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터졌습니다. 초반 오픈되었던 예매창이 닫혔을 때만해도 오류겠거니 했었건만, 결국 제2의 토르사태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외화영화 부율을 둘러싼 배급사와 멀티플렉스의 갈등은 결국 서울지역 상영중단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초반에는 관객을 볼모로한 배급사와 극장 측의 밥그릇싸움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와 같은 문제가 벌어진 이유를 곰곰이 되짚어 보면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고,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입니다.
20여년 전부터 극장과 외화 배급사는 입장권 수입을 서울은 4대6, 지방은 5대5로 나눠왔습니다. 한국영화는 모두 5대5로 배분하는 것과 달리 말이죠. 이는 우리나라 영화 환경이 이만큼 발달하기 전에 체결된 것 입니다. 당시로서는 한국영화보다 외국영화가 수익률에서나 질과 양적인 완성도 측면에서 크게 앞선 상황이었고, 외국영화 수입에 극장의 생존여부가 걸린 시절이었기 때문에 극장측으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영화 극장 점유율이 외국영화를 추월한지 오래인 지금 외국영화가 한국영화보다 더 많은 부율을 가지고 간다는 건 솔직히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상 한국영화 경쟁력이 이만큼 강해진 이상 외국영화만 일방적으로 많은 수익을 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왜 같은 티켓 값을 지불하고 본 영화인데 외화화배급사는 한국영화배급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가는 것일까요?
이와 같은 양상에서 저는 개인적으로 CGV를 지지합니다. 사실 상 부율 변경에 대한 총대를 맨 것도 CGV였고, 토르2의 상영중단 역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한 이유있는 결정이었기 때문입니다. cj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었다고는 하나, CGV의 선택은 업계1위 극장체인에 걸맞은 정당한 영향력의 행사라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지난 토르2때는 CGV 혼자 외로운(?) 사투를 벌였는데 이제는 업계2위인 롯데시네마 역시 직영관 상영취소라는 카드를 빼들었다는 것입니다.
이 와중에 메가박스는 현재의 상황과는 무관하게 호빗을 상영하는 중입니다. 전국 1위 점유율 코엑스점의 위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메가박스의 경우에는 워너 측과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메가박스 아니면 호빗을 못 볼 뻔했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관객들의 선택권을 지켜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3대 멀티플렉스가 다함게 힘을 합쳤다면 보다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상영 취소로 인해 지금 현재 불편한 점은 분명히 있지만 바뀌어야 할 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의 멀티플렉스 대기업들이 성공적인 외화 부율조정을 통해 생긴 이익을 작은 영화를 위해 나누는 미덕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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