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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와 인간 - 숙명에 맞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그린 고전 정극
movie0624 2019-09-29 오후 4:25:48 1051   [0]

<분노의 포도>, <에덴의 동쪽>등의 작품을 발표하며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존 스타인벡이 직접 자신의 초기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하여 발표한

작품 <생쥐와 인간>을 관람하였습니다. 로스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포크너를 잇는

사회주의 리얼리즘 작가인 스타인벡이 당시 전세계를 휩쓸었던 대공황시기의 미국 농촌의 현실과 꿈을 좇아

방랑하는 대조적인 캐릭터를 지닌 두 이주 노동자의 우정을 그린 희곡의 내용에 관심과 흥미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국내 초연 당시 평단의 호평과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고 들었는데, 더욱 섬세하고 깊이 있는 모습으로 돌아온

재연에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능정도로 관객들로 가득찬 공연장의 열기와 캘리포니아의 어느 시골 목장을

대나무 구조물과 자갈로 꾸며놓은 무대, 인상파의 유화를 연상시키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노을로 붉게 물든 하늘의 섬세한 연출에 설레이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무대의 막이 오르기를 기다렸습니다.


두뇌 회전이 빠르고 총명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조지와 힘이 세고 아이처럼 순수하지만 지적 장애가

있는 레니는 서로가 너무나 필요한 친구로서 늘 함께 행동합니다. 때로는 자신의 앞날에 방해가 되는 레니를

귀찮게 여기기도 하지만, 농장에서 소일거리를 하면서 겨우 생게를 유지하는 떠돌이 신세인 두 사람은

서로에게 깊이 의지하며 힘든 나날을 버텨내지요. 부드러운 것을 쓰담기를 좋아하지만 힘을 조절하지 못해서

작은 동물을 죽이거나, 타인에게 본의아니게 피해를 입히는 문제를 일으킨 레니때문에 전에 일하던 곳에서 쫓겨난

두 사람은 새로운 농장으로 이주하여 그곳에서 새출발해 돈을 많이 벌어서 언젠가 자신만의 농장을 갖겠다는

희망을 품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보다 덩치가 큰 사람을 괴롭히는 농장주의 아들 컬리의 괴롭힘과 다른 노동자들과

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던 레니는 남자들의 세계에서 외로움을 느끼던 컬리의 아내와 만나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또다시 사고를 일으키고 말지요. 다시 도망자의 신세가 된 레니와 조지는 약속 장소에서 만나기로 하는데...


희곡 <생쥐와 인간>은 절망의 시기였던 대공황시대 시골 농장 노동자들의 비참한 현실과 젊은이들의 좌절과 방황,

그리고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신만의 땅을 품고 살아가지만 결코 꿈을

이룰 수 없는 불확실하고 부조리한 세상은 오늘날 미래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없는채로 불안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고통과 절망, 외로움과 점점 멀어져 가는 꿈에 대한 애환과 닮아 있어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600달러만 있으면 살 수 있는 농장을 손에 넣어, 토끼를 기르고 작물을 심어서 자급자족하며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영연히 정착하여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는 조지와 레니의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에는 이룰 수 없는 꿈으로서 스스로를 속이는 것에 불과한 동화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너와 내가 함께 힘을 모아 우리라는 이름으로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연대를 통한 희망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우정을 여과없이 전달하며, 관객 모두가 깊은 울림에 기립 박수와 함성으로 무대위 배우들에게 화답하

는 모습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불확실한 미래와 고통과 절망뿐인 현실속에서도 끝까지 함께 있고자 했던 조지와 레니의

선택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조지와 레니의 꿈에 매료되어 동참을 원하는 나이들어 힘이 없어진 캔디와 젊고

호방한 성격에 조지와 레니의 고민을 잘 들어주던 슬림과 만나서 잠시나마 가족같은 평온을 느끼기도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불안하게 지탱되던 떠돌이 인생이 단 한번의 불행과 우연이 겹쳐 산산히 무너지는 과정에

인생의 아이러니를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영화배우를 꿈꾸었던 컬리부인이나 늙고 병들어 쓸모없어진 캔디와 꼽

추라서 모두의 시선을 피해서 마굿간에서 은거하듯 살아가는 크룩스등 등장 인물들 모두가 결코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숙명에 맞서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운명에 괴로워 하는 가련한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조지역의 문태유 배우님과 레니역의 서경수 배우님의 호흡이 무척 안정적이어서 두 사람이 언젠가 토끼 농장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들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였습니다.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컬리부인

역의 김보정 배우님의 발랄한 연기와, 다역을 오가며 여러 캐릭터를 선보이신 차용학, 김종현 배우님의 멋진 연기

덕분에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끼며 잠시나마 고단한 현실에서 벗어나 잔잔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존 스타인벡의 희곡 <생쥐와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구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괴롭고 고통스러운 비극이자

잔혹동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면 힘들고 고단한 현실도 극복할지 모른다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작은 희망을 잃지 않는 연출이 돋보이는 고전 정극으로서 연극을 좋아하는 분들께 꼭 보시기를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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