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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잔혹사] 깨어 일어나라 젊음아. 말죽거리 잔혹사
ozzyz 2004-01-08 오후 2:52:37 1467   [15]

 


" 대한민국 고등학교 좃까라 그래!!!!! "

 

 

[말죽거리잔혹사]

유하감독,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 주연

 

오늘 나는 유하 감독의 의외의 결과물을 접하였다.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아니 <결혼은 미친 짓이다> 까지만 해도
본인은 "텍스트와 스크린은 다른 것이외다, 감독... "  이라며 뻣뻣한 자세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다르다. 물건이다.


다소 실망스러울수도 있겠지만, 본 작품을 <품행제로> 의 코드로 놓고 풀어보려는 관객들에게는
관람하기를 권유하고 싶지 않다. 또한 <친구> 의 이미지로 바라보는 것 역시 금물이다.
<말죽거리잔혹사> 의 잔혹사는 언뜻보면 혈기왕성한 고등학생들이 벌이는 육체의 스펙타클이
주를 이루는 학원 액션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유신 정권하에서 억눌리고 짓밟히던
한 개인이 훌륭하게 일어서는 과정의 기록이다.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역사앞에 가위눌림
없이는 볼수 없는 영화라는 오해또한 금물. 권상우, 이정진, 한가인이라는 청춘스타들과,
작가출신인 유하감독이 그려낸 캐릭터들이 묘한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이야기를 쿨하게 풀어가고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고등학생이고, 이야기의 배경은 서울 강남의 '정문고등학교' 이다.
주인공은 이 공간에서 수많은 비리와 부조리를 목격하고,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러한 부조리들
앞에서 떳떳하게 맞서지는 못한다. 그것이 당연한 것임을 강요받고, 반항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나의 일이 아니며 올바르지 못한 것이라고 끊임없이 세뇌당한다. 주로 그러한 사상무기는 폭력을
수반하게 된다.

이 학교안에는 '수금' 을 하는 불량학생도 있고, 군인 아버지의 '빽' 을 믿는 학생,
도색 잡지를 팔아서 등록금을 마련하는 학생 등 수많은 인간 군상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에 지나지 않는다. 어디서나 만날 수 있고, 추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구성원들은 직접적으로 악하게도, 선하게도 그려지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우리' 이다.
이 공간의 진정한 '악' 은 권력에 빌붙고 잘못된 입시 환경을 끊임없이 재 생산해내는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와,
그 시스템이 직접 나서기 힘든 더러운 작업들을 수행하는 요원들 -선도부원들이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러한 상황 설정들의 의미를 도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두가 설정된 장소이며 인물일뿐, 본 작품은 70년대 후반 군사 유신 독재 치하의 사회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주인공은 그러한 부조리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소시민 '나' 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소시민  '나'  가 이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에 대해 눈을 뜨고, 떳떳하게 일어나,
일그러진 세상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빳빳히 세우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의
가운데, 7,80년대 젊은이들의 우상 이소룡과 쌍절곤이 있다.

주인공이 일어서는 방법으로 택한 것은, 쌍절곤의 힘을 빌어 이소룡의 모습으로 환생하여
사회악에 대해 '단죄' 하는 것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던 모든 이들의 우상이자, 정의의 현신이었던
브루스 리 - 이소룡은 주인공이 택하기 가장 쉬운 역할 모델이었으리라. 특히 본 작품은 영화
시작과 함께 이소룡과 절권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으면서, 그에게 아낌없는 사랑과 헌사를 바치고 있다.

 

틀림없이 유하 감독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임에 분명한 본 작품은, 그래서인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고 있다. 권상우가 연기하는 주인공의 시점에서 알수 없는 부분 같은 것은 아예 영화에서
다루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인지 다소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해 진다.
특히 극을 이끌어가는 두 축중에 하나였던 이정진의 캐릭터가 퇴장하고 난 이후에 어떠한 설명도
없다는 것은 관객의 의구심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부분은 다른 캐릭터들에게서도
나타나는데,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 인물들에게서 차가운 객관적 '시선' 만이 존재할뿐 어떠한
애정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것은 나쁘게 말하면, 살아있는 캐릭터는 주인공 하나 뿐이라는 것이
된다. 그만큼, 이 작품은 주인공 개인의 시점에서 진행되는, 철저한 그 만의 '잔혹사' 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한 편이었다. 권상우는 극 내내 모범생의 소심한 대사를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사실 조금 가증스럽긴 하다) 특히 주인공이 선도부원들과 결투하는 5분정도의 액션 시퀀스
는 그동안 억눌려있던 울분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부분이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엄청난 카타르시스
를 느끼게 하는 장면인데,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한 듯한 권상우의 섬세한 표정과 행동이 압권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엿보았다.

한가인이나 이정진 역시 튀지 않는 연기를 보여준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이정진이라는 배우이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배우인데, 너무 한가지 역할로 규정되고
갇혀지는게 보기 안스럽다. 개인적으로 그 눈빛을 매우 아끼는 배우이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 자신의 연기의 한계를 설정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아쉽고 슬프다.


사실 단점을 찾으라면, 일일히 열거하기 힘든 일이다. 주인공을 제외한 캐릭터들이 죽어있으며,
떡볶이 집에서의 정사씬 같은 불필요한 서브플롯들의 삽입으로 극의 집중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차라리 결말을 향해 곁가지 없이 정공법으로 치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은 자칫 너무 무거워질 우려가 있다.)
또한 권상우가 학교의 선도부들에게 단죄하기 위해 택한 '이소룡' 化 는 너무 짧은 트레이닝 과정 등이
리얼리티가 떨어지고 우습기까지 하다. (권상우의 몸매가 워낙 스펙타클하여 그 정도의 투덜거림은
여성 관객들의 비명소리 만으로도 커버가 충분하기는 했다.)


하지만 단언컨데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의 아픔을 이러한 간접적 방법을 이용해서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정통으로 '어택' 하는 작품은 현재까진 존재치 아니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영화는 대한민국 학교 현실에 대한 통탄어린 시각이나 자기반성을 논하려는
시도가 아니다. 이 작품에서 학교라는 공간은 단지 무대장치에 불과할뿐, 진정 이야기 하고 픈 것은
그 왜곡된 시대를 맨몸으로 통과해낸 사람들이 말하는 역사의 반추이다.


극의 중반정도에 잠시 스쳐지나가는 "군인이면 다야!!!!!! " 라는 대사와,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해
호흡을 집중 시키는 권상우의 "대한민국 고등학교 좃까라 그래!!!!!" 라는 대사는, 그래서 생뚱맞지 아니하고
관객의 마음을 뜨끔하고 깊게, 그리고 오랬동안 울린다.


이 작품은 단순히 하이틴 액션물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간 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은 교훈으로 새겨져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며, 유하 감독을 우리 시대 가장 뛰어난 작가주의 감독중에 하나로 각인 시킬 명작이다.
널리 추천하는 바이다.


[ozzyz]

http://withpage.com/ozzyz

BOOT 영화비평단  허지웅 (www.boot.pe.kr


(총 0명 참여)
살인의   
2004-04-23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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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2003)
제작사 : (주)싸이더스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sidus.net/movie/maljuk/maljukschool/main/index.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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