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라이트>로 국내 팬들의 관심을 모은 세드릭 칸 감독은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감독이다. 특별히 영화 교육을 받은 일도 없고 까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영화 <35 fillettes>에서 편집을 잠깐 도왔던 것이 영화이력의 전부였지만 1991년 사춘기의 열정에 들뜬 소년과 나이트클럽에서 일하는 미혼모의 사랑을 통해서 사랑의 불가능성, 욕망의 종말을 보여준 첫 번째 장편 <철로변 술집 Bar des rails>을 선보이자 영화계는 비상한 신인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의 초기작은 삶의 이유를 찾아 헤메이는 이민자 출신 틴에이저 4명의 방황과 절망을 그린 <너무나 행복한 Trop de bonheur>으로 이어졌고, 이 작품은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정신이 뛰어난 작품에게 수여하는 장 비고(Jean Vigo)상을 수상했다.
그의 세 번째 영화이자 세드릭 칸 감독을 세계적인 스타 감독의 대열에 올려놓은 기념비적인 영화가 바로 <권태>이다. 칸은 <권태>로 프랑스에서 비평가들이 주관하는 최고의 영화상 ‘루이 델뤽(Luis-Delic) 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얻는 대성공을 거뒀다. <권태>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문학거장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소설 『권태(La Noia)』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칸은 로마시대 부르주아들의 권태로운 일상과 퇴폐적인 욕망을 현대 프랑스 파리로 가져왔고 40대 철학교수와 17세 누드모델의 사랑과 성적 욕망을 그려냈다. 그는 소설에서 욕망에 사로잡혀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닫게 되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기 때문에 영화를 통해 철학적인 논쟁이나 감상에 젖는 대신 주인공의 욕망을 쫓아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극한의 상황으로까지 내러티브를 밀어붙인다. 주인공을 폭발 직전까지 몰고 가는 칸의 파워풀한 연출은 영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게 되는 강렬한 체험을 관객에게 제공한다.
<권태> 이후에도 세드릭 칸은 인간의 이상심리와 불가사의한 욕망에 대한 집요한 탐구를 계속했다. 19살 때 부모를 살해한 후 정신병원에서 탈출, 살인과 강간, 절도, 심지어 식인 행위까지 벌였던 연쇄살인범의 실화를 담은 <로베르토 쉬코> 갑자기 아내를 잃어버린 남자가 아내를 찾아 떠나는 하룻밤의 기괴한 모험담을 그린 <레드 라이트. 두 작품 모두 독특한 캐릭터와 내러티브의 팽팽한 긴장감을 살려 인간 존재의 원초적 욕망을 탐색한 수작으로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각광을 받았다.
세드릭 칸! 그에게 거는 기대를 자국 프랑스는 기꺼이 ‘프랑스의 미래’라고 표현하고 있으며, 세계 영화계는 ‘21세기를 이끌 신예거장’으로 그를 주시한다! 무엇이 이토록 세계 영화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인지, 세드릭 칸의 독특한 작품을 이제 한국 팬들이 직접 확인해볼 때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