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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증스런 거짓말을 단죄 못하는 한국사회에 대해 제보자
novio21 2015-05-01 오전 2:24:44 2324   [0]



  벌써 10년 전 이야기가 됐다. 하지만 그리 먼 이야기 같지는 않았다. 너무 강렬한 사건이어서 그런 것 같다.
  영화의 결말이 어떤 것인지를 모를 한국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담은 감성과 문제제기가 무엇인지 다 알 것이다. 어쩌면 이제 성인이 된 한국사람들이라면 황우석 사기 사건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을 것도 같다. 한국사회의 치부이기도 한 이 사건에 거의 모든 한국사람들은 격분했고 일방적이라 할 수 있지만 매도했고, 이상하게도 보수와 진보의 묘한 대결이 벌어졌고, 마지막엔 많은 이들이 실망했다. 특히 사기사건이란 것이 백일하에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말도 안 되는 국익 운운하면서 그냥 덮어 버리자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상하게도 사건의 진상을 드러낸 용감한 이들을 매도하고 협박하기도 했다. 사건 해결이 다 끝났는데도 말이다. 이런 치부가 바로 영화 ‘제보자’에 드리워진 알몸이다.
  제대로 된 이름을 달지 못한 채, 영화는 가명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들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영화 속 사실은 다시 한 번 장막이 드리워진 채로 세상으로 나와야 했는지 모른다. 10여 년이 흘렀지만 진실된 모습으로 나서기엔 아직도 낯설고 무섭고 그리고 위험했는지 모른다. 치유된 상처를 다시금 보여줘서 한국인들의 자성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면 그건 아직 시기상조이고, 어쩌면 어린 아이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럴 것이다. 그런 게 한국인인 것이다. 조작된 거짓말이 어느 순간 상업화되면서 이런 사기를 만든 극중 ‘이장환 박사 (이경영 분)’의 넋두리처럼 멈출 때를 놓치고 말면서 거짓말의 후유증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영화 속에서 얼토당토않은 사실을 갖고 많은 이들이 이권세력이 됐다. 여권과 야권의 정당의 수뇌부는 물론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들도 이권세력이 됐고, 심지어 교과서에 실리기도 하면서 언론사들조차 이권세력에 가담했다. 거기에 종교까지 그렇게 했다. 문제는 그 거짓말을 통해 자신의 이권을 챙기려는 이들이 너무 많아졌고 심지어는 거의 전국민이 이 이권에 가세했다. 마치 부동산 투기에 가세해서 한몫 잡으려는 집단적 광기집단으로 화했다. 이장환 박사의 실재인물이었던 황우석 박사가 신으로까지 대접받았던 이유는 그의 줄기세포 연구가 위대해서라기보단 그것으로 자기들 이권을 챙길 수 있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픈 이들을 위한 구원만이 아닌, 지금의 힘든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이다. 그래서 열광했다. 결국 부동산 투기나 주식 광풍 속에 담겼던 한국인들의 치졸한 탐욕이 그 뒤에 있었다.
  이런 한국적 탐욕에 돌을 던졌던 제보자 ‘심민호 연구관 (유인석 분)’과 줄기세포 사기사건을 파헤친 주역 ‘윤민철 PD (박해일 분)’은 그래서 전국민에게 적이 됐다. 특히 윤민철 PD의 실제인물인 ‘한학수 PD의 고통은 영화 속 허구보다 더 심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미국 같은 곳이라면 엄청난 반향과 함께 국민적 영웅이 됐음은 물론 관련 언론인 상의 최고들을 다 갖고 갔을 법한 노력이 한국에선 공공의 적이 되면서 자신의 많은 것들을 잃고 말았고, 그 피해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한국에선 진실보다 자신의 이권을 위한 것이라면 사기도 용납해야 한다는 천박한 한국 정신이 당당하게 한국에서 자리잡고 있다. 사실 정당에서의 비리나 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났는데도 집값 폭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이 갖고 있는 주식의 폭등을 위해 부패정당에 몰표를 던지는 기성세대들의 행태를 보면 한 PD의 도전은 사실 만용에 가깝고 한국에선 바보라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 PD와 제보자는 지금의 판단에서도 바보처럼 보인다. 아직도 그들에게 돌을 던지는 천박한 사람들과 세대들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 PD의 현 모습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게 만든다. 그가 현장에 복귀 못하고 한직으로만 밀려나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거짓말이라도 좋고 사기라도 좋으니 내 돈 좀 늘려달라는 치사한 천민자본주의에 물든 한국의 기성세대들의 모습을 보면 참 기막히다. 국익이라 하면서도 사실을 국익 뒤에 사익을 숨긴 채 이권을 챙기려 하면서 막상 사익이 생기면 다른 누군가와 함께 누릴 생각은 전혀 안 하는 세대들이 참 뻔뻔하게도 사기도 국익을 위해서라면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사실 섬뜩하다. 우리가 그런 세대들 덕분에 이 정도로 먹고 살지 않느냐 하는 말에 돌을 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영화는 113분이란 길지 않은 시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그 뒤에 남은 상처는 끝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계속 갈 것 같다. 자성의 시간을 갖기엔 한국은 아직도 천박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나마 한 PD와 같은 이들이 한국사회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제보자 역시 감사하다. 그들의 용기가 없었다면 천박한 한국인들이 다 천박하다는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는 그렇지만 아닌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그리고 사기사건을 국익 우선, 아니 개인적 탐욕으로 덮자고 한 이들, 반성 좀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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