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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의 행진(1975)


이 무기력함 속에서 우리가 꿈꿀수 있는것은 '돈'과 '고래'뿐 ★★★★★  ezombie 06.12.20
비록 허술하고 툭툭 끊겨도 엄청난 폭발력이 있는 한국영화의 금자탑이다. ★★★★★  safellee 04.06.13
비운의 천재 감독 하길종 감독의 작품이며 한국영화사의 한획. ★★★★★  benitez 04.05.04



 1970년대 젊은이들의 시대적 고민과 내적 갈등의 단면을 그린 수작.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하길종 감독은 당시 인기작가였던 최인호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영화화했다. 주인공 병태, 영자, 영철 등의 인물들을 통해 표면적으로는 당시 대학생들이 누리던 낭만적인 현실이 주로 묘사되는 것처럼 보인다. 즉 경찰에게 쫓기는 장발족과 청바지를 입고 맥주를 마시는 대 학생들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좀더 안쪽으로 발길을 옮겨놓으면, 정치적 이유로 휴교령이 내려진 행간의 의미가 보이고, 때가 되면 군대에 가야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군사문화가 지배하는 현실이 밑그림으로 제시된다. 또한 개인과 집단의 논리가 서로 팽팽히 맞서고, 사랑과 현실이 갈등한다. 가령, 철학과생 병태에게 딱지를 놓는 여대생 영자는 그런 현실주의의 단적인 예다. 물론 그 반대편에는 동해 바다에 가서 고래를 잡겠다는 영철이 있다.

 박정희 독재가 철옹성처럼 보이던 그 시대에 체제에 대한 정면돌파라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그래서 하길종 감독은 대학생들의 낭만에 기대어 현실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낭만을 미화하지 않고 도구로 사용하면서 한 시대의 뜨거운 서정을 탄탄하게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한국 영화의 걸작으로 손꼽힌다. 하긴 당시에도 상당히 체제비판적이라 하여 검열시 상당 부분 삭제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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