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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씨어터] 연극과 예술, 그리고 모든 인생들에 바치는 헌정작 -
fountainwz 2014-04-25 오후 5:37:59 560   [0]
연극과 예술, 그리고 모든 인생들에 바치는 헌정작
 
 
2014 서울연극제 “희곡아 솟아라” 선정작
연극〈게릴라 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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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존재의의는 어디에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디에선가는 생존을 위한 예술을 하는 곳도 있을 겁니다. 살기 위해서, 삶을 극복하기 위해서 예술에 의지하는 것이죠. ‘오세혁 작가’가 쓰고 ‘극단 아리랑’이 함께 한〈게릴라 씨어터〉는 바로 그런 예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게릴라 씨어터〉에서 눈에 띠는 점은 독특한 연출 방식과 인물들입니다. 특히 조명을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극 중에 필요한 상황을 연출해 내는 점은 이 연극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좁은 무대에서 여러 장소에서 동 시간에 일어나는 일을 보여주기 위해 조명은 늘 바쁘게 움직입니다. 뿐만 아니라 폭발을 표현하기도 하고, 숭고한 분위기를 이끌어내기도 하지요. 마치 조명이 연기를 하는 듯 보일 정도입니다.
  배경음을 MR로 처리하지 않고 직접 통기타로 연주하는 것도 독특한 매력이네요. 극 중 인물들의 대사가 배경음의 일부로 치환되는 점까지 도요. 재밌기만 했던 대사가 노래가 되어 그들의 잔혹한 순간과 마주칠 때, 그 괴리는 무대에 깊이를 줍니다. 익살맞은 인물들이 뛰놀던 다소 평면적인 무대에 양감을 넣고 그림자를 드리우지요. 이러한 무대음악의 효과가 이 연극을 살아있게 만드는 주요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요소들이 연극 저변에 깔려 있는 인간미를 돋보이게 합니다.
  인물들의 성격들도 재밌지만 그 보다 눈에 띠는 것은 연기입니다. 대부분의 관객들이 어리둥절해 할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눈에 띠게’ 어색하다는 점이죠. 배우들은 심할 정도로 과장 된 연기 톤을 사용합니다. 대본을 읽는 것처럼 경직돼있고 부드럽지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연기의 문제가 아니라〈게릴라 씨어터〉만이 가질 수 있는 ‘화법’으로 보입니다. 이 연극은 완전한 ‘메타픽션’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물들은 무대 위에서 하나의 연극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연극을 만드는 과정이 관객들 앞에 낱낱이 공개되지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연극을 만드는 과정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들이 완성시킨 연극은 바로 관객들이 보고 있는〈게릴라 씨어터〉바로 그것입니다.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는, 관객들에게 이 연극이 실제 사건 그 자체가 아니라 그들이 만든 ‘무대’라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인 거지요.
   이를 드러내기 위한 장치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무대가 실제 정글이 아니라 단지 무대라는 점을 이용하여 소품들을 통한 슬랩스틱 연기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깨알재미가 느껴지는 소소한 웃음 포인트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밑바탕이 깔려있는 것이죠.
  이러한 구조는 단순히 흥미로운 연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언어’가 아닌 ‘시각’으로 표현 한 것이죠. 그렇다면〈게릴라 씨어터〉가 우리에게 던져주고자 하는 화두는 대체 무엇일까요.
 
  이 연극은 게릴라로 살아남기 위해, 혹은 삶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극을 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게릴라들은 연극을 통해 자신들의 정체성을 증명하려 합니다.
  이 정체성의 증명은 두 단계를 거칩니다. 첫 번째는 ‘게릴라’라는 단체에 대한 증명입니다. 게릴라가 왜 생겨났고 게릴라가 민중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한 이야기이죠. 지극히 피상적이라는 한계에 머물러 있기에 오히려 민중을 대변하는 ‘산지기’에겐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거기에는 ‘인간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게릴라와 정부군, 민중이라는 개념만 있을 뿐이죠.
  이는 연극, 혹은 예술의 존재의의 중 한 면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바로 선전과 계몽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에는 인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이념과 사상이 인간의 자리를 빼앗았으니까요.
연극의 나머지는 이들이 인간으로서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인물들은 ‘나는 게릴라다.’ 라는 단순한 정의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왜 게릴라가 되었는지, 자신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자신이 극복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들과 대립하는 정부군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정부군과 게릴라라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인간’이라는 동질성 아래, 서로를 바라보고 이해하지요.
  이 증명의 과정을 연극이라는 소재로 풀어나간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결국 연극, 예술의 정체성이 ‘인간성’에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우리의 삶이 곧 예술이 되고 예술이 곧 우리의 삶을 지켜나갑니다. 메타픽션을 통한 텍스트와 컨텍스트의 순환관계는 바로 이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인간과 예술의 상호관계가 바로 ‘인간에 대한 성찰’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은〈게릴라 씨어터〉라는 연극이 얼마나 견고하게 짜여 있는지 다시 한 번 감탄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 작품이 가진 그릇의 크기에 놀라기도 하고요.
  저는〈게릴라 씨어터〉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연극과 예술, 그리고 모든 인생들에게 바치는 헌정작이라고요. (*)



※게릴라 씨어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극단 아리랑'의 블로그에서 확인해 보세요.
 
원문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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