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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가 나의 마음을 자꾸만 잡아챈다 말죽거리 잔혹사
lee su in 2004-01-22 오전 11:03:43 1374   [19]
일찍이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선두주자였던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이 영화광의 3가지 단계를 얘기했었다.

"영화광이 되는 길에는 세가지 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했던 영화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그 영화에 관해서 비평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단계에는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 이상은 없다." - 프랑소와 트뤼포-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영화에 대한 불가해한 매력...
영화관에서 5번 본 <살인의 추억>이 그랬고, 3번 본 <디 아워스>가 그랬다.
그리고 올해들어 <말죽거리 잔혹사>가 자꾸만 영화관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처음 볼때 보단, 두 번째, 세 번째 보면 볼수록 강해지는 이 영화에 대한 강렬한 끌림은 뭘까...

그것은 과거를 지나 현재를 관통하고있는 우리들에게 아픈 성장사였으며, 단지 청춘의 풍경만이 아닌 뺏고 뺏기고, 밟고 밟히는 약육강식의 우리 사회의 모습과도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일꺼다.

그래서 <말죽거리 잔혹사>는 성장영화임과 동시에 사회비판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78년 서울 강남의 고등학교의 풍경을 우리는 잘 모른다.
하지만 유신정권 말기의 폭압의 분출구인듯 마치 군대를 연상하게하는 학교의 풍경은 낯설게 다가오지만은 않았다.
교장은 교사를 때리고, 교사는 학생을 때리고, 선배는 후배를 때리고, 힘쎈 동급생은 약한 동급생을 때림으로서 그들은 억압된 시대의 공기를 가른다.

처음에는 소심해보이던 현수가 억압과 부조리에 폭발하는 장면(그 유명한 쌍절곤 1:8 액션)은 분명 환타지적이고 영웅주의적으로 보일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그 당시 이루지 못했던 우리들의 내면이었으며, "대한민국 학교 다 좆까라 그래"라는 외침을 남기고 학교를 떠나는 현수의 모습은 말하지 못했던 우리들의 욕망이었다.
그리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우리에게 남겼다.
시인이자 이 영화의 감독 유하가 말했듯, 우리는 학교에서 공부가 아닌 사회를 배운것이다.

그러나 판타지적인 현수의 폭발장면에서 대리만족을 느꼈지만, 이내 현실에 무력하게 순응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서글픔을 느낀다.
학교를 떠난 현수도 결국 잉여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입시학원을 등록해야만 하는 현실을 우리는 보았기 때문이다.

나의 학창시절이 말죽거리에 있는 그 학교보다 별나진 않았지만, 학창시절에 보아왔던 익숙한 풍경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 같다.
현수와 현수의 친구인 짱 우식, 선도부장 종훈, 햄버거, 찍새 그리고 이들의 소란스러움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꺼운 안경테를 두르고 책장을 넘기는 모범생까지, 우리들의 학창시절에 한번쯤 보아왔던 친구들의 모습 그대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마치 우리가 현수와 같이 교실 한 구석에 앉자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생생한 교실의 풍경을 비춰주고 있다.

1978년으로부터 정확히 12년이 흐른 우리의 1990년 고교시절에도 FM라디오, 도색잡지, 고고장, 빵집 등의 풍경은 조금씩 변해왔지만, 변함없이 우리들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는 소품들이었다.
그래서 <말죽거리 잔혹사>는 분명 <친구>, <품행제로>, <클래식>과 같은 우리들의 노스텔지어를 강조하는 복고풍 영화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말죽거리 잔혹사>는 <친구>의 우정, <품행제로>의 복고, <클래식>의 사랑만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는 심미안이 보인다.
이소룡에 바치는 헌사이기도 한 이 영화는 이소룡을 통해 현수를 성장시키고 있으며, 과거를 복고하기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시대를 복기시키는 영화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많은 청춘들이 겪고있을 아픔을 너무나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는 청춘에 바치는 송가이기도 하다.

이처럼 <말죽거리 잔혹사>는 어두운 시대를 읽어내는 영화이자 청춘의 아픈 성장영화이지만 청춘의 순수하고 풋풋한 정서를 놓치지 않는다.
우선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영화의 밝고도 따뜻한 색감, 첫사랑의 떨림과 젊음의 아름다움을 놀라우리만치 생생하게 복기시킨다.
사랑의 아픔을 라디오 엽서에 띄우는 사연, 진추하의 'One summer night', 경춘선 기차여행 그리고 통기타는 우리들의 가슴을 떨리게 만든다.

많은 젊은 관객들이 아쉬워하는 영화의 엔딩장면,
현수의 1:8 옥상 싸움이 끝나고, 1년만에 은주를 버스안에서 우연히 만나고...여기까지 한껏 현수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있다가 갑자기 생뚱맞게 등장하는 성룡의 '취권'을 상영하는 영화관 앞에서의 현수와 햄버거 밝은 엔딩에 다소 아쉬움을 표시했지만, 난 그래도 미래가 있는 청춘이기 때문에 가능한 밝은 그들의 모습에 나 자신도 희망을 섞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싶다.

그리고 잘 보면 이 영화는 주인공 현수의 나레이션을 비롯해 1인칭 주인공 시점이자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되다.
따라서 학교를 떠난 우식이가 어떻게 살고있다라던지, 재수하고있는 은주가 어떻게 지낸다더라 하는 이야기는 전혀 알 수 없다.
학창시절에 경험에 보았던 그렇지 않았던, 한때 청춘의 열병처럼 좋아했던 여학생을 우연히 버스에서 만났지만 다시는 훗날을 기억할 수 없었던 순간들을...<말죽거리 잔혹사>의 엔딩에서는 너무나 잘 표현 하고있다.
만약에 현수가 다시 은주랑 잘먹고 잘산다는 식의 엔딩이었다면 이 영화가 나에게 주는 감흥은 훨씬 떨어졌을 것이다.

영화를 본 이후 후, 서울 그것도 말죽거리에 살지도 않았으면서 항상 양재역 앞을 지나치다보면 보이는 말죽거리 비석을 앞으론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 같다.
그리고 1978년 고등학생 그 자체였던 현수역의 권상우, 올리비아 허시를 닮은 한가인, <결혼은, 미친짓이다>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만개한, 시인에서 감독으로 거듭나는 유하의 모습에서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뛰어난 수작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언론과 평단에서 <말죽거리 잔혹사>에 보내는 호의적인 반응과는 달리 이 영화에 감흥받지 못하는 일부관객들도 있던데, 난 친구들과 같이 웃고울며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영화를 봤기에 그 순간은 한없이 즐겁고 행복했음이리라.

기회가 되면 친구들과 또 말죽거리로 달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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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2003)
제작사 : (주)싸이더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sidus.net/movie/maljuk/maljukschool/main/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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