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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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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0-29 오후 2:2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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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의 전후가 다 되도록 남자친구가 없거나 애인이 없는 여자(또는 남자)라면 아무래도 그 여자(또는 남자)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 꺼다. (내 얘긴가 ???) (극히 일부이긴 하지만) 남자라는 존재에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그렇다고 그녀가 성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닌데)도 있을 것이고 자신에 대한 성취감이 강해, 자신의 일이 너무 좋아 남자가 끼어들 틈이 없는 여성도 있을 것이고 남자에 관심도 있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어찌어찌 하다 보니 자신의 배필을 만나지 못하고 혼자 쓸쓸히 지내고 있는 여성도 있는 등 각각 나름대로의 이유로 솔로인 상태를 유지(?)하며 외롭게 때론 만족하며 인생을 만끽(?)하고 있을 것이다. 영화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 (Kissing Jessica Stein)>의 여주인공 제시카는 아마도 세번째 의 이유로 홀로인 여성인 듯싶다. 뉴욕에서 생활하고 꽤나 인정 받는 유능한 편집자인 커리어우먼 제시카는 얼굴도 예쁘고 나름대로 능력도 있으며 그렇다고 성격이 모난 것도 아닌데 서른 즈음 지금까지 애인이 없다. 남자를 멀리하거나 꺼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자 친구를 사귀기 위해 늘 만남의 자리를 갖고 사귀어 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해 보지만 어째 그녀와의 만남의 자리에 나오는 남성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취향(?)과 동떨어져 있다. 어쩌다 그녀의 지적(?) 취향과 어울리는 괜찮은 사람을 만났다 싶으면 그 남자는 이미 마음을 준 어떤 여성이 있거나 이미 유부남인 상태. 어머니에게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아서라곤 하지만 실제론 자신의 쓸쓸한 여가시간을 함께 할(그녀의 외로움을 해소시킬) 왕자님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그녀이지만 어째 그녀와 생을 함께할 남자를 찾기가 이래저래 쉬워 보이는 일은 아닌 듯싶다. 아마도 서른을 목전에 두었거나 서른을 살짝 넘기고도 아직까지 홀로인 여성은 이런 제시카의 처지가 남의 일 같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충분히 그녀의 처지와 심정에 공감하고 있는 자신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녀의 처지와 별반 다르지 않는 상황이라 충분히 공감한다.그런데 문제는 내가 나의 문제를 모르는 게 문제다. 그리고 참 이상한 건 어째 노처녀(?)들은 하나같이 비슷하게 외로운(또는 쓸쓸한) 생활을 하고 늘 부모님께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고 늘 만나는 남자마다 그렇고 그런 남자만 만나는 건지 원.)
난 이 영화의 도입을 보고 이 영화의 주인공 제시카가 서른이 다되도록 남자친구가 없는 심각한(?) 노처녀라는 정보(?)를 입수하면서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류의 로맨틱 코미디로 평범한 30대 노처녀 브리짓이지만 그녀에게도 짝이 있었다라는 경쾌한 사랑이야기 정도를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는 내용이 전개되면서 초반 내가 예상했던 이야기와는 정 반대로 즉, 수동적인 여성이 남성에 의해 그와의 로맨스를 통해 행복하게 되었다 라는 식의 이야기가 아닌, 보수적이고 개방적인 두 여성의 만남과 그 만남을 통한 관계의 성숙(?)을 통해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발견하도록 도와주어 생활을 활력을 찾고, 서로의 자아에 대해 눈뜨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며, 진실로 그들이 원했던 것이 무엇이었고 진정한 자신들의 모습과 어떤 것이었는지를 동성애적 코드를 이용하긴 하지만 기발하고 코믹하고 경쾌한 이야기와 상황전개로 그들이 어떻게 발전적인 모습이 되어가는 지를 보여준다. 영화는 분명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이다. 그런데 난 이 영화가 동성애 영화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의 만남과 친해지는 과정 그리고 성적인 접촉을 보여주는 모습에서도 거부감이나 이질감 같은 것이 전혀 느껴지질 않고 단지 약간 성에대해 무지한 친한 여자친구에게 약간은 성에 개방적인 친구가 남자친구를 만났을 경우 이렇게 대처해라 하고 교육을 시키는 느낌이었다. 성적인 무드를 보여주는 장면에서도 전혀 야하단 느낌이 들지 않았고(왜냐면 재치있고 경쾌한 편집과 상황으로 관객에게 재미를 주었으니까) 그들이 만나서 대화를 하고 정말로 즐거운 표정으로 눈을 반짝거릴 때면 정말 맘이 통해서 함께 있음으로 서로를 좋고 배려하고픈 그런 동성의 친구가 여가시간을 가장 행복하게 보내는 것처럼 보였다. 일반적으로 남자친구로부터 느껴야 할 것 같고 당연히 그런 행복감은 남자와 함께만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은 우리의 선입견을 완전히 깨부수고 이 영화는 여자끼리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고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난 감독이 여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노처녀의 감성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는데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두 여자배우의 극단적 성향적 배치와 조화는 여성이 아니고서는 느끼지 못한 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감독은 남성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이 제시카와 헬렌역의 두 주인공 제니퍼 웨스트펠트와 헤더 예르겐슨이 직접 집필했고 연기까지 했다 하니 그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상상을 초월한 능수 능란하고 경쾌한 상황전개 그리고 여성 만이 느낄 수 있는 미묘한 그 무언가를 꾹꾹 집어 낼 수 있었던 건 주연과 각본을 동시에 맡은 두 여성배우 덕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전적으로 내 생각이지만) 이 영화가 여성에게 많은 공감과 재미를 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주인공 제시카, 그리고 양성애적 성적 취향을 가지고 진보와 개방의 성향을 띈 적극적인 또 다른 주인공 헬렌이 이 영화의 두 주인공. 이 영화를 보는 첫 번째 재미라면, 극단적 성격의 두 여성이 동성애를 전제로 만나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고 그 과정(동성애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한)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들을 경쾌하고 재치있는 대사와 장면으로 처리한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성들이 등장한다고 페미니즘 성향을 띠고 있다거나 동성애가 등장한다고 해서 성적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외롭고 고루한 인생을 살아가던 30대 전후의 여성이 자신과 다른 취향과 성향을 가진 여성을 만나면서 삶의 재미(?),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는 모습을 아주 경쾌한 터치로 보여주는 여성영화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다. 편협과 시각이 없어서(물론 주인공의 성 정체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잠시 느끼는 고민은 있지만) 즐겁고 경쾌한 음악과 톡톡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경쾌하다. 남자들 없이도 충분히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여성들이 아름답다.
이 영화의 두 번째 재미는 위험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소재인 동성애적 코드에 있다. 동성애라는 건 일반적인 입장으로선 꽤나 거부감을 느낄만한 위험한 소재이다. 그런데 동생애적 코드가 언밸런스하게도 로맨틱 코미디류의 장르에 쓰였으니 그것 또한 흥미롭다. 제시카는 선입견으로 헬렌을 거부하지만 점차 그녀의 활발함에 빠져들고 여성으로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여러가지 느낌들에 기쁨을 느낀다. 헬렌과의 만남이 즐겁고 행복할수록 헬렌의 성적 취향 따위는 더 이상 제시카에게 문제가 되질 않는다. 헬렌과의 만남이 더해가고 그녀를 통해서 편안함을 느끼면서 제시카는 자신의 고지식함으로 자신의 보수적 성향으로 남성에게 허락하지 않았던 것을 남성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을 자연스럽게 헬렌에게 조금씩 조금씩 내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서 제시카는 헬렌과의 성적인 접촉, 포옹, 키스, 애무 등의 단계를 자연스럽게 거치면서 자신이 동성애자인 것 같다는 생각에 자신의 반쪽을 만난 것이 행복하면서도 사회적으론 어쩐지 떳떳하게 내세우지 못하고 부끄러워 한다. 그런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시카는 어쩐지 동성애자 인 것 같지는 않다. 헬렌이 늘 리드는 하고 있기는 하지만 헬렌의 성적접촉을 즐긴다기 보단 교육받고 있는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자신이 남성을 사랑할 때 한번쯤 이용할 수도 있겠다 싶다는 생각으로… 성적인 욕구 충족에 대한 의도를 보여주는 헬렌의 모습과는 달리 제시카의 모습은 헬렌과의 생활만으로 행복하다는 천진함을 보인다. 그녀를 성적인 대상이 아닌 함께 동거하는 생활인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동성애적 모습을 보여주는 헬렌과 제시카의 모습이 음란하다기 보단 보기좋아 보이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 또한 따뜻하다. 그래서 영화는 재미있게 느껴지고 마음이 따뜻해 진다. 내 생각이지만 제시카는 여성을 좋아하는 성적취향을 갖고 있질 않다. 다만 친구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따라서 이런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 이 영화가 동성애를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시종 경쾌함을 유지하면서 여성인 그들이 서로에게 어떻게 익숙해져 가며 어떻게 좋은 영향으로 어떻게 변화를 주는지 어떻게 서로 상대를 의지하며 서로를 도우며 얼마나 행복한 모습으로 행복을 영위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즉,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성의 이러한 긍정적 변화엔 늘 남성이 있을 것이라는 당연한 예상을 깨고 영화는 레즈비언적 성향을 가지는 여성과 보수적 성향을 가진 수동적 여성 제시카가 보여주는 생활을 통해 여성들도 충분히 홀로 설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들은 늘 남자를 사이에 두고 질투를 하거나 멋진 남성과의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비춰지지만 이 영화 속에서만은 완벽을 추구하는 한없이 불완전한 여성이 완벽하진 않지만 그녀의 부족함과 자신감을 충분히 일깨워 줄만한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여성을 통해 변화하고 서로에게 의지가 되어 줄 수도 있다고 얘기한다. 전혀 호들갑스럽도 전혀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지만 극 중 여성들은 충분히 독립적이고 충분히 행복하다. 또한 영화 속 남자들은 그런 여성들을 존중한다.
인간들간의 사람들 사이의 사랑과 정을 보여주는 영화 섹스에 대한 보수적 성향으로 그것에 소극적인 제시카를 인내하고 기다려주고 배려하는 헬렌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지 사랑하는 여자와 여자의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헬렌이 남성이라도 상황은 비슷했으리라… 유태인으로 보수적이기만 한 그녀의 가족이 그녀의 성정체성에 대해서 아무런 부담없이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자랑스럽게 그녀의 그녀를 받아들이고 그녀의 행복에 함께 기뻐하는 모습은 어쩌면 헬렌을 단순히 제시카의 그녀가 아닌 제시카의 동반자로 받아들였기에 그들의 거부감은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가족의 축복 속에 함께 살게 된 그들의 행복이 오래가지 않고 헤어지게 되는 후반부는 어쩌면 일반적인 남녀가 결혼 후 서로에 대한 의견의 차이 때문에 헤어지게 되는 과정(물론 헤어지는 남녀가 겪는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지라도)과 비교해도 그다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영화의 맨 마지막 이제는 헤어져 따로따로 생활하는 제시카와 헬렌 그리고 제시카로부터 실연의 아픔을 맛본 조쉬이지만 우연히 만난 제시카에게 따뜻한 미소와 사랑과 존경이 담긴 눈길을 보내는 조쉬의 모습에서 이 영화가 얼마나 깔끔하고 재치있고 괜찮은 영화인지를 보여주는 가장 탁월 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선한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 않다. 괜히 어줍지 않은 심각한 시선으로 사회의 비리를 파해친답시고 세상의 나쁜 면만을 보여주고 나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자극적인 화면들로 관객의 심사를 뒤틀어 놓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은 독특하면서도 재미있고, 재미있으면서도 산뜻하고, 산뜻하면서도 깔끔하다. 마치 기름진 음식을 먹고 그 느끼함을 개운하게 해주는 한잔의 차처럼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자못 깔끔하면서 따뜻하다. 이상한 사랑을 시작하는 제시카와 헬렌의 모습도 이상하다기 보단 이상적으로 보이고 그러한 그녀들을 따뜻한 가족의 정으로 포용하는 어머니의 모습도 포근해 보이고 늘 제시카에게 핀잔을 주면서도 그녀의 행복에 외로움과 사랑을 동시에 느끼는 조쉬에게는 연민의 정이 느껴지면서도 잃었던 열정을 찾은 걸 축하해 주고 싶은 느낌이다. 그래서 일까 이 영화를 보고 난 느낌은 한결같이 좋은 느낌이다. 영화가 인간을 보는 시선을 좋고, 동성애자를 보는 편협되지 않은 시선이 좋고,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메이저 영화가 아닌 이 영화는 알려진 멋진 남녀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이 영화는 그렇다고 특별히 요란한 소재를 가지지 않은 이 영화는 어쩌면 많은 극장에 개봉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저 몇몇의 작은 극장에서 조용히 개봉되고 진짜 영화를 좋아하는 몇몇의 매니아들에 의해서도 겨우 선택이 될 정도의 조그만 소품 같은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소중하다. 그래서 다들 한번쯤 볼만한 영화이노라고 광고하고 싶다. 재미있으니 한번 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주 세련되게 만들어 지진 않았지만 나름대로의 개성과 재치가 묻어나고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극에 적당히 어울리는 배우들이 각각의 배역을 연기하고 독특한 줄거리 전개로 관객에게 충분히 재미를 줄만한 이 영화는 빛나는 보석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가치 있게 가공된 수공 크리스탈 정도의 느낌을 준다. 충분히 예쁘고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재기가 넘치는, 충분히 독특한 이 영화는 많은 개봉관을 통해 많은 관객을 만나지는 못할 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 영화의 진가를 아는 진정한 관객에게는 인정을 받는 가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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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아름다운 키스(2001, Kissing Jessica Stein)
제작사 : Brad Zions Films, Cineric Inc., Eden Wurmfeld Films, Michael Alden Productions / 배급사 : 20세기 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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