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_2015
세르지오 레오네의 <원스 어 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는 걸작 중의 걸작이지만 풀버전에 대한 갈망이 항상 있어 왔던 작품이다. 드디어 4시간 11분짜리 온전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도 되었지만 저 긴 시간을 감당해낼 수 가 있을까? 라는 의문과 동시에 너무 이야기가 늘어질지 걱정도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었지만 전혀 지루할 틈이 없었던 작품이었다. 추가로 들어간 영상들 중 필름 보관 상태가 안 좋아 빛이 바래진 장면들이 있어 약간 아쉬웠지만 전체적으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 영화에 대한 좋은 점과 인상 깊은 장면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몇 가지만 추려보면 개인적으로 어쩔 수 없이 엔니오 모리꼬네를 먼저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영화음악이란 너무 튀어서도 안 되고, 캐릭터와 이야기가 훨씬 독보이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엔니오 모리꼬네의 음악은 언제나 그렇듯이 관객의 기억에 오래 남으면서도 동시에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탁월하다. 20년 전 구입했던 LP를 관람 후 집에 오자마자 다시 들어보았다. 역시나 화면 없이 들어도 훌륭한 곡들이었다.
다음으로 언급할 수 것은 바로 제니퍼 코넬리의 등장이다. 소피 마르소의 <라붐>과 함께 충격적인 데뷔작이 아닌가 하다. 특히 10대 소년들이라면 누구라도 넋을 잃게 만드는 외모와 발레하는 모습은 100년이 지나도 기억에 남을 이미지 쇼트였다. 이 영화에서 가장 너무나도 아쉬운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성인 역의 데보라가 등장할 때 예전의 관람했을 때의 충격이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너무나 닮지도 않고 이상하게 변해버린 데보라를 보는 순간 누들스의 감정선을 따라가고 있었던 나는 그 감정선이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캐스팅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주었다.
금주법 시대의 뉴욕을 그려내는 촬영도 탁월했다. 특히 브라운 톤의 뉴욕 뒷골목들과 대부의 첫 시퀀스의 사무실 장면을 연상케하는 수 많은 실내장면들도 좋았다. 너무나 유명한 메인 포스터의 장면과 무리 중 막내가 ‘나 미끄러졌어’라는 대사는 명장면 중의 명장면이다.
마지막으로 로버트 드니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 이전에도 <대부><택시드라이버><분노의 주먹>등등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그는 이 대작에서도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고 있다. 20대부터 60대까지(당시 실제나이 40세)의 모습을 연기했던 드니로는 전혀 세월의 이질감 없이 역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이전의 강했던 역에서(물론 이 작품에서도 약하진 않은 캐릭터) 조금은 부드럽고 세월의 무게를 안은 인물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연기해냈다. 특히나 마지막에서 장관을 용서하는 장면과 그의 웃는 얼굴에서 끝나는 프리즈 프레임은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다.
이번을 계기로 세르지오 레오네의 작품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명한 서부극 3부작을 통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인물인 만큼 이 작품도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어냈다. 시간의 압박 때문에 관람을 고민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후에 이 작품을 극장에서 보지 못했다는 것에 후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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