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릿한 바닷 바람이 불어오는 경남 사천, 그곳에도 어김없이 봄이 왔다. 누군가는 적당히 물이 오른 논에 모를 심는가 하면 또 다른 누군가는 하우스에서 분주한 손놀림을 하고 있다. 농사 하나를 천직으로 알고 살아온 평범한 농민들의 모습... 그러나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관심사가 있다. 농민의 이름이 점차 잊혀져 가는 요즘, 그 이름을 지켜가기 위해 모인 농민들의 자생적인 공동체 - 농민회 활동이 바로 그것이다. 가진 돈을 모두 모아 마지막 딸기 농사를 시작한 농민회 회원 김윤진 씨. 그녀는 이번에 다음 농사지을 돈을 마련하지 못하면 평생 해오던 농사일을 접어야 할 상황임에도, 누구보다 앞장서 농민회 활동에 참여하는 열혈 회원이다. 다른 회원들의 경우도 어렵긴 마찬가지. 대부분 바쁜 농사일에만 전념해도 부채를 다 갚을 날은 까마득하기에 가족들의 시선이 곱진 않지만, 그 속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함께 머리를 맞댄다. 암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모이곤 하지만 막상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유쾌한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 어느 날은 미국산 쇠고기를 파는 유통업체에 찾아가 국민들의 준엄한(!) 뜻을 전하기도 하고, 또 어느 날은 정성스레 준비한 떡을 버스에 싣고 마을의 어르신들과 함께 서울 상경을 시도하기도 한다. 번번히 막히고 밀리기도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 그들, 그들은 과연 이듬해 봄 선거에서 작은 승리를 일궈낼 수 있을까? 김윤진 씨는 계속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매서운 현실의 땅에서 희망의 싹을 길러내는 사람들, <농민가>는 흙내음 물씬 나는 우리네 농민들의 삶의 기록이다. 이른바 개방농정 시대,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농산물과 농업을 천대시하는 정책 속에서 오랫동안 이 땅을 지켜온 농민들의 삶은 쌓여가는 부채와 위기감으로 인해 나날이 고단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에 맞서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랫동안 활동해온 농민들의 자생 조직 농민회가 있다. 영화에서는 지난 2007년 초 한미FTA 협상이 타결된 이래 1년여 동안, 경남 사천시 농민회의 주요 개별 인물들의 삶과 농민회 활동 모습이 그려진다. 학생운동가 출신으로 농민운동을 하고 있는 김윤진씨, 농민회 회장 최왕의씨, 바닷가 마을 통장을 맡고 있는 이창은 씨 등 사천시 농민회를 이끌어가고 있는 몇몇 인물들의 삶의 이야기들과 씨를 뿌리고 작물을 거두는 1년간의 농경일정, 그리고 그 고단한 삶 속에서 그들을 위기로 내모는 현실에 맞서 줄기차게 싸워나가는 모습을 통해 오늘날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되새겨 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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