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나 포겔이 연출한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전 남자친구가 스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 오드리(밀라 쿠니스)와 절친 모건(케이트 맥키넌)이 국제적인 범죄에 연루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얼마 전 이별통보를 받은 오드리는 갑자기 집으로 찾아온 전 남친 드류가 집안에 간직하고 있던 트로피가 중요한 물건이라고 누군가에게 전달해주라고 한다. 얼떨결에 미션(?)을 받은 오드리는 모건과 함께 약속장소인 유럽으로 떠나게 되고, 거기서 또 다른 요원(적인지 아닌지 모르는) 세바스찬을 만나게 되면서 본격적인 스파이의 세계(?)로 들어간다. 몇 년 전에 히트를 쳤던 멜리사 맥카시의 <스파이>가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다. 같은 액션 코믹물이고, 여자 배우를 전면에 내세운 스파이물이라서 그런 것 같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면 <나를 차버린 스파이>는 여성 콤비를 앞세운 작품이다. 특히 유머를 담당하는 케이트 맥키넌은 snl출신의 배우라 그 특성을 영화에서 잘 보여준다. 물론 멜로적인 요소를 갖춘 작품이지만, 코미디를 좀 더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고 꽤 타율이 좋은 유머를 보여준다. 후반부엔 좀 과하다는 생각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꽤 괜찮은 코미디다. 그리고 남성에게 의존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좋았고, 2편까지 기대케 하는 엔딩까지만 깔끔했다. 감독부터 주연배우까지 여성들이 주가 되는 작품이라 너무 한 쪽으로 기울까 걱정이 살짝 되었는데 결과적으론 원하는 장르적 재미가 충분한 작품이었다. 그들이 보여주는 코미디의 정서가 우리 관객들에게 얼마큼 공감을 얻어낼지 멜리사 맥카시의 <스파이>만큼의 공감을 얻어낼지도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