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사랑과 죽음, 신념, 살인 등 그 어떤 것도 꾸며졌던 스탈린 시대를 그리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투쟁의 시대로 언젠가 나와 내 가족에게 닥칠 무언가를 기다리는 공포의 시대... 정권 유지와 권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공포 아래 모든 계급은 날이 선 채 생활할 수 밖에 없다. 이데올로기라는 상위 개념 밑에 인간이란 개인은 무기력할 뿐이다. 인간의 감정조차 이데올로기 안에서 생산되었던 그 시대를 영화는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 시대를 조명함에 있어 가장 혜택을 받았던 정보부조차 경쟁에 함몰될 수 밖에 없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누구도 믿을 수 없었던 그곳에서조차 인간이기에 탄생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인간성을 감독은 그려내려 했으나 연출력이 그 생각을 따라잡지 못한거 같다.
소년들을 향한 연쇄살인마의 살인을 통해 구조 속에서 개인을 경쟁으로 몰아 서로를 피폐하게 만드는 이데올로기의 잔혹함을 드러내려 했지만 이 둘은 영화 속에서 유의미하게 연결되지 못했다. 스탈린 시대의 공포와 미성년 연쇄살인사건의 두가지 축이 생각보다 매끄럽지 못하게 엮였고, 그 미세한 균열이 영화에 몰입함을 방해했다. 하지만 영화의 의도를 어느 정도는 읽을 수 있어서 괜찮은 소재였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것을 집어넣으려한 욕심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연출이 참 아쉽고, 어색한 러시아 사투리식의 영어 발음은 실소가 나오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 속의 개인이라는 중요한 소재가 있는 영화라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별점은 2.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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