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2003, Day and Night)
삶이란 때로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와도 같다. 그래서, 신화나 전설 혹은 민담에서 ‘원죄’와 ‘가혹한 삶의 운명’은 보편적인 주제중의 하나였다. 그런 점에서 [낮과 밤]에서의 광솅(Guangsheng)의 운명은 ‘신화적’이다. 광솅은 자신에게 어른과도 같은 종민(Zhongmin)의 집에서 기거하며, 그와 함께 탄광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종민 몰래 종민의 아내와 불륜의 관계를 맺고 있다. 어느 날, 탄광사고가 일어나고 광솅은 종민을 남겨둔 채 혼자 살아나온다. 그 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광솅은 폐광을 불하받아 다시 살려내어 큰 부자가 된다. 그리고, 광솅의 아들 아푸(A Fu)를 결혼시키고 그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물려줌으로써 자신의 죄를 씻어내고자 한다. 그러나, 아푸의 신부와 미묘한 관계에 빠지면서 광솅은 다시 한번 혼란에 빠진다. 그리스 신화의 시지프스(Sisyphus)처럼 광솅은 가혹한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감독 왕차오는 인간의 의지가 사실은 얼마나 나약한 것이며,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선한 의지 역시 얼마나 허약한가를 웅변적으로 이야기한다. 그것은 왕차오가 지금의 중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기도 하다. 신화에 빚대어 현대 중국사회를 비판하는 왕차오의 주제의식은 그래서 깊이가 있다.
-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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