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관상이 스크린을 장악한 건 둘째치더라도 신작들이 정말 너무 많더군요. 이만큼 많은 영화가 한꺼번에 쏟아진 경우도 드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들과 함께 간 나들이라 입체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극장을 방문했는데, 3D일정이 거의 없어 하는 수 없이 일반 디지털 버전으로 몬스터대학교를 관람했습니다. 영화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었는데, 보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 전 개봉했던 터보는 비교적 수월하게 3D일정으로 영화를 관람했었는데, 그것보다 완성도나 재미 측면에서 오히려 나은 몬스터 대학교는 제대로 된 입체영상을 관람할 기회도 없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는 거죠.
아무래도 추석연휴에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리다 보니 많은 관객들의 선택을 받는 인기작(=관상)을 위주로 상영이 결정되기 때문에 비교적 집객이 덜한 애니메이션 쪽의 상영이 줄어든 것 같았습니다. 그 때문에 자연스레 3D일정도 축소된 게 아닐까요? 볼만한 영화가 많이 개봉하는 것은 좋지만, 때때로 북미에서 오래전에 개봉된 작품을 한 달이 넘는 시간동안 무리하게 연기하면서 까지 성수기를 노리는 모습이 그닥 좋아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중인지도에 편중된 일정으로 인한 퐁당퐁당 상영으로 오히려 해를 입는 것 같기도 하구요. 이번에 개봉한 몬스터대학교와 슈퍼배드2가 공멸의 길을 걸은 것만 봐도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큰 시장에서 개봉해야 못해도 본전은 건진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영화를 오래도록 기다려온 관객들에게 열악한 일정으로 보답하는 것은 조금 아니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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