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변주 / 청소년 관람불가 / 93분
유영선 감독 / 박주희, 나수윤, 이미소.. / 개인적인 평점 : 5점
안녕하세요? 다들 연휴 후유증 잘들 극복하고 계신가요? 전 몸살까지 겹쳐서 죽을 맛이네요.. ㅠ.ㅠ
오늘은 어제(12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마녀>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아시는 분들은 이미 다들 잘 알고 계시겠지만, <마녀>는 지난 5월초에 열린 제 1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무비꼴라쥬 창작지원상을 수상한 덕분에 CGV무비꼴라쥬가 배급을 맡아 전국 개봉까지 하기에 이른 작품인데요. 특히, 3천만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93분짜리 장편 영화를 만들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ㅎㅎ
한편으로는, 제작비가 3천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마녀>를 극장에서 볼지 말지를 고민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실 것 같은데요. 과연, 제가 직접 보고 느낀 <마녀>는 극장에서 관람할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었을지, 언제나 그렇듯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장난처럼 시작한 내기가 불러온 어마무시한 결과
줄거리 이제 막 입사한 세영(박주희)이는 아침 일찍 출근해 사무실 청소부터 커피까지 살뜰히 챙기는 열혈 신입 사원인데요. 하지만 부족한 업무 능력 때문에 한이선(나수윤) 팀장을 비롯한 직장 동료들로부터 항상 미움만 받으며 왕따를 당하기가 일쑤죠. 그러던 어느 날, 세영이는 자신이 작성한 보고서를 타박하던 한이선 팀장의 말에 욱한 나머지 각자의 손가락 하나를 건 내기를 하기에 이르는데요. 다른 직원들은 일찌감치 모두 퇴근한 밤, 내기에서 이긴 세영이가 커다란 가위를 든 채, 조용히 한이선 팀장의 등 뒤로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마녀>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답니다. ㅎㅎ
★ <마녀> 예고편 ★
<마녀>는 유영선 감독님의 장편 영화 입봉작이자, 주연 배우인 박주희씨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데요. 그동안 <혈의 누>에서는 연출부로 <므이>에서는 조감독으로 그리고 <흡혈형사 나도열>에서는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활동하시며, <동면의 소녀>라는 단편 영화를 연출하시기도 하셨던 유영선 감독님께서 자신의 공포&스릴러 장르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불과 13일만에 후다닥 만들어내신 작품이 바로 <마녀>죠. ㅎㅎ
솔직히 저도 <마녀>를 관람하기 전, 3천만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2주일도 안되는 짧은 촬영기간 동안 완성된 <마녀>에 대한 이런저런 우려들로 마음이 복잡했던게 사실인데요. 직접 <마녀>를 극장에서 관람하고 나면 마음이 정리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녀>를 보고 난 후, 이 작품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지 아니면 야유를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 때문에 한층 더 마음이 심란해지고 말았답니다. ^^;;
희소성 있는 작품색, 하지만 역시나 제작비가 문제.. ^^;;
<마녀>는 지독한 애정결핍증에 시달린 끝에 자신만의 '사랑받는 법'을 터득하게 된 세영이를 중심으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애환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결합한 형태로 버무려 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이같은 독특한 작품색을 밑바탕에 깐 채, 과도와 식칼뿐만 아니라 드라이버, 송곳, 연필, 압정 등의 각종 생활용품들을 적극 활용해 서스펜스를 끌어 올리고 있었던 <마녀>는, 3천만원에 불과한 제작비를 감안하면 기적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더라구요. 하지만 제작비를 감안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서스펜스의 밀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었기에 <마녀>를 보고 난 후에 제 마음이 더 복잡해지고 만 것이죠. ^^;;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도 <분노의 윤리학>, <닥터>, <몬스터>등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결합한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긴 하지만,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뒤섞은 변주는 국내 관객들에게 있어서는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결합한 한국 영화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 관객수는 9월12일까지 집계된 수치이며, 'N'은 NAVER 평점, 'D'는 DAUM 평점입니다.
당장 위의 표에 나와 있는 작품들의 관객수와 각종 포털 사이트의 평점만 보더라도,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변주에 대해 우리 관객들이 느끼고 있는 강한 거부감을 여실히 느낄 수가 있으실텐데요. (참고로, 제가 위에 나와 있는 작품들에게 줬던 평점은 <분노의 윤리학> 7점, <닥터> 7점, <몬스터> 8점 이렇네요. ㅎ)
※ <분노의 윤리학> 리뷰 : http://blog.naver.com/c106507/80182761565
※ <닥터> 리뷰 : http://blog.naver.com/c106507/80192588828
※ <몬스터> 리뷰 : http://blog.naver.com/c106507/80209309455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결합시킨 변주에 대한 국내 관객들의 알러지 반응은 <마녀>에게도 똑같이 작용할 것으로 보여졌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마녀>는 홍보 과정에서 '오피스 괴담'을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실제 작품 속에서는 '오피스 괴담'보다는 세영이의 애정결핍으로 인한 광기쪽으로 스토리의 무게 중심이 많이 기울어지면서, 영화 중반 이후부터는 블랙코미디의 장르적 특색이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점이 무척 안타깝기도 했었구요. (반면에 <분노의 윤리학>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한 신랄한 성찰, <닥터>는 美에 집착하게 된 현대 사회에 대한 비판, <몬스터>는 물질만능주의에 찌든 현대인들과 순수를 상징하는 복순이의 핏빛 대결 등 각자 작품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블랙코미디와 스릴러의 변주를 사용해 시종일관 뚜렷하게 유지하고 있었죠.)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저의 주관적인 생각일뿐이지만, 작품 구상 단계 때 부터 <마녀>가 세영이의 광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킬 생각이었다면, 지금처럼 오피스 괴담과 접목시킨 형태로 끌고가다가 어중간한 블래코미디와 반전으로 마무리하기보다는, <엑스텐션>처럼 강렬한 반전 슬래셔 무비로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싶은데요. 아마도 유영선 감독님께서도 저와 같은 고민을 하셨을테지만, 역시나 제작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신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
결국에는 제작비에 발목 잡히고 만 <마녀>
결과적으로 유영선 감독님은 3천만원에 불과한 제작비로 93분짜리 장편 영화 <마녀>를 만들어내시는데 성공하셨지만, 제작비의 한계로부터는 결코 자유롭지 못하셨는데요. 주연 배우인 박주희씨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 외에도 영상으로 묘사되어야 할 부분들을 인물들의 대사로 대신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제작비의 한계가 특히 두드러지더라구요. 마치 몇 년전에 모 방송사에서 방영되었던 '스토리 공작소(이 이름이 맞나요? 기억이 가물가물.. ^^;;)'를 보는 것 같았달까요?? ㅎㅎ
이제 겨우 상영 이틀 째를 마쳤을 뿐이지만, 어제(12일)까지 겨우 2,608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는 영화 <마녀>. 개봉관 자체가 적은 탓도 있지만(12일 기준, 61개),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우리 나라 관객분들이 3천만원으로 만들어진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기에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들을 많이들 하시기 때문에, 이처럼 부진한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드네요.
전 그럼 이쯤에서 놀라움과 아쉬움이 공존했던 영화 <마녀>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관람 예정인 <씬 시티:다크히어로의 부활>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편안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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