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러브 스토리(2006, Grimm Love / Rohtenburg)
| “죽음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었다. 유럽의 중세, 페스트가 창궐하여 성직자가 모든 이의 죽음의 자리를 지켜줄 수 없었을 때, 사자(死者)가 영원히 불타오르는 지옥불 속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성직자 없이도 ‘잘 죽는 방법’을 가르치는 책이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죽음의 방법은 구원의 여부를 결정하는 어떤 것이었던 셈이다. <그림 러브 스토리>는 누군가에게는 끔찍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절실했던 ‘구원’으로서의 죽음을 따라간다. 사이먼 그롬벡은 어머니의 자살이라는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동성애자인 그는 사랑하는 남자친구도 있지만 어머니가 자신의 동성애적 성향 때문에 자살했다는 믿음 때문에 호모 포비아에 시달린다. 그런 그에게 그의 성기는 오독오독 씹어 삼키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존재이다. 그런 그의 앞에, 마찬가지로 어머니의 그림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올리버 하겐이 등장한다. 그는 오히려 너무 오랫동안 그의 삶을 지배했던 괴물 같은 어머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식인의 욕망을 품은 또 다른 자아를 만들어 낸다. 그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영화는 지독히 아름다운 카니발리즘을 선보인다. ‘로텐부르크의 인육 먹는 사나이’ 아민 마이베스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그림 러브 스토리>는 대부분의 스릴러가 집중하고 있는 ‘왜 죽이고 싶어 하는가’로부터 시선을 옮겨 ‘왜 죽고 싶어 하는가’를 함께 그려간다. 뿐만 아니라 충격적 소재만큼이나 인상적인 영상과 뛰어난 연출력은 이 작품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그러나 ‘모든 인간의 무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결국 어머니인가’라는 진부한 질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손희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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