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과거를 넘어 현재를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현재는 과거를 안고 보내는 시간이다. 또한 과거를 거치지 않은 현재도 없다. 이미 지난 것이지만 현재의 거울이 되며 동시에 현재를 옭아매는 무서운 족쇄가 된다. 그런 평범한 진리를 알면서도 모든 이들은 과거를 벗어나기 위해 몸서리친다. 멋진 과거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리라. 애니매이션이자 영화인 ‘바람의 검심’ 주인공인 검심(켄신)은 그렇게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몸부림친다. 하지만 결국 과거의 시간이란 굴레로 빠져든다. 시간은 변하고 메이지 유신으로 인해 사무라이 전성기인 막부 시대가 명시적으로 과거가 됐지만 켄신을 둘러싼 시간은 결코 과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 그 속에서 과거와의 단절을 일생의 목표로 간직한 그의 노력은 언제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마치 지금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1편에 이어 2편 격인 ‘바람의 검심: 교토 대화재편’은 무척 기다리던 작품이다. 무엇보다 놀랄만한 액션을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이나 한국의 무협 영화와는 다른 매력적인 일본색의 무협 액션이 있다. 검 하나하나의 세련된 액션은 반짝이는 불빛처럼 춤을 쳤고 칼을 든 무사들의 신들린 액션은 액션의 매력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보여줬다. 특히 다른 국가들의 액션과는 뭔지 모를 차별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 번 보면 빠져드는 묘한 매력적 검술은 보는 내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러나 바람의 검심은 그런 액션으로만 관객을 끌지 않는다. 화려한 액션 뒤에 숨겨진 인간의 본능, 그리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통렬한 회한과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한 인간의 고독한 싸움이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영화의 모든 것이자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의 마음인 것이다. 20살이 되기 전, 막부의 의지를 자신의 의지로 삼아 무서운 검을 휘둘렀던 주인공 ‘히무라 켄신(사토 타케루)’은 비극적으로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사는 무사다. 무너지는 막부 속에서 히무라 발도제로 살았지만 자신의 검이 결코 그 어떤 것도 바꿀 수 없을 뿐임은 물론 희생자만 양산해 내는 결과에 반성하면서 새롭게 정한 켄신, 즉 검심은 제 2의 인생을 위한 그의 마음가짐을 상징한다. 하지만 그런 마음도 자신의 주변은 물론 당시의 시대는 결코 지켜주지 못 한다. 무엇보다 과거를 바꾸려는 유신 세력과 함께 과거로 돌아가려는 반유신 세력 역시 엄존하기 때문이고, 거기에 개인적 원한까지 가세하면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여정은 발목이 잡히고 만다. 그런 모습은 켄신의 마을 동료이지 의사인 다카니 메구미(아오이 유우)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마약 제조업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채 숨죽이는 모습은 켄신과 다르지 않다. 바로 이 점에서 영화의 모든 갈등구조가 출발하고 심화되고 폭발한다. 히무라 발도제에 뒤이어 과거 막부 시대의 무사들을 결집한 ‘시시오 마코토(후지와라 타츠야)’는 과거로 돌아가려고 몸부림 치는 악당이며, 그의 주변에 있는 한물간 시대의 인물들인 무사들 역시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열망을 현실화시키려는 인물들이다. 과연 과거가 좋은지, 그리고 미래의 새로운 시대가 좋은지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도외시한 채, 과거의 향수에 탐닉한 채 검을 든 자들이다. 역 그런 와중에 양산되는 희생자들의 모습은 시대적 아픔으로만 치부하기엔 너무 뼈아픈 희생들이다. 켄신이 그렇게 보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다시 벌어질 때, 결국 다시 발도제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로 내몰린다. 켄신은 안착할 수 없다. 과거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안착하고 싶어도 과거의 끈을 놓지 못한 사람들 덕분에 그는 결국 발도제가 돼야 했고, 역날검을 통해 결코 그 누구도 희생시키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상징하는 역날검은 언제나 위험에 처하게 된다. 사람을 공격하는 쪽이 아닌 그 반대쪽을 칼날로 만든 역날검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상징이다. 타인을 죽이지 않으려는켄신의 몸부림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재는 미래와 과거의 치열한 사투의 장이다. 과거의 세력들이 언제나 반동적 퇴행을 반복하는 것은 어느 시기나 있는 법이다. 켄신이란 가공의 인물 역시 그런 시대상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그것이 갈등의 전면에 나타난 것이 바람의 검심이다. 켄신이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막으려 몸부림치는 카미야 카오루(타케이 에미)의 노력은 영화의 힘이며, 그것이 켄신의 마음을 지금까지 끌고 오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무척 아슬아슬해 보인다. 다만 그녀의 노력의 결실이 크길 바랄 뿐이다. 영화의 교토 대화재편은 최종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3월에 전설의 최후편을 통해 마무리를 지으려 하나 보다. 무척 기대된다. 멋진 액션은 물론, 켄신의 의지가 어떻게 계속 유지되는지 말이다. 그리고 켄신의 역을 맡은 사토 타케루는 정말 멋진 배우다. 내가 아는 켄신의 완벽한 현신이자, 어떤 점에선 그 이상이다. 내면의 고통을 품은 채 휘두르는 역날검 신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떠오르며 그가 보여주는 내면적 아픔의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앞으로도 계속 보고 싶다. 그리고 3월의 다음 작품이 너무 보고 싶다. 빨리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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