거듭나며, 현재적 사건이 다시 과거의 전설을 반복하게 되는 이러한 순환적 논리가 적용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과거란 단순히 지나간 사건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보는 따비아니 형제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영화화되면서 전설과 실제 역사를 아우르는 <피오릴레>는 다양한 해석을 낳는 풍부한 텍스트로 거듭났다. 영화 속 세 커플의 러브스토리를 들여다보면, 차이와 한계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유토피아에 대한 열망과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통해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협하는 현실적 문제를 탐색하는 따비아니 형제의 시선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며, 한 편으로는 재물과 권력의 유착관계로 형성된 자본주의 사회의 기원을 밝히는 현대적 우화로 읽힐 수도 있는 것이다.

열린 결말을 통해 호기심을 극대화
스토리텔링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영화

탐욕이 빚은 돌이킬 수 없는 죄, 이루지 못한 사랑의 비극, 가족을 살해해야만 했던 잔인한 운명! 이 저주의 사슬은 어떻게 하면 끊을 수 있을까? “영화의 원초적 기능은 무엇보다 이야기의 재미”라고 생각했던 따비아니 형제답게 <피오릴레>는 영화가 끝나고 더 큰 궁금증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열린 결말 속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마씨모는 저주받은 가문의 역사를 끝내기 위해서 치아라가 남긴 아들을 멀리 프랑스로 떠나보내고 다시는 가족들을 보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은둔생활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의 아들 뤼지는 딸 시모나와 아들 에밀리오를 데리고 마씨모를 찾아온다. 코라도와 엘리자베타를 빼닮은 두 아이를 보면서 마씨모는 다시한번 전설이 반복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에 서둘러 그들을 쫓아보낸다. 할아버지 집을 떠나 프랑스로 돌아가는 차안, 시모나는 연민에 가득찬 눈길로 차 창문에 피오릴레라는 글씨를 쓰고, 잠든 에밀리오의 손에는 베네데티 가문의 저주받은 금화 한 개가 쥐어져 있다.

마지막 장면은 따비아니 형제는 특유의 마술적이고 로맨틱한 터치로 비극적 주제 안에 따뜻한 희망과 바램을 담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베네데티가의 후손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에 맞서 사랑을 계속할 것이고, 이 사랑이 언젠가는 유토피아의 문을 열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열어주는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토스카나의 풍경 속으로 펼쳐지는
원숙한 따비아니 스타일의 향연

<피오릴레>는 따비아니 스타일의 정점에 서있는 작품이다. 마치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보는듯한 이 영화의 탄탄한 스토리라인은 현대적 스타일의 비극을 새롭게 창조하고 있다. 멜로드라마, 러브스토리의 형식을 빌려왔지만 신파적이지도 않고 진부하지도 않다. 이것은 한 가문의 비극적인 역사에 이탈리아의 주요한 근대사를 투영시키는 세심한 스토리텔링과 은유와 상징을 통해서 사랑과 권력, 유토피아에 대한 감독의 생각과 의지를 담아내는 따비아니 형제의 노련한 연출력의 힘이 크다.

2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토스카나의 대자연을 매혹적인 전설과 달콤한 로맨스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주세페 란치(Giuseppe Lanci)의 드라마틱한 촬영도 큰 몫을 하고 있다. 니콜라 피오바니의 음악은 영화 전체에 비장한 긴장감과 여운, 고혹한 전설의 아우라를 흩뿌리고 있으며, 각 시대적 분위기와 특징을 고증에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는 아트디렉터 잔니 스바라(Gianni Sbarra)와 의상을 맡은 리나 네를리 따비아니(Lina Nerli Taviani)의 세심한 손길로 <피오릴레>는 한 영화 안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토스카나의 세 시대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스타일이 돋보이는 영화로 태어났다.



(총 2명 참여)
kisemo
기대     
2010-02-05 17:01
kjk0915
  예술영화... 그 아름다운 세계     
2005-07-27 15:1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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