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창백한 어머니>에서 한스 역을 맡은 에른스트 야코비는 화해할 수 없을 만큼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한 캐릭터의 두 성격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아내를 닮은 여자에게 총을 쏠 수 없어서 흐느껴 울던 그가 종전 후 집에 돌아와 지극히 냉정하고 권위적인 태도로 일관할 때 관객들은 그의 달라진 모습에 분노에 가까운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이는 에른스트 야코비가 전쟁의 광기가 평범하고 선량한 한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온 몸으로 절실하게 연기해낸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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