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의 박흥식 감독이 거의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두 번째 스물>은 40대 남녀를 다루고 있는 정통 멜로드라마이자 로드무비이다. 영화의 대부분을 이탈리아에서 촬영한 이 작품은 16년 만에 낯선 땅에서 만난 두 남녀는 각각의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다시 만나는 순간 꺼졌던 사랑의 감정이 다시 불붙게 된다. 토리노행 비행기에서 민구(김승우)가 민하(이태란)를 아는 체하지만 사람 잘 못 봤다며 딱 자르는 민하의 모습에 머쓱해하지만 결국 토리노에서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난 이들은 도저히 서로를 모른 체할 수 없게 된다. 토리노에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온 독립 영화감독 민구와 음악 유학을 온 딸을 보기 위해, 그리고 카라바조의 그림을 보기 위해 왔다는 민하는 이탈리아를 일주하면서 카라바조의 그림들을 보기 시작한다. 이 영화가 적지 않게 반가운 점은 최근에 거의 제작되고 있지 않은 정통 멜로드라마이자 40대의 멜로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또한 캐릭터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있어서도 카라바조의 그림을 잘 활용해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너무나 많은 작품이다. 먼저 가장 아쉬운 점은 대사들이다. 상황에 맞지 않는 문어체의 대사들이 수도 없이 반복된다. 문어체 대사가 나쁜 다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경마장 가는 길>의 두 인물들이 하는 문어체 대사들은 영화와 딱 맞아 작품의 독창성에 한 몫을 했다. 대사가 이러니 배우들의 연기가 어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 있다가도 대사가 나오는 순간 몰입도 떨어져 버렸다. 엔딩에서도 마치 70년대 멜로물을 보는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멜로드라마라는 장르의 특징 때문에 영화의 마무리가 어느 정도 한정적이지만 시대에 맞는 결말이 되었으면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제대로 된 멜로물이 거의 만들어지고 있지 않는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 이런 작품의 등장은 정말 반갑다. 하지만 이런 영화일수록 좀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써 잘 만들어져야 한다. 그래야 멜로물을 비롯한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꼭 그렇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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