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걸 내려놔야 하는 지독한 재난영화... ★★★★
남자의 이름도, 과거도, 왜 인도양에서 요트를 타는지도, 아무 것도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요트를 타고 있던 한 남자(로버트 레드포드)가 떠밀려온 컨테이너에 요트가 부딪치면서 겪게 되는 생존을 위한 사투를 보여줄 뿐이다.
<올 이즈 로스트>는 어느 의미에선 우주에서 떠도는 <그래비티>보다 더 지독한 재난영화라고 할 수 있다. 왜냐면 <그래비티>는 살 수 있는 과정을 관객에게 알려주고 그래서 관객이 희망을 품고 영화를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반면, <올 이즈 로스트>는 살기 위한 누군가의 조언도 없고 어떻게 하면 살 수 있는지 계획도 없으며, 그 어떠한 외부세계와의 소통도 없다.
등장인물도 한 명, 남자의 눈앞엔 오로지 시시각각 죽음을 재촉하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을 뿐이며, 구명보트 밑을 헤엄치는 상어는 공포영화 못지않은 공포를 관객에게 심어주기까지 한다. 자신에게 닥친 재난에 맞서 시종일관 놀랍도록 담담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응하던 남자는 결국 자연에 자신의 운명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엎드려 처분(!)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할 게 없다는 걸 깨닫는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 것도 없는 초라한 인간의 육체, 관객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늙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쇠잔해지는 육체를 지켜보며, 무력감에 빠져든다.
<올 이즈 로스트> ‘모든 것을 잃었다’는 영화제목보다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는 게 좀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 집착을 버려야 희망이 있다는 얘기는 심오한 불교 철학에 대한 얘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이렇게 구구절절 설명해도 <올 이즈 로스트>를 온전히 느끼게 하기는 불가능하다. 말로 아무리 설명해도 직접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는 영화들이 있는데, <올 이즈 로스트>가 바로 그런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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