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바벨'을 보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좋은 영화란 과연 무엇일까? 내가 본 좋은 영화는 어떤 것들이었나?
과연 최근 봤던 한국 영화들 중 정말 괜찮았던 영화가 있었나?
작년, '가족의 탄생'을 보고난 후.. 개인적으로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보지 못한 영화들 중에서는..
그런 생각이 흘러갔을 무렵, 다시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작가주의나 유럽영화, 잔잔한 미학과 깊이있는 드라마.
이런 영화들만이 진짜 좋은 영화인가? (고민...)
물론 난 기막히거나, 빠르거나, 젊고, 독특한 것들을 좋아하지만..
어쨌거나 적어도 지금의 한국 영화는 좋지 못하다.
이유? 첫째는 코미디가 중심이라는 점. 아니, '시각' 중심이라는 점이다.
보이는 것만이 최고이며 최선이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바로 '천만'관객이라는 수치이다.
그 숫자에 우리는 감동하고, 감격한다.
오히려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거나, 찬사를 받는 그런 경우가 좋은 것 아닌가?
그러나 김기덕과 같은 감독은 언제나 외면 당하고 멸시 당하지!! 관객들에 의해서..
둘째는, 영화 제작의 문제와 관객의 문제이다.
김기덕 감독이 전에 이런 말을 했다.
관객의 시각과 제작자들의 시각이 일치한 한국 영화.
이 얼마나 위험하면서도 위태로운 말이었는가!
그러나 사실 난 개인적으로 그 말에 찬성하고 있었다.
그게 단지 비난의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비판의 시각으로 보면 옳은 말이기도 하니..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가 제작자나 감독들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이거야 당연한 수순이며 원리가 아니었던가!!!
아니지.. 그건 결코 아니지..
원래 영화란 감독들이나, 제작자들, 혹은 그것을 만드는 이들이 스스로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무엇을 만들건, 어떤 내용의 영화가 되었건,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영화!
그들이 생각하고 자신있고 진짜로 바라는 영화를 만들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과연 어떤 미친 인간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지루하다 못해 이야기 참.. 난감하다!
만일 내가 여기서 그 줄거리를 읊기라도 한다면, 누군가 나에게 돌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만큼 단순하며, 아무것도 아닌 줄거리이니...
만일 한국의 제작자들이 이를 봤다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영화, 결코 못 만들게 했을 것이다.
헌데 그게 좋은 영화란다. 직접 봤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가슴 속에서 뭔가 잔잔함이 밀려 오지 않았던가!
셋째는 평범함이다.
이젠 평범하다 못해 질려버렸다.
한국 영화는 조폭 코미디가 주류를 이루던 그 시절. 멜로가 주를 이루던 그 시절!
뭐 이런 식으로 시기가 구분이 될 정도이다.
한번 역사를 뒤져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급기야는 블록버스터 재앙의 시기도 있었으니..
2003년. 그래서 난 한국 영화하면 그 시기를 떠올린다.
'올드보이' '지구를 지켜라' '살인의 추억' '바람난 가족' '장화, 홍련' 등..
장르에 구분 없이 자유롭고 괜찮은 영화들이 마구 쏟아지던 그 시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 시기!!
물론 독특함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다소 투박하고 거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색도 없는 영화! 그걸 누가 좋다고 할 수 있을까?
외국엔 그런 감독들이 참 많다.
데이빗 린치, 대런 아로노프스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프랑소와 오종,
쿠엔틴 타란티노, 조도로프스키, 아키 카우리스마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등..
물론 한국에도 있다.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류승완, 송일곤, 장진, 장준환 등..
헌데 만일 그들이 자신이 원하는 영화가 아닌, 관객들이 원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면?
하.. 그야말로 웃긴 작품들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시작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말 그대로 미술가가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으며,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가 노래를 하는 것과 같다.
관객이 좋은 영화를 만들 수는 없다.
또한 관객이 원하는 것이 있다고, 그것이 정확히 그려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한국이건, 외국이건 영화사를 공부했던 사람들이라면..
그것을 조금이라도 알거나, 그런 영화를 봐온 이들이라면 분명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관객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만드는 이들.
바로 그들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것임을...
그렇기에 작가주의 영화가 좋을 수밖에는 없다. 적어도 자유로우니까..
유럽영화? 특이해서 좋은 것이다.
우리가 평소 보지 못했던 특이함! 그런 영화를 보지 않았기에...
이는 곧 한국 영화가 계속 동일한 스타일의 비슷한 영화를 찍어대고 있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신선함? 새로움? 전혀 없다. 그냥 틀에 찍어대는 붕어빵 영화들이니.
이젠 예고편만 봐도 대충 그림이 나올 정도이다.
(참고로 유럽 영화, 지루하고 재미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잘 몰라서 좋다고 하는 경우가 허다~)
관객이 원하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결코 첫 번째는 아니다.
영화를 만드는 이들이, 진정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 줄 알아야 하며..
그들이 그만한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또한 자유로워야 한다.
이것이 바로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기 위한 첫 번째 수단이다.
'관객들은 이런 것을 좋아하니까 꼭 이렇게 만들어!!'
'관객들이 볼만한 영화! 그들이 좋아하는 영화! 걔들은 그걸 좋아하니까 그걸 만들란 말야~'
이런 X같은 소리들이 바로 한국 영화를 쓰레기로 만드는 장치인 것이다.
억지로 관객이 들만할 영화를 만들 필요는 없다.
그냥 좋은 영화, 특이하고 기발한 영화. 자신있는 분야의 즐거운 영화!
그런 것을 만들면 된다. 망한다고?
망하면 어때.. 맨날 조폭 코미디 보는 것보다야 그런 게 몇 배는 낫지~~
바로 그 순간, 관객들의 힘이 필요한 것이다.
진짜 좋은 영화를 골라내는 힘!!!
그것이 관객의 의무이며, 그들이 존재하는 목적인 것이다.
한국 영화! 쓰레기에서 제발 탈피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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