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놀라운 건 이런 내용을 상영할 수 있다는 것... ★★★☆
스토리는 지극히 단순하다. 주인공들은 아프가니스탄 최전선 아르마딜로 기지 파병에 자원한 덴마크의 젊은 청년들이다. 이들은 묘한 설렘과 두려움으로 6개월의 복무를 시작하지만, 치열한 전투의 순간 대신 이들이 맞이하게 되는 건 무료한 잠복과 순찰의 반복일 뿐이다. 그러나 전투가 벌어지면서 동료들이 부상을 당하고, 이들 젊은이들은 점점 탈레반에 대한 적개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놀랍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만약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모르고 봤다면, 어쩌면 무명배우들을 등장시킨 절묘한 극영화 한 편을 봤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다. 그러니깐 우리가 화면에서 보는 저 덴마크 젊은이들이 실제 아프가니스탄 파병 젊은이들이고, 처참하게 찢겨진 탈레반의 시체도 실제이며, 그 시체를 보며 희희낙락 농담을 퍼부어대는 군인들도 바로 현실 그대로이다.
여기에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얘기까지 나아갈 필요는 없다고 보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워낭소리>와 마찬가지로 <아르마딜로>가 보여주듯이 다큐멘터리 역시 극영화와 마찬가지로 연출과 편집을 통해 얼마든지 극 영화적 조작(말 그대로)이 가능한 방식이라는 점이다.
어쨌거나 전쟁을 치르며 점점 괴물로 변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은 영화들은 많다. 그런데 다큐멘터리 영화를 통해 그런 맨얼굴들을 접하게 되는 건 또 다른 기이한 경험(?)인 것 같다. 뭐랄까? 그건 충격이라기보다 나 역시 저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동질감의 정서 내지는 재발견의 기분이랄까.
그런데 이 영화가 정말 놀라운 건, 애당초 이 영화의 제작이 덴마크 정부가 파병부대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되고 제안된 것이라는 점이다. 전쟁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줄 때 가장 강력한 반전 주장이 될 수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카메라 앞에서 저항할 수 없는 적을 무차별 사살하고, 으스대며 자랑하는 젊은이들, 그리고 그 사실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자신들이 처벌받을 수 있으며, 타인들은 이해하지 못할 거라는 자의식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군인들, 그리고 덴마크 군을 곤경을 몰아넣을 수 있는 장면을 담아 그대로 상영하는 문화, 그리고 이를 막지 않은(아마도 막을 수 없었을) 덴마크 정부, 이 모든 게 그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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