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는 <감기>이후 다시 돌아온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주목되는 건 화려한 캐스팅이다. 이전 놀라운 것 없는 멀티 캐스팅이지만 그래도 정우성과 황정민을 한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꽤 흥미로운 점이다. <아수라>는 제목처럼 지옥 같은 세상과 인물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어느 하나 정을 붙일 수 없는 캐릭터들이고 정말 맞닥들이긴 싫은 사건들이 이어진다. 비리 경찰 도경(정우성)은 악덕시장 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하는 와중에 사고가 생기게 되고, 도경을 주시하고 있던 검사 차인(곽도원)은 이 사건을 빌미로 해서 성배를 검거할 수 있는 증거를 잡아오라고 한다. 그러던 와중 도경은 파트너인 후배 경찰 선모(주지훈)를 성배의 밑으로 보내고 자신은 발을 빼보려 하지만 이미 깊은 수렁에 빠져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영화에선 선악의 구분이 없다. 모두 다 자신의 이익에 의해 행동하고 조금의 의리도 이들 앞에선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끔찍한 엔딩 장면은 이를 더욱 더 강조한다. 감독은 하드 보일드한 느와르 장르를 선 보이려했고, 그 수위는 꽤나 높았다. 특히 엔딩 장면의 이미지는 최근에 개봉한 좀비물인 <아이 엠 어 히어로>의 엔딩과 흡사한 느낌을 주었다. 이미지로서의 감독이 보여주는 세계는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지만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한계점은 조금씩 존재했다. 먼저 선모의 캐릭터가 시간이 지날수록 도경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너무 급작스러운 느낌이 들었고, 차인의 경우에도 이전에 곽도원이 보여줬던 이미지와 연기가 겹쳐져서 그런지 엔딩부분에서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우성과 황정민의 스타성이 여전히 빛나는 작품임에는 틀림없는 없었다. 특히 황정민의 경우, 클로즈업에서 보이는 악마성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랜 휴식 끝에 <감기>로 돌아왔던 김성수에게 크게 실망을 했었지만 90년대 패기 넘치던 그의 모습을 조금 볼 수 있는 작품이라 반가웠고 다음 작품은 조금 더 깊고 디테일한 연출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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