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출신의 탈야 라비 감독의 <제로 모티베이션>은 이스라엘의 군대, 특히 여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가지 않아 과연 내가 보는 것이 실제 군대인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상명하복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일반 회사의 사무실보다 더 자유분방한 그들의 모습이 조금 놀랐다. 영화라는 매체에 상상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의 리얼리티는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 한 설정이었다. 그러나 영화의 중간 지점에 이르면 연출자가 이를 의도했다는 것이 느껴지고 나 스스로도 어느새 감독이 만들어놓은 공간과 캐릭터를 인정하고 있었다. 두 주인공 조하와 다피, 상반되는 두 인물을 놓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조하는 어떻게든지 신분상승의 욕구가 있으며 장교까지 지원한다. 반대로 다피는 남자 경험만 없을 뿐이지 하루하루를 그냥 즐기며 사는 캐릭터다. 조하가 장교가 되면서 두 사이의 갈등이 벌어지고 봉합된다는 흔한 이야기다. 이 영화가 독특한 이유는 이야기가 아니라 역시나 공간이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는 공간과 흔한 이야기가 합쳐지는 오히려 신선한 느낌마저 주었다. 예를 들면 마지막에 다피가 상사의 말도 안 되는 명령을 어기는 것은 거의 상상도 할 수 없는 설정이지만 그로 인해 성장한다는 설정과 만나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선함을 주었다. 이스라엘에서 제작된 작품을 처음 보았는데 게다가 의무적으로 여성도 군대를 가야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이스라엘 군대를 체험해본다는 설렘은 영화 시작 10분도 안 된 채 사라져버렸지만 근 몇 년간 본 영화 중 가장 독특하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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