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와 귀신이 나와야 판타스틱한 것은 아니다. 가끔 우리에게 익숙한 현실 안에서의 변화가 더 큰 판타지의 파장을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우주선이 레이저 광선을 뿜어내며 전쟁을 벌이는 것보다, 한 번도 들어 본적 없는 음악을 처음 들을 때나, 마음속 바램이 현실로 일어나는 첫 키스의 느낌이, 바로 현실 속 초현실의 판타스틱 파장이다. <팝 뮤직>은 그런 관점에서 강력하고도 거칠게, 그러나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 우리에게 판타스틱한 감정의 분출을 선사하는 영화다. 아스팔트가 사치스러운 것이 되는 1960년대 스웨덴의 작은 마을, 마티와 닐라는 이 제한적 공간의 ‘틀’을 벗어나려는 몸부림으로 어린 시절을 보낸다. 마치 일기장을 훑어보는 듯한 빠르고 리드미컬한 촬영과 편집, 그리고 내러티브 전개는 묘한 웃음 속에서 과감한 체제 정복의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팔씨름과 술 많이 마시기, 사우나에서 오래 버티기 등이 문화생활의 전부였던 마을에 로큰롤의 유입은 회전관람차를 타듯 어지럼증을 유발 하면서도 동시에 강력한 각성제 역할을 한다. 이 외부에서 들어온 문화적 충격은 이성과 동성에 눈을 뜨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줌과 동시에 교육, 관습, 종교, 가족과 인종 등의 닫힌 틀을 파괴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스웨덴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작품답게 영화는 탄탄한 이야기를 적절한 유머와 뻔뻔한 영화적 수사로 풀어 간다. 길의 끝이 궁금한 닐라와 그 끝을 보기 보다는 현실의 달콤함에 안주하는 마티, 종국에 마티가 느끼는 삶에 대한 단상은 첫 키스의 호된 경험처럼 혀를 쭉 뽑아내듯 유머러스하면서 쾌변을 보듯 시원하고 용감하다. (오병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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