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충격적인 다큐멘터리인 <아르마딜로>를 감독했던 야누스 메츠 패더슨이 이번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극영화로 돌아왔다. <보리 vs 매켄로>는 최고 권위의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윌블던 5연패를 놀리는 스웨덴의 슈퍼스타 비외른 보리(스베리르 구드나손)과 신예로 보리를 위협하는 미국의 존 매켄로(샤이아 라보프)가 결승에서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미 모든 것을 갖고 있지만 경기 전 50개의 라켓의 탄성을 확인하는 등 극도로 예민한 성격의 보리와 시합 전 날에도 술을 마시는 등 자신감 하나로 똘똘 뭉친 매켄로의 상대 되는 캐릭터가 흥미진진하게 이어진다. 보통 경우엔 둘의 캐릭터가 결승에 이르기 전까지 갈등 구조를 만들고 엔딩에 화해나 갈등해소 혹은 스포츠에서만 볼 수 있는 그들만의 우정이 싹 트기도 한다. 이 영화에 후자는 있지만 전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캐릭터의 갈등은 라이벌이 아니라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에 의해서 일어난다. 보리의 경우, 이미 10대부터 성인들을 이겨버리는 실력을 갖추었지만 코치인 레나트(스텔란 스카스가드)를 만나기 전까지 협회에서 퇴출될 위기를 맞이할 정도로 안하무인인 캐릭터였다. 매켄로의 경우, 부모와의 갈등이 있었다. 그들은 매켄로가 운동이든 공부든 무엇이든 완벽하길 바랐다. 96점을 받고 부모에게 칭찬을 기대한 매켄로에게 엄마가 하는 말이 ‘4점은 어디로 갔니?’ 이다. 이런 강박이 친구 등 주변인물에게도 악영향으로 미치게 되고, 가까운 테니스 친구들도 그에게서 떠나게 된다. <보리 vs 매켄로>가 류승완의 <주먹이 운다>에서처럼 두 주인공이 각각의 이야기를 하면서 엔딩에서 만나는 구조는 아니지만 그 만큼 각자의 에피소드가 각 캐릭터를 만드는 데 많은 공과 시간을 들였다. 라이벌을 다룬 론 하워드의 <러시: 더 라이벌>처럼 서로에게 으르렁거리며 시종 일관 긴장감을 일으키는 작품은 아니지만 스포츠 영화답게 결승전 매치는 어떤 테니스 영화보다 더 스릴감이 있었다. 마치 80년 결승에 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리의 강박과 매켄로의 열정이 잘 느껴졌다. 결승전의 긴장감도 좋았지만 엔딩에 두 캐릭터의 모습에서 뭔가 ‘짠’한 느낌이 들었다. 경기 후 보리와 매켄로의 인생은 서로 완전히 달라지지만 그들의 우정이 그 한 게임으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지만 월드컵에서 경기가 끝난 후 서로 잡아먹을 것 같았던 상대와 옷을 바꿔 입는 모습 등을 보면 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포츠라는 세계는 일반인들이 느끼지 못 할 뭔가가 확실히 있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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