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 영화의 역사
영화 제작의 성과로는 1971년 다큐멘터리 필름으로써 <여성으로 성장한다는 것 Growing up Female>, <제니의 제니 Janie's Janie>, <세 가지 삶 Three Lives>, <여성 영화 Women's Film> 등이다. 이들은 기존 영화에서의 왜곡된 여성과 여성의 삶에 대한 대항으로써 만들어졌다. 페미니즘 영화를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제는 1972년 뉴욕에서 세계 여성 영화제와 에딘버러 영화제를 시작으로 토론토, 위싱턴, 런던, 시카고에 이어 브뤼셀, 프랑스의 끄레떼이유에서 페미니즘 영화제가 개최되었다.
1972년 창간된 [여성과 영화], 1974년의 [점프 컷], 1977년의 [카메라 옵스큐라] 등이 본격적인 페미니즘 영화의 이론 정립과 제시에 공헌했으며 영국의 [스크린], 프랑스의 [에크랑], [씨네마씨옹] 등도 페미니스트 영화 비평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페미니즘 영화의 이론적 작업은 스크린 속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의 분석으로 시작되었다. [에크랑]에서는 스크린 속의 부정적인 여성의 스테레오 타입을 12가지로 분류했고, 몰리 하스켈은 [숭배에서 강간까지]에서 스크린의 여성의 모습을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구조주의적 시각은 페미니즘 영화 이론의 중요한 분석 도구가 되어 여성의 이미지가 구조화, 형상화되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으로 논의가 옮겨가게 되었다. 이러한 작업은 프랑스 구조주의와 구조주의적 정신 분석학에 바탕을 두고 구체화, 이론화되었다.
70년대 중반 이후 구조주의적 관점을 정신 분석학적인 면에서 세련화시킨 영국의 페미니즘 영화 이론가들은 그들의 논의를 헐리우드의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의 텍스트 분석을 통해 전개해 갔다. 그중 로라 멀비의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는 대표적인 논문이다. 멀비의 정신 분석학적 비평은 70년대 중반 이후 페미니즘 영화 이론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로라 멀비로 대표되는 페미니스트들은 역시 정신분석학적 이론을 토대로 해서 기존 이론이 지니는 남근중심주의의 결함을 맹렬히 비판했다. 이들은 특히 주체라는 문제, 사회 속에서 인간의 위치,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과 언어간의 관계라는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프로이트를 재해석한 자크 라캉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녀는 「시각적 쾌락과 내러티브 영화」라는 매우 도발적인 글에서 여성 관객을 의제에 올리고 있다. 절시증, 거세, 페티시즘 등과 같은 프로이트의 이론들 및 주체성 형성에 관한 라캉의 이론에 의존해서 멀비는 젠더를 기구이론에 도입하고 있다. 멀비는 성의 불균형으로 질서 지워진 세계에서 사물을 만드는 역할은 남성 프로타고니스트에게 주어진 특권이라고 비판한다. 반면 여성 스타는 남성의 욕망에 찬 시선에 성적 대상으로 기능하는 수동적인 위치를 점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멀비는 또한 비록 여성이 남성 프로타고니스트의 향유의 대상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여성 인물은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뿐만 아니라 남성 관객까지도 위협한다고 보았다. 왜냐하면 남성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러한 여성의 도발이 성차 및 거세에 대한 남성의 무의식적인 불안감을 야기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협적인 여성들이 벌을 받는 것으로 끝나는 많은 내러티브 영화들은 멀비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또한 성애적 관조를 위해 여성의 신체의 일부분을 클로즈업으로 찍는 것은 멀비에 따르면 물신적 응시에 다름 아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형식적 측면에서 로라 멀비는 할리우드의 주류 영화들은 세 가지 관점에서 여성을 대상화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즉 영화는 여성이 보여지는 대상(내용적 측면)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볼거리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식(형식적 측면)까지도 만들어간다는 것이다. 첫째는 영화적 사건을 기록하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비록 기술적으로는 중립적일지 모르나, 엿보기 자체는 관음증적이며, 또한 일반적으로 남성이 영화를 찍는다는 점에서 대체로 남성적이다. 둘째는 완성된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다. 여기에서 여성의 대상화는 주로 쇼트/역-쇼트 관계를 통해 이루어진다. 셋째는 스크린의 환영 속에서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던지는 시선이다. 즉 관객은 카메라가 보는 대로 보도록 강요당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시선들이 남자주인공의 시선으로 관객이 남성주인공과 동일시된다는 데에 있다. 결국 영화에서 보여지는 여자의 모습은 3중의 관점에서 대상화된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는 카메라의 존재가 제거되어 관객이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 때 얻어진다. 그리하여 능동적 창조자의 시선인 남자의 눈길로 수동적 도상으로서의 여인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영화 자체가 본질적으로 남성 관람자를 의식하여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멀비의 주장은 한마디로 "내러티브 영화에 있어서 '시각적 쾌락'은 여성에게 억압적이기 때문에 도전을 받아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멀비의 이론이 갖는 한계는, 분석의 대상이 주로 남성적 장르, 즉 서부영화, 갱영화, 전쟁영화 등에 치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최근의 페미니스트 이론가들은 여성적인 장르라고 할 수 있는 멜로드라마로 논의의 방향을 틀었다. 프랑스에서는 70년대 후반부터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기호학적 정신 분석 방법론에 의거한 정신 분석학적 비평이 점차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페미니즘 영화에 대한 인식과 의식을 그린 영화들이 만들어졌는데, 대표적인 여성 영화인은 샹딸 아케르만, 이본느 라이너, 아네스 바르다, 마르그리뜨 뒤라스 등이다. 80년대에 들어와 페미니즘 여성 관객의 차원으로 확대시켜 여성과 스크린의 관계를 연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남성 위주 이데올로기의 지배를 거부하면서 남성에 의해서 여성의 이미지가 재현될 수 없다는 실질적인 실천의 장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화에서의 페미니즘적 접근은 기존 영화에 대한 페미니스트적 시각의 분석을 통한 비평, 여성 감독들의 페미니스트적 시각으로 만든 영화에 대한 연구와 관심, 그리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하는 실천적 도구로써의 대안적인 영화에 대한 시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페미니즘이 바라보는 이상과는 너무도 멀리 떨어져 있고 페미니즘 영화들이 차지하는 위치는 극히 미미하다. 여전히 모든 것은 시작이고, 그래서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무비스트 회원님들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옮겨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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